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변신에 대한 유재석의 생각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유재석에겐 착한 이미지가 부담일까? 최근 들어 유재석이 착한 이미지로만 계속 갈 수 있을까에 대한 몇몇 논의들이 있었다. 유재석은 착하지만 유재석의 캐릭터는 간혹 까칠하고 독선적 면모마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유재석은 최근 ‘해피투게더3’에서 작가 앞에 놓여있는 게임 질문지를 받으러 나가면서 G4의 단장인 김준호에게 “후배 아니었어?”라고 말했다. 28일 녹화에서도 유재석이 게스트인 오재미에게 상황극을 유도하기 위해 코옆에 붙이는 점(소품)을 받으러 나오자 G4가 모두 따라나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후배에게 군기를 잡는 듯 한 유재석의 모습은 다소 어색했다.
 
최근 방송된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3탄에서 유 부장은 더욱 못된 상사로 변신했다. 젊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초고속 승진한 유 부장은 자신보다 나이 많은 박명수 차장 등 부하직원들에게 고지식하고 까칠하게 대한다. 새해 첫날 자신의 집을 방문한 박명수 차장을 가사도우미처럼 부려먹고, 윷놀이 게임에서는 자신의 팀이 지자 “우리 말이 하나도 없잖아”라면서 판을 엎어버렸다. 부원들과 식당에 가서는 메뉴를 반강압적으로 ‘쌉밥’으로 통일해버린다. ‘무도’를 패러디 대상으로 삼아 무리하게 스키점프대에 오르며 길에게 “버틸 수 있겠냐?”고 묻고 그때처럼 “못하겠다”고 하자 당시 방송과는 달리 길을 줄에서 밀어내버리며 “예능과 사회는 달라, 이 친구야. 나는 유부장이야”라고 말한다.
 
이런 모습들을 두고 유재석이 이미지 변신을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8일 ‘해피투게더3’ 녹화장에서 잠시 쉬는 틈을 이용해 만난 유재석은 착한 이미지에 대한 부담을 느껴서가 아니라고 했다. 유재석은 “해투나 무도나 상황이 재미있을 것 같아 해본 것이지 의도를 가지고 한 건 아니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런 것을 하면 내가 이렇게 되고 명수 형이 저렇게 되고 논의하거나 맞추고 나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재석은 이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나는 한주한주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지를 생각한다. 고민이라고 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지의 고민이고 부담이다”면서 “내 캐릭터가 이렇기 때문에(착하다는 표현은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이래야 된다는 건 없다. 보시는 분들이 재미있게 느끼는 게 중요하다. 내가 뭘 해도 시청자 분들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거다”고 설명했다.

유재석은 “보시는 분의 의견이나 반응에 항상 귀를 기울이면서 제작자(연출자, 작가)와 출연자들이 변화를 주면서 발전해나가는 것”이라며 “사실 해피투게더는 변화가 조금 늦어진 측면이 있다. 김광수 PD와 계속 회의하면서 변화시켜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





‘해피투게더3’는 최근 개그맨인 G4가 들어오면서 재미있어지고 활력이 생겼다. 반면 아직 자기 색깔은 확실하게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를 분명히 알고 있는 유재석은 과거 신동엽과 이효리가 했을 때의 ‘해투’의 정체성과 비교해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가야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무한상사편’에서도 유재석은 자신의 이미지 변신이라기 보다는 상황을 재미있게 꾸며보기 위한 애드리브를 구사한 것이다. 유재석을 자세히 보면 과거에도 깐족거리고 곤란한 질문을 기분나쁘지 않게 점잖은 표현으로 던지는 게 특기였다. 특히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는 MC와 멤버들에게는 약간은 함부로 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게스트는 철저하게 보호하고 배려해주는 스타일이다. 그러니까 함께 출연하는 MC나 멤버들은 한껏 망가져주고 놀러온 게스트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게 유재석의 방식이다. 그래서 강약, 완급의 밸런스를 맞추어나간다.
 
유재석은 ‘놀러와’ ‘해피투게더3’ ‘무한도전’ ‘런닝맨’ 등 지상파에서 주간 단위의 예능물을 4개나 이끌고 있다. ‘놀러와’ ‘해피투게더3’ 등 토크쇼에서는 MC들과의 관계변화 등을 통해 게스트에게도 활력을 이끌어낸다. 유재석-박명수의 조합이 계속되어도 식상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가끔 놀러온 손님의 입을 열게 하기 위해서는 주인들이 편안하게 해줘야 한다.
 
또 ‘무한도전’ ‘런닝맨’ 등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멤버들끼리 찧고 까불며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낸다. 유 부장이라는 독선적이고 까칠한 캐릭터는 시청자가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일 뿐이다. 유재석의 착한 이미지와는 관련이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KBS, MBC, 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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