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의 큰 그림에 유재석도 펄펄 나는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 “너는 공부하니? 깐족대는 거를 공부를 해?”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은 유산슬이 1집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금액을 정산하는 자리에서 은근히 자신을 놀리는 김태호 PD에게 웃으며 어이없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방송사 출연료들을 다 합쳐서 120만 원 정도가 나왔다는 것. 109일간 일해 왔던 걸로 나눠보면 일당 약 1만 1,000원 정도였던 것.

김태호 PD는 총액 120만 원을 연탄은행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유재석 이름으로 연탄은행에 7년째 기부한 누적 금액이 4억 3,000만 원이라는 기사가 난 걸 보고 김태호 PD는 120만 원은 유산슬 이름으로 기부하겠다고 했다. 굳이 그렇게 나눌 필요가 있냐고 유재석이 묻자 유산슬이 나중에는 유재석을 따라잡을 수도 있다는 말로 유재석을 헛웃음 짓게 했다. 유재석은 “다들 좋아하셔서 뭐라 할 수도 없고 난감하네..”라고 했다.



그래도 막상 수익금이 기부된다는 사실에 기쁜 얼굴을 보이는 유재석은 “이걸 미리 알았으면 수익적인 활동도 좀 많이 할 걸 그랬다”며 아쉬워했다. 그러자 김태호 PD는 곧바로 그걸 받아 적었다. 어딘가 미심쩍어 “뭘 쓰는 거예요?”라고 묻는 유재석에서 김태호 PD는 “까먹기 전에 ‘돈 되는 행사’”라고 적었다고 했다.

이 장면은 지금 현재 <놀면 뭐하니?>의 구도와 흐름을 가늠하게 해준다. 갑자기 드럼을 치게 해서 그 비트로 릴레이 음악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또 갑자기 트로트 가수 데뷔를 시도하게 해 유산슬이라는 신인 가수로 만드는 그 과정을 통해 유재석과 김태호 PD는 묘한 긴장감을 가진 이 프로그램의 양대 캐릭터로 서게 됐다. 유재석은 점점 김태호 PD에 대한 분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렇게 투덜대면서도 또 막상 닥치면 일을 척척 수행해내는 유재석을 통해 김태호 PD는 계속 새로운 기획들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유재석이 <무한도전>에서 불렀던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를 실제 미션화한 것처럼 보이는 지금의 흐름 속에서, 이제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시청자들을 귀가 쫑긋 세워진다. 김태호 PD가 ‘돈 되는 행사 요구’라고 적어 놓으면 언젠가 그런 미션이 유재석에게 일어날 것 같고, 유재석이 하하와 통화하는 와중에 하하가 김태호 PD가 육아방송하면 자기는 무조건 한다는 말도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유재석을 하하와 함께 하는 육아방송에 뛰어들게 할지 어찌 알겠는가.

특별한 한 끼를 준비했다면 MBC 구내식당에 내려갔다가 100인 분의 신년 떡국을 대신하는 라면을 끓이게 된 유재석은 투덜대면서도 역시 미션을 잘 수행해냈다. 물론 양이 들쭉날쭉하고 때론 면발이 살아있고 때론 불어터진 면발의 라면을 내놨지만 신년에 ‘유산슬’이 끓여주는 라면을 먹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복 받은 느낌’을 주지 않았을까.



갑자기 또 주어진 추격전 미션에서 도착해 보니 ‘인생라면’이라는 가게에서 새로이 개발된 ‘유산슬 라면’을 끓여야 하게 된 유재석은 이번에도 김태호 PD에게 당했다고 말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런 모습이 충분한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여기서 김태호 PD의 남다른 기획력이 또다시 번득인다. 과거 ‘인생라면’이라는 곡을 만들어내며 분식집에서 손님들에게 라면을 끓여줬던 그런 일을 다시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장성규부터 장도연, 조세호, 김구라, 박명수, 정준하 같은 반가운 얼굴들이 손님으로 초대된다. 그리고 덧붙은 ‘모두의 추억을 담은 <인생라면>’이라는 자막.



이 자막은 ‘인생라면’이라는 이 새로운 미션이 유재석의 인생에 도움을 주었거나 함께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담을 거라는 걸 보여준다. 그가 끓여주는 라면은 그들에 대한 고마움이나 헌사에 대한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을까. 깐족 학원이라도 다니는 거 아니냐고 유재석이 분통을 터트리지만 그런데 막상 해보면 본인도 또 시청자들도 기분 좋은 미션들이 김태호 PD의 큰 그림이라는 게 밝혀진다. 그리고 유재석은 의외로 그 일들을 척척 잘도 해낸다. 그러니 또 새로운 걸 자꾸 시켜보고 싶을 밖에. 유재석과 김태호 PD의 팽팽한 관계 속에서 <놀면 뭐하니?>는 쑥쑥 커나가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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