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의 소통 맡은 정인선의 진정한 가치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도 김성주도 아닌 정인선이 눈에 띄었다. 그간 홀 서빙부터 주방 보조, 상담역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았던 정인선이지만, 이번 평택역 뒷골목의 수제 돈가스집을 찾아 손님응대의 문제를 이야기 나누는 대목에서는 그의 남다른 소통 능력이 돋보였다.

지난주 방영 후 바빠지게 되면서 손님 응대가 엉망이 됐던 걸 보여줬던 수제 돈가스집.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작진이 관찰카메라를 준비했고, 백종원은 자신보다 효과적일 거라며 정인선을 투입했다. 수제 돈가스집 사장님은 관찰카메라 영상을 보면서 자신도 뜨악했다. 손님들에게 일상적으로 반말을 하고 있는 상황. 자신은 나름대로 자연스럽게 대했다 생각했는데 굉장히 보기에 안 좋더라는 것.

정인선은 오히려 그런 사장님의 입장을 이해하는 쪽에서 이야기를 해줬다. “어떻게 보면 친근한 사장님이신 거잖아요.. 근데 사실 많이 단골로 오신 분들은 익숙하니 괜찮을 수 있는데 만약에 처음 오신 분들은...” 사장님은 처음 오신 분들한테는 절대 그렇게 안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정인선이 그 부분을 조심스럽게 콕 짚어내자 “아들 같아서”라고 사장님은 말했다. 보통 이런 변명을 백종원이 들었다면 아마도 버럭 한 마디가 날아갔을 터였다. 하지만 정인선은 달랐다. “예 그래서이신데... 이게...” 끝까지 사장님의 입장을 이해하려 했고 그러면서도 할 말은 빼놓지 않았다.



백종원은 상황실에서 그 광경을 보며 사장님의 응대가 왜 문제인가를 얘기했다. “단골손님들에게 습관적으로 편하게 하다 보니까 모르는 손님에게도 무의식 중에 반말을 하게 된다”는 것. 사장님도 그걸 알고 있는 눈치였다. “안 좋아 보이네. 어쩌면 좋을까나..”라고 말하는 사장님에게 정인선은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같이 한숨을 내쉬며 웃어주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손님들이 마치 일행인 것처럼 주문을 해서 헷갈리게 된 사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고 일행 것만 말씀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그것이 자기 잘못이 아니라 손님들의 잘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이럴 수 있지 않냐”며 정인선의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사장님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면서도 정인선은 할 말을 했다.



“요렇게 말씀을 해주실 때 손님의 입장에서 혼이 나는 느낌이 들 수 있어요.” 그러자 사장님도 어느 정도 수긍하며 “좀 쌀쌀맞은 느낌이 있죠 제 말투가!”라고 했고 정인선은 또 사장님 입장을 이해하지만 그게 잘못된 거라는 걸 분명히 했다. “바쁘시고 이럴 땐 아무래도 또 빨리 빨리 체크를 하셔야 되니까 더 그렇게 나오실 수밖에 없다 라는 것도 아는 데도 또 손님 입장에서는...”

상황실에서 그 광경을 보던 백종원도 감탄했다. “어우 우리 인선씨가 또 이런 면이 있네요!” 그러면서 자기라면 그렇게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나 같으면.. 뭐라고요? 나는 목소리가 더 커지거든. 인정 안하면. 인선씨 잘 하는데. 선생님 같다.”

다음 영상이 지목한 문제는 치즈 돈가스가 시간이 많이 걸려 어떨 땐 되고 또 어떨 땐 안되어 일관성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손님이 평소보다 많아지자 단골손님에게 제발 오늘은 치즈 돈가스 시키지 말아 달라 부탁하고는 새로운 손님이 와 치즈 돈가스를 시키니 된다고 했던 것. 사장님은 그 분이 단골이라 그렇게 했다고 했다. 새로운 분은 처음 온 분이라 시간이 걸린다고 양해를 구했고 괜찮다고 해서 치즈 돈가스를 주문받았다고 있다.



듣기에 따라서는 변명처럼 들릴 수 있는 그 이야기에 대해서는 정인선은 공감해줬다. “아무래도 그냥 돈가스보다 오래 걸리나 봐요?” 그러나 치즈 돈가스에 대한 고충을 사장님은 꺼내놨다. “걔랑 잘 친해지지가 않아요. 스트레스 받아요.”

정인선은 문제를 직접 지적하기보다는 사장님이 스스로 느끼도록 이야기를 유도했다. “영상 네 가지를 보시니까 어떠세요?” 그러자 사장님이 스스로 그 문제를 털어놨다. “글쎄 너무 막 저기네... 나는 이렇게 내가 사람들을 내 편하게 대하는 줄 몰랐어요.” 사장님은 스스로 반성하겠다며 “다시 가출한 초심을 찾아서 정말 처음부터 창업하는 마음으로 배워야겠다 생각할게요.”라고 말했다.



정인선은 그 얘기를 듣는 것에서 끝내지 않았다. 그는 사장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진심을 가득 담아 이렇게 말했다. “제가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도와드릴게요.” 그 누가 이런 진심어린 눈빛과 상대방의 입장까지 고려해 꺼내놓은 말 앞에 수긍하고 감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장님이 “아유 너무 예쁘다.. 너무 너무..”라고 말한 건 정인선의 외모를 뜻한 것만은 아니었을 게다. 보는 이들도 그 마음이 너무 예쁘게 보였으니까.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문제가 많은 이른바 ‘빌런’으로까지 불리는 뒷목 잡는 가게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백종원은 그런 가게에서 때때로 분노를 폭발한다. 그건 시청자들도 똑같은 마음이지만 이런 모습만 비춰지게 되면 자칫 이 프로그램의 애초 취지인 상생이 아닌 비난만 쏟아질 수도 있다. 정인선의 가치는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똑같은 문제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기분 좋게 설득시킬 수 있다는 걸 그는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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