착하고 건강한 예능의 바람을 기대하게 한 ‘편애중계’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 8월 파일럿으로 화제를 모았던 MBC <편애중계>가 화요 예능 경쟁에 가세했다. <편애중계>는 스포츠선수 출신 방송인인 서장훈, 안정환, 김병현이 해설의원 역할을, 붐, 김성주, 김제동이 캐스터로 짝을 맞춘 3팀의 중계진을 내세운 화려한 캐스팅을 바탕으로 무언가 도전을 앞둔 사람을 찾아가 오롯이 그 입장에서 편애의 마음으로 중계하며 응원한다. 일종의 편파 중계와 비슷한 설정인데, VCR 보며 토크를 곁들이는 요즘 관찰예능 방식에 중계라는 형식과 농구팀, 축구팀, 야구팀 등 종목 별로 나뉜 팀 간의 대결 구도를 접목했다.

서장훈과 안정환, 붐, 김성주, 김제동, 김병현 등 아저씨로 묶을 만한 출연자들이 옛 이야기를 안주 삼아 주고받거나 서로 물고 물리는 토크를 바탕으로 최근 방송가에 찾기 드문 티키타카 스타일의 토크를 선보인다. 파일럿이 좋은 반응을 얻었던 바로 단 하나의 이유다. 그러나 노총각 소개팅을 소재로 한 파일럿과 연애 못하는 지인 특집을 내세운 1회는 과거 아바타 소개팅이 연상되는 등 캐스팅과 기획의 신선함을 담아내지 못했다. 연애 예능이란 장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워낙 익숙한 소재다보니 신규 예능의 새로움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런데 지난주 평택의 한 고등학교를 찾아가면서부터 이야기의 결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착한 예능의 가능성이다. 이른바 ‘꼴찌 고사’라 하여 성적은 바닥이지만 꿈과 행복 지수만큼은 전교권인 세 학생이 부모님과 학우, 선생님을 모셔놓고 기상천외한 지식 대결의 장을 펼친다. 상상을 초월하는 오답 퍼레이드가 이어지지만 구김 없이 밝고 긍정적이며 나름의 끼와 행복론을 갖춘 아이들의 순수하면서도 단단한 모습에 터져 나오는 웃음 가운데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오직 꼴찌들만이 풀 수 있는 문제들로 구성된 꼴찌 고사에서는 기존 퀴즈쇼나 <도전 골든벨>과는 격이 다른 색다른 문제와 최선을 다해 풀어가는 꼴찌들의 향연이 벌어졌다. 과학 분야 시험 문제는 보지 않고 비빔밥 재료 맞히기, 듣기 평가는 발걸음 소리를 듣고 어떤 선생님의 발걸음인지 알아맞히기, 기술 영역에서는 제한 시간 5분 안에 꼴찌들은 찍어서 전교 1등 학생회장보다 누가 더 수능 기출 문제를 많이 맞히는가를 놓고 대결이 벌어졌다. 연필굴리기, 조명응시하기, 꼬집어보고 가장 아픈 손가락 번호 찍기, 조금 모르면 3번, 아예 모르면 4번이란 ‘조삼모사’ 법칙까지 학창 시절 추억을 새록새록 살리고, 아이들의 순수하고 기발한 생각에 웃음이 나는 다양하고 현란한 ‘찍기술’이 등장했다.



작문은 N행시 짓기로 평가했다. “누가 꼴찌라더냐, 뒤에서는 1등이다”는 이날 최대 명문을 내놓은 정태준 학생이나 음악영역에서 1초 듣고 노래 맞추기에서 여실히 끼를 발산한 이예성 학생과 시종일관 분위기를 리드한 김민지 학생의 삼파전은 막상막하의 긴장감과 함께 막판 알까기에서 대역전 드라마가 완성되면서 재미와 나름의 ‘페이소스’가 깃든 스토리라인이 완성됐다. 이에 김제동은 “정말 드라마 같지 않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꼴찌들의 반란”이라며 감동을 정의했다. 성적 스트레스에서 초월한 해맑은 아이들을 보면서, 꼴찌를 돌아본다는 시선만큼이나 행복함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한다.

왕년의 스포츠 스타와 동년배 출연진들이 모인 아저씨 구성은 익숙하지만 그만큼 기대되는 조합이었다. 파일럿에서는 그 기대가 헛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증명했다. 그런데, 이 좋은 토대 위에 식상한 소개팅 소재를 쌓아올리니 기획의 참신함보다는 ‘서장훈, 안정환, 김병현’이 모였다는데 방점이 찍히는 아저씨 예능으로 흐르는 줄 알았다. 그러나 학생들의 도움으로 <편애중계>의 경기에는 활력과 의외성, 그리고 각본 없는 드라마의 가능성이 생겼다.



수년간 비교적 조용하던 화요일이 예능 각축전장이 됐다. 오랫동안 왕좌를 차지하던 <불타는 청춘>이 내리막을 타는 사이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는 예능들이 대거 자리를 잡았다. 대세가 편향된 예능 시장에서 <편애중계>는 조금 색다른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 착하고 건강하며 감동도 한 꼬집 넣을 수 있는 건강한 예능으로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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