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연기대상’, 지성 무관과 ‘VIP’ 수상에 남는 아쉬움

[엔터미디어=정덕현] <2019 SBS 연기대상>의 대상은 <열혈사제>의 김남길에게 돌아갔다. 데뷔 16년만의 첫 대상 수상이다. 김남길은 <열혈사제>의 김해일이란 신부 역할을 작품의 성격에 걸맞게 때론 코믹하고 때론 진지하게 풀어낸 장본인이다. 코믹과 진지함을 오가는 역할에 특히 탁월한 연기력을 보이는 김남길에게는 최적화된 캐릭터나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그는 이 역할의 옷을 입고 훨훨 날았다. 대상은 당연한 결과였다.

<2019 SBS 연기대상>에서 <열혈사제>는 김남길뿐만 아니라 이하늬(최우수연기상), 김성균(우수연기상), 열혈사제 가디언즈 오브 구담즈(조연상), 고준(조연상), 웨이브상, 음문석(신인상), 금새록(신인상)까지 수상함으로서 2019년 SBS 드라마의 가장 큰 성취로 기록됐다. 이러한 수상은 SBS가 금요일 밤에 새롭게 드라마 편성을 시도했고 그 첫 작품으로서 그 시간대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 작품이 <열혈사제>였다는 걸 생각해보면 충분히 납득되는 일이다.



<2019 SBS 연기대상>에서 <열혈사제> 다음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은 <배가본드>다. <배가본드>는 이승기, 배수지가 나란히 최우수연기상과 베스트커플상을 수상했고 문정희가 조연상을 수상했으며 한류콘텐츠상도 받았다. 시즌2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애매하게 시즌을 끝내버림으로써 많은 논란이 나왔지만 액션 블록버스터로서 주목받은 작품인 것만은 분명했다. 이승기야 몸 사리지 않는 연기를 했지만 배수지가 그만한 연기력을 보였는가는 미지수지만.

전체적으로 <열혈사제>와 <배가본드>에 상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작품들도 있었다. 그건 <의사요한>과 ‘VIP’다. 물론 ‘VIP’는 장나라가 프로듀서상을 받았지만 상의 명칭이 애매하기 이를 데 없다. 최우수연기상 같은 걸 줬다면 훨씬 어울릴 법하지만 그 자리는 이미 채워져 있어 프로듀서상을 준 느낌이다. 물론 2018년에도 프로듀서상이 남녀 부문으로 있었지만 그 상이 장나라에게도 어울리는지는 미지수다.



<녹두꽃>도 조정석의 최우수연기상과 한예리의 우수연기상에 그친 점은 아쉽다. <녹두꽃>은 지금껏 사극으로 잘 조명되지 않았던 동학농민혁명을 극적으로 재현해낸 작품으로 윤시윤이나 최무성, 최원영 등등 꽤 많은 연기자들의 호연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특히 윤시윤은 구한말 시대적 변혁기에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결코 표현하기 쉽지 않은 인물을 제대로 소화해낸 공적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아쉬움은 <의사요한>의 지성이 무관이라는 사실이다. 의학드라마 중에서도 통증의학과라는 새로운 소재를 가져와 생명과 고통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뭉클한 휴머니즘으로 그린 작품이다. <의사요한>이 지성이 빠진 채 이세영(우수연기상), 윤찬영(청소년연기상)의 수상에 그친 건 너무 박한 느낌이다.



<2019 SBS 연기대상>에서 특이한 또 한 가지 사실은 작품상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대신 한류콘텐츠상과 웨이브상이 추가되어 있지만 한 해의 작품을 선정하지 않은 점은 의아하다. <열혈사제>와 <배가본드> 같은 너무 블록버스터에 집중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남는다. 드라마는 흥행성도 중요하지만, 그만한 내적 완성도나 주제의식 또한 중요하다. <2019 SBS 연기대상>은 그런 부분에 대한 가치평가가 조금 뒤로 밀려난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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