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장드라마, 연기자 경쟁력 약화의 주범!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막장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그동안 쌓아온 배우 생활에 금이 가는 일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본적인 상식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 있는 드라마들을 막장 드라마라고 생각 한다. 결국 시청률 싸움 탓에 지나치게 자극적인 드라마들이 넘쳐나는 것이다.”

지난해 7월1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가진 MBC주말극 ‘애정만만세’ 기자간담회에서 중견 연기자 천호진이 한 말입니다. “막장 드라마를 수십억 들여서 만들고 그런 드라마에 온 국민이 열광하는 게 무섭다. 그런 드라마 말고도 좋은 일로 시간을 쓸 수 있는 게 많은데 막장 드라마에 열광하는걸 보면 안타깝다. 막장드라마가 일반적인 것이 되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 든다.” ‘애정만만세’에 출연하고 있는 배종옥이 밝힌 바 있는 막장 드라마에 대한 입장입니다.

29일 마지막 회 방송을 앞둔 ‘애정만만세’는 요즘 점차 위력을 잃어가고 있는 막장 드라마의 종합 전시장이라고 할 만큼 개연성은 찾아볼 수 없고 출생 비밀의 극단화, 우연의 남발, 엽기적 캐릭터의 홍수, 왜곡된 가족관계의 확대재생산 등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킨 드라마로 꼽힙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애정만만세’는 한국 드라마사상 이혼과 출생의 비밀 등으로 가족 구성원의 관계가 비비꼬일대로 꼬여 가족관계가 가장 복잡한 드라마라고요. 방송되는 내내 막장 드라마에서 써먹었던 기법을 총동원해 시청자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막장 드라마들의 결말이 너무나 뻔하기 때문에 마지막 회를 앞둔 ‘애정만만세’의 결말에 대한 것보다 더 궁금했던 것은 막장 드라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한 바 있는 천호진 배종옥 등 출연 연기자들의 ‘애정만만세’을 끝마친 소감이나 심경입니다. 천호진이 말하는 ‘애정만만세’는 기본적인 상식에서 너무 많이 벗어난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애정만만세’는 배종옥이 언급한 수십억을 들여서 만든 막장 드라마의 표본으로 시청자들 정서에 악영향을 끼친 드라마라고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그래서 ‘애정만만세’의 출연한 천호진과 배종옥은 어떤 심경인 지 매우 궁금합니다.

근래 들어 막장 드라마의 홍수로 이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는 연기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연기자는 출연한 드라마로 평가받기 때문에 드라마의 완성도나 작품성 그리고 시청자나 전문가에 대한 반응과 평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캐릭터가 개연성이 떨어지고 막장일 경우, 연기자는 몰입하기가 힘들어 진정성 얻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캐릭터 소화력이 떨어져 연기자의 경쟁력이 추락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물론 연기자들이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가 방송되는 동안에는 설사 막장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고생하는 제작진과 동료 연기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막장 드라마에 대한 연기자의 비판 의견 개진이 활발하게 전개될수록 막장 드라마는 그만큼 설자리를 잃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연기자 박해미가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드라마가 방송되는 동안 직격적인 비판을 퍼부었던 것은 의미 있는 지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막장 드라마로 시청자와 전문가의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았던 KBS 일일극 ‘웃어라 동해야’에 출연하고 있던 박해미는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경박스러운 역할도 내가 해야지 누가 하겠나. 작가들 펜대에 놀림을 당하다 보니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 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날 선 지적을 했습니다.

물론 적지 않은 연기자들이 막장 드라마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중견 연기자 최불암은 “요즘 TV 보기가 안타깝고 부끄럽다. 시청자뿐만 아니라 출연하는 연기자도 납득이 가지 않는 막장 드라마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막장 드라마가 시청자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생각하면 무섭기 까지 하다. 그리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막장 드라마의 홍수는 좋은 드라마의 설자리를 잃게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중견 연기자 이순재 역시 막장 드라마에 대해 “요즘 시청률을 의식한 막장 드라마들이 심히 걱정된다. 드라마 작가 양식상 쓸 수 없는 것도 버젓이 방영되고 있다. 며느리와 시아버지가 바람난 이야기를 쓰면 시청률은 올라가겠지만 시청자의 정서는 황폐해진다”고 강조했습니다.

연기자 김정난은 “요즘 막장 드라마 때문에 말이 많다. 막장 드라마를 보면서 시청자들도 ‘저게 말이 돼’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연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설득력 없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안다”며 막장 드라마가 연기자에 미치는 악영향을 지적했고 김나운은 “막장 드라마처럼 자극성이 강해야지 여러분이 봐주시지 잔잔하고 애잔한 것은 시청률이 낮다. 그럼 일찍 종영하게 된다”며 시청자의 시청행태와 막장 드라마의 연관성을 적시했습니다.




물론 막장 드라마에 대한 다른 의견을 피력하는 연기자도 있다. ‘조강지처 클럽’‘수상한 삼형제’ 등 막장 드라마로 비판받았던 드라마에 출연한 연기자 안내상은 “바람 피는 것이 현실에 없는 일이냐.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며 동감을 했을 것이다. 현실적이지 않다면 분명 막장이다. 그렇다면 나 역시 연기를 하기 싫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현실적인 내용이라면 단순히 그 내용을 희화화하고 적극적으로 표현했다고 막장이라 비난 받는 건 옳지 못하다. 시청률 40%가 나온 드라마는 국민 드라마지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라며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에 시청자와 전문가들의 막장 드라마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반박했습니다.

노주현 역시 같은 맥락으로 막장 드라마에 대한 비판에 대해 반론을 폈습니다. 노주현은 ‘조강지처클럽’ ‘수상한 삼형제’ 등 막장 드라마라고 비판받는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에 대해 막장이 아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노주현은 “가끔 네티즌들이 문영남 선생 작품을 가지고 막장이라는 댓글을 남기는 걸 본다. 자주 들어가지는 않지만 그런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건 드라마를 모르는 친구들 이야기인 것 같다. 인간드라마고 서민드라마다. 디테일이 살아있고 리얼리티가 살아있기 때문에 연기자들이 하기가 편하다”고 수많은 시청자와 전문가와 다른 평가를 했습니다.

자신이 출연하는 드라마가 막장이라고 생각하는 연기자이든 막장이 아니라고 반박하는 연기자이든 막장 드라마 논란이 제기되고 비판이 쏟아지면 연기자들이 큰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입니다. 개연성이 전혀 없는 스토리 전개, 우연과 작위적인 빈발한 사건 남발, 황당무계한 캐릭터의 홍수, 선정성과 자극성의 확대재생산 등 막장 드라마로 인해 시청자 못지 않게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바로 막장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기자들입니다.

이제 연기자들도 드라마 특히 드라마에 대한 건강한 의견과 비판을 적극적으로 개진해 막장 드라마가 설자리를 없도록 노력해야합니다. 그것이 연기자 여러분들의 연기력과 경쟁력을 배가시키는 첩경이기 때문입니다. 연기자가 막장 드라마에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공감하지 못하는데 시청자는 그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을까요?

칼럼니스트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MBC, SBS, K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