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변화보다 전통 택했지만 의외의 재미 만든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예능 <1박2일>이 시즌4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거둔 첫 회 시청률은 14.6%(닐슨 코리아). 역시 주말예능의 최강자라는 말이 허명이 아니라는 걸 잘 보여주는 수치다. 그만큼 <1박2일>의 휴지기 동안 타 방송사들의 주말예능들이 확고하게 자리 잡지 못하고 있었다는 방증이고,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이 주말예능에 그만큼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돌아온 <1박2일>은 어떤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을까. 주말 시간대로 편성됐을 때부터 <1박2일>의 선택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변화보다는 전통을 따른다는 것. 다만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바뀌었다. 방글이 PD가 메가폰을 잡았고, 기존 멤버였던 김종민에 연정훈, 문세윤, 김선호, 딘딘, 라비가 새 멤버로 합류했다.



흥미로운 건 <1박2일>이 전통을 따르면서도 의외의 변수들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보통 첫 회 새 멤버들은 본관 앞에 모여 “1박” “2일”을 외치며 오프닝을 하는 게 그 첫 순서였지만, 제작진은 ‘출근길 낙오’라는 변수를 집어넣었다. 명분은 이 날의 주제로 ‘멤버의 자격’을 내세웠고 그 첫 번째 조건은 ‘자생력’이었다.

출연자들을 본관 앞에 내려주지 않고 엉뚱한 장소에 내려놓은 후 정해진 시간 안에 모두 본관 앞으로 모이는 미션을 준 것. 예능 초보 연정훈은 얼떨결에 슬리퍼를 신은 채 내려 그대로 길거리를 활보해야 했고, 딘딘은 예능 고수답게 히치하이킹을 하다가 지하철을 탔다. 예능 뽀시래기 김선호는 어쩔 줄 몰라 뛰기만 했고 결국 택시를 놓쳐 지각생이 되었다.



하지만 이 작은 변수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여행지까지 갈 이동수단을 결정하기 위해 방글이 PD가 내놓은 두 번째 조건은 ‘운’이었고 출연자들 앞에는 50잔의 까메리카노(까나리 액젓을 넣어 만든 음료(?))와 50잔의 아메리카노가 섞여져 놓였다. 한 잔에 1000원씩 이어 마실 때마다 더블로 가격이 올라가는 그 미션으로 좋은 차를 타려면 그 렌트비를 벌라는 것.

출근길에 낙오를 넣고 까메리카노를 50잔이나 넣은 건, 그 미션과 복불복이 마치 <1박2일>의 상징 같은 것이기 때문이었을 게다. 다만 그 강도를 높여 놓은 것. 하지만 여기서도 출연자들은 의외의 방향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딘딘이 까메리카노를 연거푸 선택했지만 그대로 마셔버린 것이다. 결국 딘딘의 이런 선택은 다른 멤버들도 까메리카노를 마시게 만들었고, 뱉어내는 그림을 원했던 방글이 PD가 적이 놀라고 당황한 얼굴은 웃음을 줬다.



그렇게 좋은 차를 타게 되긴 했지만 문제는 까메리카노를 마신 그 여파였다. 뱃속이 부글부글 끓는다는 멤버들은 결국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줄줄이 화장실행을 택했고 그 광경을 재치 있게 문세윤이 중계(?)하면서 의외의 방송분량을 만들었다. “이렇게 많이 배변보고 시작하는 프로그램 없을 걸?” 딘딘이 툭 던진 그 이야기에 모두가 웃었고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라는 덕담 또한 더해졌다.

차량 안에서는 점심 식사를 두고 복불복이 있을 거라는 제작진의 무전으로, 혹여나 있을 퀴즈 복불복에 대비해 기초상식을 누가 더 많이 알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여기서도 의외의 변수가 더해졌다. 늘 기초 상식의 하위권으로 알고 있었던 김종민이 의외로 상식을 더 많이 알고 있었고 이 새로운 멤버들 속에서는 ‘최정상’이라는 호칭을 얻게 됐던 것.



사실 익숙한 낙오 미션이나 까메리카노 복불복을 차례대로 보여줘 시청자들에게는 늘 보던 <1박2일>의 그 흐름 그대로의 편안함이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제작진도 출연자들도 꽤 독해진 면모를 드러낸 첫 방송이었다. 제작진은 복불복의 강도를 높였고, 출연자들도 이미 <1박2일>의 그런 점이 익숙하다는 듯 그걸 의외로 선선히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그 안에 새로운 출연자들이 만들어내는 의외의 변수들이 늘 봤던 그림과는 다른 풍경을 연출해냈다. 까메리카노를 쭉쭉 들이키는 모습이나 화장실 앞에서 들락거리는 출연자들을 중계방송하는 그런 풍경들이 그렇다. 또한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독해진 면모를 보였지만 이미 <1박2일>은 그렇다는 걸 인정한 듯한 출연자들이 그걸 선선이 받아들임으로써 시청자들에게 그 부딪침이 편안하게 다가왔다는 점이다.



익숙함 속의 새로움.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런 걸 찾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1박2일> 시즌4의 첫 방송은 바로 그 지점을 잘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복불복에 여행의 콘셉트를 잘 엮어냈고 다소 강한 복불복 미션에도 이를 편안하게 볼 수 있게 해줬고, 무엇보다 군더더기 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편집이 속도감과 몰입감을 만들었다. 중요한 건 이 익숙함 속의 새로움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1박2일>이 시즌4로 다시 부활할 수 있을 것인가는 바로 거기에 달려 있지 않을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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