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1열’·‘수요일은 음악프로’, 시청률 낮아도 존재이유 확실한 까닭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에는 수많은 예능프로그램들이 넘쳐난다. 텔레비전 속 셀럽들은 연애를 하고, 가족을 또 다른 스타로 만들기도 한다. 혹은 끊임없이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또 뭔가를 먹기 위해 맛집을 찾아다닌다. 예능에서 이런 관음증적인 요소를 무시하기란 힘들다. 유명인의 사생활을 엿보거나 시각과 미각을 자극하는 기법은 시청자를 잡아두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넘쳐나는 이런 관찰, 음식, 여행 예능을 보다보면 어느 순간 공허해 질 때가 있다.

이런 주류 예능과 달리 JTBC <방구석 1열>은 화석 같은 골방 예능에 가깝다. <방구석 1열>은 유명인을 관찰하는 포맷이 아니라 함께하는 대화다. 제목이 의미하듯 방구석에 앉아 대화를 나누던 20대의 어느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예능인 것이다. 친구들끼리 모여 이런저런 주제로 수다를 떨던 어느 겨울밤의 추억처럼 말이다.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1990년대를 통과했던 이들이라면 대화 주제는 종종 영화로 흐르기 마련이었다. 그때의 우리들은 얼마나 많이 스크린 속 환상에 대해 떠들었던가. 전 세대들의 문화코드가 문학이나 팝송이었다면 1990년대의 문화코드는 확실히 영화였다. 주윤발, 장국영의 <영웅본색> 시절에서 이어 왕가위의 <중경삼림>과 <타락천사>를 이어가다 보면 이내 이야기는 할리우드 영화와 예술영화, 그리고 한석규와 심혜진으로 대표되는 1990년대 한국영화로 흘러간다.

JTBC <방구석 1열>은 이런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자연스레 녹여내 풀어낸다. 그래서 대중적인 영화와 예술영화, 그리고 때로는 알지 못했던 영화들을 함께 나눈다. 대화에도 체온이 있다. 그것은 카카오톡 단톡방의 이모티콘만으로는 충족이 안 되는 그런 감성들이다. 그 감성을 <방구석 1열>은 보여준다.



<방구석 1열>의 시작이자 존재감인 변영주 감독과 주성철 편집장은 이 프로그램의 이런 성격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영화감독이나 배우 모두 영화를 정말 사랑하는 평범한 친구들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방구석 1열>의 온기다. 그리고 이 온기 속에서 과거의 영화에 대한 수다는 물론이거니와 <벌새>나 <메기> 같은 2019년 한국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전망까지 자연스레 이어진다.

따스하고 유쾌한 수다에서 비평적인 시각까지 자연스레 넘나드는 편안한 예능은 생각보다 흔치 않다. 물론 함께 수다에 오랜 기간 참여했던 장도연의 갑작스런 하차는 많이 실망스럽기는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 관객의 정서를 대변하는 듯한 그녀 또한 <방구석 1열>에서 누구보다 중요한 인물이었는데 말이다.



한편 종영을 앞둔 tnN <수요일은 음악프로> 또한 골방예능의 감성이었다. <방구석 1열>과 달리 <수요일은 음악프로>에는 달변가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감미로운 목소리의 존박은 허술하게 멍한 표정을 들키고, <보좌관> OST로 남성미 물씬 풍기는 보컬을 들려준 김재환은 이 방송에서는 형님들 앞에서 부끄러움 타는 막내 동생 같다. 또 전형적인 아재 음악 취향의 김준호는 10대와 20대가 선호하는 노래들이 흘러나오면 눈만 껌뻑거린다.

하지만 추억의 음악 앞에서 달변은 큰 의미가 없다. <수요일은 음악프로>는 음악을 공부하는 프로가 아니라 음악을 느끼고 추억을 공유하는 방송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화려한 달변보다 음악을 감상하는 게스트들의 표정과 웃음에 이 프로의 재미가 있다. 마치 친구 하숙집에 모여 말없이 CD나 카세트테이프에 음악을 함께 듣던 그런 시절의 정서가 이 프로에는 남아 있는 것이다.



특히 숨은 명곡을 발굴하고 공유하던 회차에서는 재미 이상의 감동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숨은 명곡이 있고, 그 명곡을 들려주고 싶은 욕망이 있기 마련이다. 허지웅, 악뮤 이찬혁, 장기하, 노사연 등의 게스트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어느 순간 만났던 명곡들을 내어놓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그들의 삶이나 가치관도 녹아 있어 더욱 좋았다.

<방구석 1열>이나 <수요일은 음악프로>는 시청률 1%의 예능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엿보는 재미가 아니라 귀 기울이는 재미가 있는 두 예능은 확실한 존재의 이유가 있다. 추운 겨울, 두 프로그램에서 흘러나오는 영화와 음악에 대한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 어느 순간 나의 방구석이 따뜻해지는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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