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 용감한 베팅과 명확한 한계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SBS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는 현존하는 예능 방송 중 가장 이질적인 콘텐츠다. 명맥이 끊겼던 1인 토크쇼라는 낯선 형식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이 쇼는 지난 10여 년 간 변화하고 외연을 확장해온 예능의 역사와 재미를 완벽히 포맷하고 나타난 이전 버전의 예능이기 때문이다. 복고를 넘어선 포스트 모던한 접근일지 고루함일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2019년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이런 기획을 꺼내든 용감한 베팅을 높이 산다.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는 박중훈, 김혜수, 이승연 등에 이어 명맥이 끊겼던 배우가 진행하는 1인 토크쇼다. 호스트보다도 게스트의 무게가 흥행에 영향을 끼치는 1인 토크쇼인 만큼 가장 중요한 첫 주자로 <도깨비>에서 만난 영혼의 파트너 공유가 나섰다.



<런닝맨> 정도를 제외하고는 예능 출연도 안 하고 SNS 활동도 안 하는 공유가 자신의 이야기를 편하게 들려주는 자리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있고, 3년 만에 멋진 두 배우를 한 화면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시청자들에게 큰 매력요소로 작용했다. 공유는 “방송에 나와 공적인 것부터 사적인 것까지 제 얘기를 두루두루 한 게 처음이다.”며 “아직 철이 없지만 이렇게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토크쇼에 출연했던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드라마 슬롯을 걷어내고 전진 편성한 신규 예능이란 점을 생각했을 때 근원적인 의아함이 있다. 일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서 소통하는 브이로그 시대에, 점점 더 방송의 문턱을 낮추고 친밀함과 진정성을 지상과제로 삼는 오늘날 예능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정찬 모임을 갖는 듯 한껏 격식을 갖추고 나누는 셀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예능이 과연 통할 것인가.



2000년대 중반까지 톱 배우의 예능 캐스팅이 이슈가 되고 마케팅이 되었던 건 무대가 달랐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장르에 따른 스타의 서열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예능은 전통적인 예능인들을 밀어내고 배우, 가수를 비롯한 다양한 직종의 종사자들의 무대가 되었으며. 모든 방송 장르를 아우르는 블랙홀이자 인기 장르로 우뚝 섰다. <사람이 좋다>, <마이웨이>같은 휴먼 다큐도 있는 마당에 토크쇼는 그 형식 자체가 진솔한 이야기를 듣기 가장 어려운 틀이 됐다.

공유가 어디서도 한적 없는 외로움이나 커리어의 변곡점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좋아하는 영화와 노래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연애에 대해서는 웃으며 생각을 밝히고, 활동하지 않을 때 어떤 모습으로 지내는지에 관해 ‘스포츠 좋아하는 아저씨’라고 소탈하게 말하며 좋아하는 낚시는 직접 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영화 <도가니> <82년생 김지영>에 출연한 만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하는 이유에 대해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도 꺼내고, 음악이란 게 없었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삭막했을까라며 뮤지션에 대한 동경을 내비친다. 스스로 10년 치 말을 다했다고 하는데, 한 인간의 생각을 주제 별로 다 훑었으니 단순 비유만은 아닌 듯하다.



그런데, 공유 편이 마무리 된 지금도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1시간동안 사람들 앞 갖춰진 무대에서 들려주는 정제된 연예인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얼마나 감응할 것인가. 제작진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장도연을 활용한 소개팅 상황극인 시츄토크도 구성하고, 플렉스 토크라고 하여 겸손과 게스트 우대를 기본 겸양으로 삼으면서도 변주를 주려고 했다.

특히 제주도에서 바다낚시를 다녀온 장면을 현장 토크라는 이름으로 스튜디오 토크 중 이어 붙이며 볼거리의 차원을 다양하게 만들고 내밀함을 높이고자 했다. 그런데 관찰예능의 전형인 VCR 토크와 거리를 두기 위함이었을지 모르지만 이 교차편집은 시너지를 내지 않는다. 이야기하는 주제는 같지만 맥락과 분위기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함께 지켜보면서 그 이야기를 스튜디오에서 받아서 더 심도 깊게 나누는 등의 확장이 아쉽다.



멋진 무대에 완벽하게 드레스업한 출연자들과 음악까지, 미국 프라임토크쇼를 표방하는 듯하다. 그런데 쇼파와 책상을 놓고 가깝게 모여 앉은 응접실 스타일과 달리 무대 위에 단 둘이 앉아 있으니 편안함보다는 장도연의 자리만큼이나 거리감이 느껴진다. 다시 말해 예능에 나오지 않는 공유를 섭외했다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여전히 보여주지 못했다. 토크쇼의 매력을 진솔함의 파장과 화술의 재미라고 봤을 때 기존 예능을 넘어선 토크쇼만의 매력을 찾기 힘들었다. 향후엔 고급스런 팬미팅 이상의 콘텐츠를 담아낼 수 있을까. 웃음 혹은 말의 힘이 가진 파장을 만들지 못하는 한 이 색다른 시도는 의미를 갖기 힘들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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