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연예대상’ 통해 본 올해 KBS 예능의 의미와 한계

[엔터미디어=정덕현] 2019 KBS 연예대상은 새로운 프로그램보다 익숙한 장수프로그램들로 돌아갔다. 대상이 특정 MC가 아니라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들에게 주어졌고, 최고의 프로그램상도 <슈퍼맨이 돌아왔다>였다. 최우수상 역시 장수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박준형과 <살림하는 남자들2>의 김승현이었다.

2013년부터 시작한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대상과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받았다는 건 물론 새롭게 투입된 샘 해밍턴이나 박주호 가족 같은 새 얼굴들의 활약이 돋보였다는 뜻이다. 시청률도 무시할 수 없다. 정준영 사태로 <1박2일>이 중단된 후에도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줄곧 14%대(닐슨 코리아)를 유지하면서 주말 예능의 강자 자리를 지켜주었고, 시간대를 밤 9시15분으로 옮겨 SBS <미운우리새끼>와 맞붙게 되었지만 여전히 12%대까지 올라오며 선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KBS로서는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이렇게 해주는 게 고맙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올해 KBS 연예대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바로 <1박2일>의 중단이다. 물론 최근 다시 시즌4가 시작되면서 활기를 띠고 있지만 중단됐던 시간은 KBS로서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그간 KBS 연예대상에서 항상 중심에 서 있던 <1박2일>이 올해는 무관이 됐다는 사실은 올해 KBS 예능의 상황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개그콘서트>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유튜브 같은 새로운 채널들이 생겨나면서 웃음의 트렌드도 바뀌었고, 무엇보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지는 웃음에 대한 선호가 생겨나면서 무대 개그가 가진 한계를 분명히 만들었다. 박준형이 <개그콘서트> 코미디 부문의 최우수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래서 그를 다시 <개그콘서트>에서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반갑지만, 최근 몇 년 간 새로운 스타 개그맨을 탄생시키지 못했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매년 새로운 신선한 개그맨들의 산실이 됐던 <개그콘서트>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유재석이 아무런 상을 받지 못하고, 신동엽은 프로듀서 특별상을 이경규, 이영자가 베스트커플 상을 받았다는 건 올해 KBS에서 스타 MC들의 활약이 크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해피투게더>가 베스트 팀워크상을 받았지만 유재석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었고, 최근 <편스토랑>이나 <개는 훌륭하다>로 이경규가 KBS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어떤 성취를 말하기는 어려운 단계다. <불후의 명곡>, <안녕하세요>를 오래도록 해온 신동엽이나 역시 <안녕하세요>를 해왔던 이영자도 마찬가지다. 신동엽이나 이영자의 존재감을 KBS에서 확연히 느끼긴 어려웠다. 다만 늘 장수프로그램에 안정적인 진행을 하는 정도로 여겨질 뿐.

KBS 예능에 있어 2019년은 장수프로그램들 중심으로 잘 버텨낸 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다만 연말에 이르러 <1박2일> 시즌4가 돌아왔고, <씨름의 희열>이나 <정해인의 걸어보고서>, <스탠드업!>, <편스토랑> 같은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런칭되면서 내년을 기대하게 해주는 면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확연하게 예능계 전체를 흔들만한 메가 히트 프로그램은 나오지 않았다. 플랫폼의 특성에 맞춘 안정적인 시청률을 내는 프로그램도 좋지만, KBS만의 색깔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신상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도전이 아쉽다. 내년에는 그런 도전들이 이어지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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