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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의 희열’, 이전에는 왜 이 맛을 몰랐을까요?
기사입력 :[ 2019-12-09 14:34 ]


‘씨름의 희열’의 통쾌한 한판 뒤집기를 기대하며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스포츠의 진정한 매력은 스토리에 있다. 다이내믹한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흔히 말하는 각본 없는 드라마가 바로 스포츠다. 스토리란 경기 내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선수의 개인사, 라이벌 구도, 팀과 종목의 역사 등 다양한 층위에서 나타나고 결합하면서 감동의 휴먼스토리, 역전의 대서사 등이 만들어진다. 스포츠 만화가 청춘물과 특별히 맞닿은 이유고, 전 세계 어디서나 대중콘텐츠로 자리 잡은 까닭이기도 하다. 냉소적으로 바라보면 내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이 전혀 없는 누군가의 직장일 뿐이지만, 우린 선수들의 활약을 보면서 삶의 희로애락과 희망, 꿈, 성공 등에 감정이입을 하고 대리만족과 성취감에서 재미를 느끼며 기꺼이 응원한다.

<씨름의 희열>은 스포츠 예능을 가장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 KBS 예능국의 새 토요예능이다. <날아라 슛돌이>(2005)가 유소년 축구에 대한 관심을, <청춘FC 헝그리일레븐>(2015)이 재기의 무대라는 화두를 통해 스토리를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비인기종목으로 전락한 민속씨름의 부흥이란 당위를 내건다. 유튜브를 통해 모처럼 생겨난 관심을 불씨삼아 1억원의 상금을 걸고 태백급과 금강급 두 체급을 통합한 ‘태극장사 씨름대회’를 개최해 기술씨름의 진수를 보여주자는 게 골자다.



특이점은 1990년대 명절 연휴 TV편성표의 꽃이었던 씨름을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매우 익숙한 오디션쇼를 차용한 서바이벌 포맷에 얹혔다는 점이다. 기존 씨름판과는 전혀 다른 무대 구성부터 시작해 오디션쇼에 필수적인 적극적인 캐릭터 부여로 스토리라인을 형성한다. 그런데 일반적인 오디션쇼라면 출연자들의 성장스토리를 지향하지만 이미 체급별 최강자들이 모인 만큼 성장보다는 소개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씨름을 다양하게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그런 점에서 예선 1라운드를 ‘체급별 라이벌전’으로 구성한 것은 괜찮은 선택이었다. 라이벌 구도를 통해 선수의 성장 배경과 전적과 특성과 상성 등 선수들의 캐릭터를 부각시키고, 시청자들이 현재 씨름판의 흐름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라이벌전으로 시작된 한판 승부를 통해서 씨름의 부흥에 초점을 맞추고 기술씨름을 들고 온 만큼 긴장감과 박진감을 자아내는 수싸움과 화려한 기술들을 ‘제대로’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고속촬영과 여러 대의 편집기술을 동원해 불과 1~2초 만에 끝나버린 한 판도 다양한 앵글로 잡아내 보여주며 그 짧은 순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려준다. 여기에 ‘천하장사’ 출신 방송인 이만기의 해설까지 더해져 씨름이 가진 화려하고 치열하고, 긴장감 넘치는 묘미를 전달한다.



그러면서 기존 씨름 중계에서는 볼 수 없던 영상이 마련됐다. 체육관에서 별다른 조명이나 촬영기술 없이 담백하게 촬영하는 기존의 씨름 중계와는 영상톤과 편집부터 아예 다르다. 같은 모래판이지만 고루함을 걷어내고, 1983년부터 매년 씨름 중계의 명맥을 이어온 KBS의 중계 노하우에 최신의 기술과 감각을 입혔다. 역시나 초점은 씨름이 이런 재미가 있음을, 이렇게 재능 있는 선수가 있음을 알리는 데 있다.

<씨름의 희열>은 영광스런 자리에서 한참 전에 밀려난 씨름의 부흥을 목표로 새로운 드라마를 쓰고자 한다. 그래서 관중 앞에서 펼칠 마지막 경기의 관람료는 씨름 협회에 전액 기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야기의 소재는 충분하다. 왕년의 스타인 씨름이 새로운 시대의 상징과도 같은 유튜브의 힘을 빌려 다시 빛을 본다는 설정이나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애환, 스타성 있는 준비된 선수들,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세계에 대한 조명 등 이야깃거리는 많다. 누가 1위를 차지할지 지켜보는 오디션쇼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씨름이란 종목 자체의 한판 뒤집기를 기대하게 하는 이야기다. 씨름의 세계에 대한 초대장은 이제 전송됐다. <씨름의 희열>이 쓸 드라마, 즉 선수들이 만들어낼 각본 없는 드라마를 기대하며 응원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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