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뽕포유’, 유재석도 놀라워하는 유산슬의 행보라니

[엔터미디어=정덕현] 김태호 PD를 만난 유재석은 먼저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물론 그건 나쁜 의미의 한숨이 아니라, 도무지 알 수 없는 자신의 행보가 유산슬의 매니저를 자처하는 김태호 PD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한숨이다. 그 자리에서 김태호 PD는 역시 예상 밖의 제안을 한다. 이번엔 SBS <영재발굴단>이란다. 지난 KBS <아침마당> 출연에 이어서.

MBC <놀면 뭐하니?> ‘뽕포유’ 프로젝트는 유재석이 헛웃음을 지을 정도로 예측 불가의 전개를 보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 속에서 박토벤 박현우가 일찌감치 “자넨 영재야”라고 했던 그 말이 떠오르는 와중에 <영재발굴단> 작가가 김태호 PD에게 보낸 메시지 속에는 트로트 영재 정동원군의 단독콘서트에 출연해달라는 간곡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투병하시는 할아버지를 위해 무대에 서는 자리인 만큼 정동원군이 좋아하는 유산슬이 함께 무대에 서면 좋을 것 같다는 것.



유재석의 헛웃음은 정동원군의 사연을 들으면서 진중해졌다.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픈 그 마음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김태호 PD는 그런 유재석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콘서트 당일에 있는 KBS <해피투게더4>에 양해를 구해 녹화시간을 당긴 후 정동원군의 콘서트 무대에 함께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유재석의 유산슬로서의 행보는 이제 지방행사와 홍보 등으로 본격화됐다. 만남의 광장에서 일일 매니저로 김도일, 조세호와 함께 지방행사를 하게 된 유산슬은 중간 중간 미리 준비되어진(아마도 김태호 PD가 사전에 깔아놓은 듯한) 일정을 소화했다. 망향휴게소에서는 트로트 선배들인 전여진과 이병철을 만나 화장실 앞 홍보를 했고, 구례5일장에 들러 박상철과 함께 흥 넘치는 시장의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순천의 기적의 도서관에서는 리모델링 재개관 행사에 참여해 아이들로 이뤄진 합창단과 ‘사랑의 재개발’, ‘합정역 5번출구’를 함께 부르는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일정 속에서 돋보인 건 지방행사 특유의 흥 많은 분들의 참여였다. 망향휴게소에서 만난 어르신은 모자를 벗었다 썼다 반복하며 민머리를 보여주는 특유의 춤동작으로 연예인들조차 빵빵 터지게 만들었고, 구례5일장에서는 쉬지 않고 춤을 추는 흥 많은 어르신으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기적의 도서관에서는 순수한 그 목소리들이 어우러져 유산슬과의 독특한 하모니를 만들었다.

이 즈음에서 생각해보면 과연 유재석이 아닌 유산슬이라는 캐릭터의 파괴력을 실감하게 만든다. 물론 동일인이지만, 유느님이라 일컬어져 온 유재석의 캐릭터에 트로트 신인 유산슬이 얹어지며 생겨난 확장성은 그 스스로도 놀랄 정도다. 그가 어떤 특정한 상황에 들어가 자신이 왜 이런 걸 하고 있지 하며 보여주는 그 헛웃음 속에는 유산슬이 만들어내는 확장의 힘이 담겨져 있다.



유산슬의 행보는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 새로운 캐릭터를 입히자 유재석의 가능성은 또 다른 방향으로도 한없이 커져나간다. 물론 이를 잘 받아 자기만의 캐릭터로 만드는 유재석의 능력이 전제된 것이지만, 그런 세계를 열어 놓은 김태호 PD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 자신이 어쩌다 하게 된 새로운 캐릭터와 그 행보들에 스스로도 놀라는 상황이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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