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준비 안 된 건 인정, 하지만 마인드가 없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백종원이 다시 뒷목을 잡았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101회로 새로 시작한 홍제동 문화촌 감자탕집은 마치 과거 포방터 시장 홍탁집을 보는 것만 같았다. 물론 상황은 조금 다른 면이 있다. 당시 홍탁집의 젊은 사장은 홀로 고생하며 가게를 지키는 어머니를 나 몰라라 하고 바깥출입이 잦았다. 요리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어 보였다. 결국 백종원은 그 가게를 물려 받겠다면서도 별 노력을 하지 않는 홍탁집 사장에게 질타를 가했다.

홍탁집의 이야기는 아마도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100회를 해오며 가장 화제와 논란을 만들었던 방송이 아니었을까 싶다. 결국 백종원의 음식은 물론 인성과 습관까지 바꿔놓는 솔루션을 통해 개과천선한 모습을 보여주며 그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그 후에도 계속 화제가 되었다. ‘돌아온 탕아’의 개과천선 사례로 계속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번 홍제동 감자탕집도 실질적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엄마와 그 가게를 이어받으려 한다는 아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점과, 그럼에도 대부분의 일은 엄마가 하고 있는 반면 아들은 태블릿 PC로 경기중계와 바둑 방송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엄마 역시 손님이 와야 주방으로 나올 정도로 의욕이 꺾여 있었다.

그런 집의 감자탕이 맛있을 리 만무했다. 결국 맛좋은 음식점의 기본 전제가 손님이 많아 음식 회전율이 빨라서 항상 신선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으로 보면, 이 집은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손님이 없어 미리 만들어놓은 재료들은 신선할 수가 없었고 그러니 이 재료들을 넣고 끓인 감자탕 맛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백종원은 며칠 지난 뼈와 시래기 심지어 감자까지 오래됐다며 모두 버리라고 충고했다. 투자 개념으로 조금씩 재료를 준비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오는 손님들에게 만이라도 그 맛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것.



하지만 이 집의 진짜 문제는 음식이 아니었다. 가게를 이어받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남일 쳐다보듯 도움을 주지 않고 있는 아들의 마인드가 문제였다. 어째서 그런 아들을 내버려두고 있었냐는 김성주의 질문에 엄마는 과거 자신이 힘들었던 시절 남편에게 겪은 상처를 아들에게 풀었던 잘못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아들에게 늘 죄지은 마음으로 살고 있어 그런 잔소리조차 하지 않고 있었던 것.

백종원은 벌써부터 눈치가 백단이었다. 아들 담당이라는 볶음밥을 해보라고 시키면서 그가 하는 요리를 지켜봤다. 서툰 칼솜씨는 그가 그다지 가게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걸 말해줬다. 다행스러운 건 볶음밥의 맛이 괜찮았다는 사실이다. 백종원은 요리에 소질이 있다며 당근을 던져줬다. 그러면서 일주일동안 해야 할 숙제를 내면서 “숙제를 못하면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다음 주 예고편에 나온 짧은 영상 속에서 혈압을 올리는 백종원의 모습이 등장했다. “저희 것보다 맛있는 걸 못 먹어봤다”며 변명하는 아들에게, 변한 게 없다며 “지금이라도 다른 일을 하라”고 했던 것.



또 다시 빌런의 탄생이 예고되는 순간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때론 논란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이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끌어올리고 성장시킨 동력이 되기도 하는 빌런의 탄생. 과연 감자탕집은 어떤 극적인 변화를 보여줄까. 뒷목 잡은 백종원이 마지막에는 웃게 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