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션 프로그램, 수많은 청소년을 연예인 지망생으로 내몰다!

[엔터미디어=배국남의 쾌도난마] #1. 설 연휴를 앞둔 20일 오후 8시20분쯤 한 소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는 기사가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한 매체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가수 지망생이었던 고교생 김모양(18)이 지난 20일 오후 8시 20분쯤 전남 순천 외할머니에서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꿈을 이룰 수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2. 20일 오후 10시, MBC의 가수의 꿈을 실현시켜준다는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2’가 방송됐습니다. 이날 이선희 이승환 등 5명의 멘토 스쿨에서 생방송 진출에 실패한 10명의 참가자가 모여 다시 한번 생방송 진출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방송됐습니다. 한서경 홍동균 등 2명의 참가자가 생방송 진출자로 최종선발 돼 12명의 진출자가 모두 가려졌습니다.

가수 꿈을 피우기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모양(18)과 가수의 꿈을 실현시켜준다는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이 묘하게 겹쳐집니다. 그리고 의문 하나가 듭니다. 10대 가수 지망생의 자살과 쏟아지고 있는 연예인 오디션 프로그램은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일까라는 의문입니다.

요즘 연예인 오디션 프로그램 홍수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시청자와 만나고 있습니다. MBC ‘위대한 탄생’, SBS ‘K-POP스타’과 엠넷의 ‘슈퍼스타K’tvN ‘코리아 갓 탤런트’등 지상파TV뿐만 아니라 케이블 채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방송사가 거액의 상금과 부상 그리고 연예인 데뷔 보장을 내걸고 가수, 연기자 등 각종 연예인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은 안정적인 시청률, 엄청난 광고수입, 그리고 제작에 대한 엄청난 규모의 기업들의 협찬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하면서 수많은 방송사들이 앞 다퉈 연예인 오디션 프로그램을 쏟아내는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홍수와 함께 그 참여열기도 상상초월입니다. 이제 수만명이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 신청을 했다는 내용은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는 상황이 됐습니다. ‘슈퍼스타K3’는 참가 신청자가 무려 197만명에 달했으니까요.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연예인 지망생 급증 현상을 낳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근래 들어 어린이, 청소년 중 장래 꿈으로 연예인을 꼽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연예기획사 오디션장에는 2~3명의 연습생을 뽑는데 수만명이 몰리고, 탤런트 공채는 200~30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합니다. 또한 한해에 방송연예학과 학생 1만여명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은 연예인 지망생 공화국’이라는 말이 흔하게 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은 더욱더 전 국민의 연예인 지망생화에 열을 올려 묻지마 연예인 지망 광풍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단적인 사례 하나가 있습니다. 2012년도 대입 진학 경쟁률 변화입니다. 경희대, 단국대, 성신여대 등 주요 10개 대학 실용음악과 2012학년도 수시 1차 평균 경쟁률은 105.99대 1로 지난해 83대 1보다 훨씬 높아졌고 국민대, 동국대, 서울예술대 등 주요 10개 대학 연극ㆍ영화학과 평균 경쟁률 역시 91.78대 1로 지난해 86.98대 1 보다 상승했습니다.

가장 경쟁률이 높은 실용음악 전공은 호원대 실용음악학부 보컬로 536.4대 1이었고 명지전문대 실용음악과 가창(526.85대 1)과 단국대 생활음악과 보컬(512대 1)도 5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으며 국민대 연극영화(209.3대 1),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연기예술(201대 1)는 200대 1을 넘었습니다.

대입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2012년도 대학 실용음악과와 연극영화과 경쟁률 상승에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쏟아지고 있는 연예인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많은 사람들을 연예인 지망생으로 내몰고 있는데 이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연예인이 되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고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과장된 환상만을 심어주며 냉엄한 연예계 현실에 대한 인식을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과 냉정한 마케팅 논리, 병폐가 도사리고 있는 연예계의 현실과 상황, 특성에 대해 전혀 의식하지 못하게 하고 대중이 선망하는 연예인이나 스타들의 일면만을 노출시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연예인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연예계는 수요가 공급을 엄청나게 상회해 연예인 지망생중 데뷔 뿐만 아니라 데뷔를 한 뒤에도 무대나 방송, 영화에 출연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사람으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예계는 실력만 있다고 해서 스타로, 인기 연예인으로 부상할 수도 없습니다. 실력뿐만 아니라 기획사 마케팅, 운, 타이밍 등이 뒷받침 돼야 합니다. 이 때문에 1년에 단한번의 드라마 출연 기회를 잡지 못해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수많은 연기자와 무대에 한번도 서지 못해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가수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뿐만 아니라 연예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도 감수해야합니다. 매스미디어가 구축한 이미지와 실제 생활의 간극, 인기의 심한 부침과 그에 따른 불안감, 나이와 결혼, 인기의 정도에 따라 배역의 비중과 출연기회의 급변, 연기와 가창력에 대한 완성도에 대한 부담감, 대중의 연예인을 소비하는 문제 있는 태도 등 수많은 것들이 연예인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깁니다.

제작진 여러분, 오디션 프로그램은 화려한 연예인의 꿈만을 강조하며 수많은 사람들, 청소년들을 무책임하게 연예인 지망생으로 내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광고수입과 시청률만 올리면 된다는 탐욕적인 생각보다는 이제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인한 폐해도 심각하게 생각해야하지 않을까요. 가수의 꿈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10대 한 가수 지망생의 명복을 빌면서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칼럼니스트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MBC, SBS,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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