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예능의 선두 ‘뭉쳐야 찬다’가 스포츠 예능 같지 않은 이유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JTBC <뭉쳐야 찬다>(이하 <뭉찬>)는 스포츠 예능이다. 축구 스타 출신 안정환을 감독으로, 멤버가 일부 들고 나기는 하지만 이만기, 허재, 양준혁, 이봉주, 여홍철, 이형택, 김병현, 진종오, 김동현, 김요한, 모태범, 박태환 등 타 종목의 레전드들과 김용만, 김성주, 정형돈 등 MC가 모여 조기축구계 전설이 되려는 컨셉트다.

어쩌다FC라는 팀명 아래 대개 한 회차를 훈련, 다른 팀과의 경기 두 부분으로 구성해 스포츠 레전드들의 축구 적응과 승리 도전기를 보여준다. 일요일 저녁 다음날 출근을 앞두고 휴식을 취하는 남성들의 마음을 주로 사로잡아 지난해 11월 최고 시청률 7.2%(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고 최근은 5~6%대를 유지하고 있다.

<뭉찬>의 인기는 예능가에 스포츠 유행을 불러 일으켰다. 새해 들어 어린이들의 축구 성장기인 KBS2 <날아라 슛돌이-뉴비기닝>과 연예인 농구단의 승리도전기 SBS <진짜농구 핸섬타이거즈>가 잇따라 편성됐고 tvN <금요일 금요일밤에> 한 코너인 ‘당신을 응원합니당’도 스포츠를 다루면서 <뭉찬> 이후 유례없는 스포츠 예능 전성시대가 열렸다.



사실 스포츠는 예능에서 선호되는 장르는 아니었다. <날아라 슛돌이>가 인기를 얻었고 KBS2 <우리동네 예체능>이나 tvN <버저비터>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동안 소수였고 이번처럼 같은 시기에 복수의 프로그램들이 방송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뭉찬>은 그런데 스포츠 예능 같지 않다. 스포츠 전설들이 운동을 하는 포맷이라는 점에서는 맞는데 재미 핵심 요소가 일반적인 스포츠 예능의 방식과는 좀 다르다. 스포츠 예능은 실력이 다소 부족한 출연자들의 성장기가 중요하다. 좀더 우위의 상대방과 경쟁해 승리를 거둬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유발한다.

하지만 <뭉찬>은 아직 승리가 없다. 20일까지 30회 방송 동안 18전 전패를 기록하고 있다. 초반 골도 기록하지 못하던 때에 비해 종종 득점도 하고 실점도 많이 줄었지만 실력이 늘어가는 속도는 상당히 더딘 편이다.



반 년 늦게 시작된 <날아라 슛돌이-뉴비기닝>이나 <진짜농구 핸섬타이거즈>에서 먼저 첫 승이 나올 것 같을 정도로 <뭉찬>은 좀처럼 승리가 가시화돼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제작진은 승리를 최대한 뒤로 늦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다FC의 실력이 늘어감에 따라 섭외하는 상대팀도 그에 비례한 강팀으로 상향 조정하는 듯도 하다. 그런데 <뭉찬>은 괜찮다. 시청자들이 승리를 바라기는 하지만 승패가 충성도를 크게 좌우하지는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뭉찬>은 스포츠 예능의 선두지만 이단아이기도 하다. 시청자들이 <뭉찬>에서 가장 보고 싶어하는 것은 따로 있다.

<뭉찬>의 최고 재미는 ‘그래도 슈퍼스타 선수 출신인데 우리와 다르겠지’라는 선입견이 깨지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뭉찬>은 40, 50대가 선수 구성의 다수를 차지한다. 운동선수로는 노쇠한 나이대이고 선수 시절의 부상 후유증이나 혹사로 현재 몸상태가 동년배 일반인보다 못한 멤버도 있다.



허재를 필두로 양준혁, 여홍철, 이형택 등 <뭉찬>의 많은 멤버들이 체력 부족으로 헉헉대고 열심히 하기 싫어 꾀를 부리기도 한다. 훈련이나 경기에서 실력 향상은 더디고 투덜대고 서투른, ‘우리와 별 차이 없는’ 스타들의 인간적인 모습에서 재미가 발생한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느끼는 그런 동질감에서 오는 친근함은 재미에 온기를 더해 재미를 증폭시킨다.

스타는 동경과 친밀함을 오간다는 스타론을 대입하면 <뭉찬>의 레전드들은 현역 시절에는 동경을 전했고 이제는 친밀해진 모습으로 더 입체적인 스타성을 갖추게 됐다. 사실 투덜대고 꾀부리고 서툴고 하는 모습들은 일반적으로는 긍정적인 가치가 아니다.

하지만 이 스타들은 좀 그래도 된다. 상상을 초월하는 연습량과 승리에 대한 무서운 투지, 여러 번 한계를 넘어서는 성장을 이뤄낸 성실함 같은 것들을 현역 시절 넘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다른 스포츠 예능에서는 ‘미운 짓’이 될 모습들이 유독 <뭉찬>에서는 반전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뭉찬>은 전혀 다른 분위기인 JTBC <캠핑클럽>과도 닮은 지점이 있다. <캠핑클럽>은 핑클 멤버 모두가 모여 캠핑을 하고 서로를 다시 알아가는 관찰 예능이다. 활동기에 요정으로 완벽하게 살아야 했던 이들이 과거에 감춰야 했던 인간적 면모를 공개하고 세월의 흐름에 더 편안해진 모습들을 드러내면서 <뭉찬>과 비슷한 원리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만 <뭉찬>의 최근 시청률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정점에서 다소 하락해 정체 중이다. 돌파구가 스포츠 예능 본연으로 돌아가 첫 승이 될지, 아니면 현재까지 흐름을 이어가 스포츠 레전드들의 친근함에 대한 또 다른 버전일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일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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