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머니?’, 입시교육의 불안함과 상처에 대한 치유

[엔터미디어=정덕현] MBC <공부가 머니?>는 호기심과 불편함 사이에서 마치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프로그램이다. 다른 집 자식들은 어떻게 공부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프로그램을 보게 만드는 힘이지만, 그걸 보고 있으면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불편함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번 임승대 가족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학원에서 꼴찌 반으로 들어가 10개월 만에 최상위반으로 승급한 중학교 1학년생인 임승대의 둘째 아들 임휘와 그 엄마 사이에 공부와 진로를 두고 벌어지는 실랑이가 소개됐다. 엄마는 아들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과학고에 보내기 위해 영재교육원 시험응시에 도전하라 했지만, 아들은 스스로 영재가 아니라며 “관심 없다”고 맞섰다.

임승대와 그의 아내는 아들의 공부를 두고 입장이 달랐다. 임승대는 아이의 뜻이 중요하다며 뭔가를 결정해도 아이의 의사가 우선이라고 했지만, 아내는 그렇게 뭔가를 일단 시도하고 그러면서 아이도 어떤 진로를 생각하게 될 거라고 했다. 논리로만 보면 임승대가 참다운 교육의 입장을 가진 것처럼 보였지만, 정작 아내가 “어느 대학을 갔으면 좋겠냐”고 묻자 임승대는 “서울대 좋지”라며 솔직한 속내를 꺼내놨다.



바로 이 지점은 학부모가 가진 교육에 대한 양가감정을 잘 드러낸다. 즉 아이가 너무 공부 때문에 시달리는 건 원치 않지만 동시에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 엄마는 이미 어느 정도 머릿속에 아이의 미래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과학고에 보낸 후 의대에 입학했으면 했던 것.

이런 부분들은 제3자인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비난이 나올 법한 사항이다. 첫째 아이의 의견을 묻지 않고 자신의 뜻을 강요하는 엄마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엄마는 ‘도전’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고 그게 아이에게 어떤 스트레스로 다가오는지, 그래서 결국은 공부 자체에 손을 놓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더 큰 비판의 요소는 아이 엄마가 아이를 과학고에 보낸 후 의대에 입학하는 그런 코스를 짜 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부분이 비판받는 이유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과학고가 본래 취지인 이공계 영재들을 키워내 공적인 이익을 만들어내기 보다는 의대에 가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방송을 통해 제3자 가정의 교육을 보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만일 자신의 가족 이야기라면 과연 비판할 수 있을까. 또 어떤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결국 <공부가 머니?>는 교육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소재로 가져와 내 얘기라면 함부로 할 수 없는 불편한 선택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라면 할 수 없는 한 발 물러난 입장에서 불편하지만 궁금한 지점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공부가 머니?>가 일단 한 번 보면 끝까지 볼 수밖에 없게 되는 건, 그래서 우리네 입시 교육이 가진 문제들을 한 가정의 이야기로 끌어오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아이의 행복을 원하지만 그 행복이 입시와 직결되어 있어 당장은 지옥 같은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 앞에서 갈등을 일으킨다. 만일 입시 교육이 이런 양가적 감정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잘 정비되어 있다면 이 프로그램이 힘을 갖기는 어려울 게다.



그나마 <공부가 머니?>가 파일럿 때보다 나아진 점은 그저 입시 교육을 위한 노하우만을 대놓고 끄집어내기보다는 이런 비뚤어진 입시 교육의 현실 때문에 아이와 부모 사이에 만들어지는 갈등을 화해시키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려 한다는 점이다. 심리분석 결과 아이는 엄마를 ‘대화가 되지 않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지만 동시에 그 누구보다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애정을 갖고 있었다. 아이가 10개월 만에 학원에서 최상위반에 오른 것도 대단한 영재성이라기보다는 엄마가 바라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이가 알았기 때문이었다.

관찰카메라는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 생각 없이 했던 말들이나 행동들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게 만든다. 아이의 엄마가 관찰카메라 안에서 아이가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건 그래서 어쩌면 이 비정상적인 입시교육 안에서 상처받는 부모와 아이 모두가 어떤 화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공부가 머니?>는 그 자체로 보기 불편하다. 하지만 그 불편한 이유는 저 가족이 이상해서라기보다는 우리네 들쭉날쭉한 입시 교육 때문이다. 그렇게 불편함에도 자꾸 보게 되는 건 똑같이 겪는 그 입시 전쟁을 저 집은 어떻게 버텨내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입시 전쟁이 만든 가족의 상처들이 어떻게든 치유되고 화해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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