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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 돌리면 나오는 ‘맛있는 녀석들’, 이 뚱보들이 장수하는 비결
기사입력 :[ 2020-01-17 13:19 ]


‘맛있는 녀석들’ 5주년, 음식 예능 하강기라 더 빛나는 장수 예능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이하 <맛녀석>)이 곧 방송 5주년을 맞는다. 케이블 채널 코미디TV가 2015년 1월 30일 ‘먹어본 자가 맛을 안다’라는 콘셉트로 유민상, 김준현, 김민경, 문세윤 4MC의 맛있게 먹는 모습을 안방극장에 선보인 지 5년이 됐다. 폐지가 잦은 최근 예능 흐름으로 보면 5년은 장수 예능으로 접어드는 기점으로 봐도 무방할 듯싶다.

인기의 척도인 시청률(본방송)은 보통 1% 전후로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채널 접근성이 지상파, 종편, CJ E&M 채널에 비해 많이 낮은 편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시청률이기는 하다. 진가는 재방송에서 드러난다.



15일 현재 공개 편성표상으로 코미디TV를 포함해 11개 케이블 채널(드라맥스, FOX, CNTV, UMAX, K-STAR, LIFE U, 라이프타임, EXF+, 하비라이프, SKY ENT)에서 방송 중이다. 이 채널들을 통해 1일 35~40회나 재방 중이니 하루 언제든 채널만 돌리면 어딘가에서 만날 수 있다.

<맛녀석>에 견줄 프로그램이 있긴 하다.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이하 <자연인>)는 재방송 채널수와 횟수에서 <맛녀석>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자연인>은 주시청층이 중장년층 남성으로 한정된 반면 <맛녀석>은 훨씬 폭넓은 시청자층에서 사랑받고 있다. 굳이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두 프로그램 모두 케이블의 ‘국민 프로그램’이라 불릴 만한 방송 물량을 보여주고 있다.

<맛녀석>은 음식 예능이 하강기에 접어든 시점에 5주년을 맞이했다. 음식 예능은 2010년대 중반 급증한 먹방, 쿡방, 맛집소개 프로그램 유행이 시간이 흐르면서 최근에는 기세가 꺾인 상황으로 평가받고 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종영하고 tvN <수요미식회>는 다음 시즌 일정을 정하지 못한 채 사실상 종영하는 등 음식 예능을 대표하는 프로그램들이 최근 그 역사를 마무리했다. 물론 SBS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 등 백종원표 예능들은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통 음식 예능을 탈피해 창업, 경영 컨설팅을 가미한 변칙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JTBC <한끼줍쇼> tvN <삼시세끼> <강식당> 등 인기 음식 예능들이 시청률 하락을 겪고 있기도 하다. 음식 예능은 단독 프로그램에서 점점 <나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이상 MBC) tvN <놀라운 토요일>에서처럼 프로그램의 일부로 축소되는 흐름도 보인다. <맛녀석>은 음식 예능의 이런 하향세 속에 장수 예능으로 돌입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맛녀석>은 사실 처음 출발 당시 특징이 모호해 생존을 걱정하는 의견도 꽤 있던 프로그램이었다. ‘맛집을 돌아다니면서 (먹어 본 놈이 맛을 알기에) 맛있게 먹는 노하우를 전한다’는 컨셉트를 내세웠는데 맛집 소개는 제한적인 식당수로 한계가 있는 포맷이었다. 맛있게 먹는 노하우는 다른 음식 예능의 정체성들에 비해 명확하지도 않고 임팩트도 약했다.



방송에서 맛팁을 소개하는 구성은 있지만 승부처는 따로 있었다. <맛녀석>은 먹방의 근본으로 승부했고 통했다. 그저 ‘잘 먹고 실컷 먹는’ 것을 제대로 하는 것에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맛집 소개의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었고 먹방은 계속 됐지만 프로그램의 인기는 탄탄했다.

포맷이 단순하다 보니 편안한 시청이 가능하다. ‘채널 돌리다가 나오면 그냥 틀어놓고 다른 일 하다가 방송 보다가 하게 된다’는 많은 시청자 의견처럼 일상의 일부가 되는, 남다른 반응도 얻고 있다. 단순해서 대단해 보이지 않았던 포맷이 근본에 충실하니 오히려 더 오래 사랑받는 아이러니를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맛녀석>은 다른 장점들도 있다. 우선 네 MC가 콩트가 가능하다는 점은 프로그램의 장수에 큰 기여를 했다. 먹방만으로 지루할 수 있는 약점을 잘 보완했기 때문이다. 네 MC의 캐릭터가 초반 잘 구분돼 잡힌 것도 프로그램이 재미를 안정적으로 뽑아내는데 힘을 보탰다.



제작진도 칭찬받을 만하다. 편집, 자막, CG, 배경음악 등 프로그램 곳곳에 예능감 좋은 연출로 재미를 높였다. 음식 못 먹는 벌칙자를 정하는 ‘쪼는맛’ 코너가 5년 긴 세월 동안 꾸준히 기발하고 흥미로운 발상을 보여준 것이 대표적인데 프로그램 전반에서 느껴지는 성실함도 빼놓을 수 없다. 각종 특집과 다른 인기 예능 패러디를 낳은 기획력도 맛깔났다.

<맛녀석>의 혼은 역시 진정성 있는 먹방이다. 유튜브 먹방에서 종종 ‘다 안 먹고 먹은 듯이 방송한 것 같다’는 조작 논란이 일어날 만큼 ‘맛있게 실컷 잘 먹는’ 먹방은 생각보다 제대로 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맛녀석>의 네 MC는 종종 ‘실제로는 더 먹었는데 방송에서 줄여서 보여줬다’라는 역조작론을 우스개로 제기하며 시청자들이 즐거워할 정도로 먹방을 제대로 한다. 먹방이 유행하는 이유는 여러 분석이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못 먹는 대중들에게 대리만족을 시켜주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먹거리가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는 있지만 건강이나 다이어트 때문에, 늘 쫓기는 사회생활 분위기로 인해, 또는 경제적인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즐겁게+맛있게+실컷’ 제대로 먹는 식사는 가만 따져보면 별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맛녀석>들은 오래 사랑받아왔지만 앞으로도 채널 어디선가 늘 방송되고 있을 것이다. 방송 시작 이후 계속 부풀고(?) 있는 듯한 MC들의 몸이 좀 걱정될 정도로 진정성 가득하게 먹는 일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코미디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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