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금밤’ 실험정신 갉아먹는 밋밋한 내용, 나영석의 다음 수가 필요하다

[엔터미디어=정덕현] 나영석 PD가 숏폼이라는 새로운 형식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이대로 정착할 수 있을까. 현재의 6개 코너로만 본다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이 형식 실험만 가지고 성취를 이루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그 형식 실험에 맞는 참신한 내용이다.

<금요일 금요일 밤에>에 포진된 6개 코너들은 분량이 15분 내외로 짧아졌다는 것을 빼고나면 어디선가 봤던 익숙한 것들이다. 이승기가 여러 노동의 현장에 뛰어들어 하루의 체험을 보여주는 ‘체험 삶의 공장’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체험 삶의 현장>에서 따온 것이다. 여러 연예인들이 출연하던 것을 이승기 원톱으로 바꾸고 시간을 대폭 줄여 노동의 여러 단계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이 코너는 나름의 재미 요소들이 있다. 일단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보던 어떤 물건들이나 음식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가를 보는 재미가 가장 크다. 그리고 이승기가 그 노동을 수행하는 과정과 마지막에 ‘참회의 시간’을 통해 그날의 노동을 스스로 품평하는 코너도 들어있다. 하지만 기획만으로 보면 제목만 봐도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떤 장면들이 나올 것인지 대체로 예측이 가능하다. 유튜브 채널의 짧은 동영상들이 갖는 최대 장점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 불가한 새로움이라고 볼 때 이 코너는 생각만큼 시청자들을 기대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형식을 실험적으로 가져왔지만 기획적 포인트들이 너무 약하다는 것.

이런 사정은 나영석 PD가 이서진과 함께 뉴욕을 여행하는 ‘이서진의 뉴욕뉴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이서진이라는 인물의 개성이 묻어나 있기 때문에 이 뉴욕 여행의 특별함은 분명히 존재한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역시 “미국은 차이나타운”이라고 말하고 차이나타운을 방문해 중국음식을 먹는 대목이나, NBA 경기를 보러가서는 시차적응을 못해 잠이 들어버리고 얼떨결에 티셔츠를 얻는 우연적 요소들은 역시 여행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서진과 나영석 PD 그리고 여행이라는 코드는 역시 그리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숏폼이라는 파격적 형식에 무언가 다른 걸 기대한 시청자라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홍진경의 ‘내 친구네 레시피’는 전형적인 쿡방과 먹방이고, ‘신기한 과학나라’, ‘신기한 미술나라’는 <알쓸신잡>에서 많이 봐왔던 인문학적 요소와 예능 토크가 곁들여진 기획이다. 그나마 나영석 사단이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당신을 응원합니당’은 스포츠 꿈나무들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노력하는 스포츠인들을 응원한다는 좋은 취지를 담고 있지만 이런 소재 역시 어디선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봤던 기시감이 든다. <일밤>에서 종종 시도됐던 스포츠 예능의 숏폼 형식이랄까.

나영석 PD가 유튜브 시대에 맞춰 숏폼이라는 새로운 형식 실험을 tvN에서 시도한다는 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형식 실험만큼 중요한 건 그 새로운 형식에 걸맞은 새로운 소재들과 기획,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일이다. 기존 방송에서 해왔던 소재나 기획들을 그저 숏폼 형식 안으로 넣는다고 새롭게 느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금요일 금요일밤에>는 그냥 금요일 밤 별 생각 없이 편안히 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긴 하다. 하지만 나영석 PD라는 이름값이 있고 거기에 더해진 새로운 형식 실험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보면 너무 밋밋한 게 사실이다. 이 프로그램이 금요일 밤의 버라이어티 콘텐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형식에 걸맞은 참신한 기획이 절실하다 여겨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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