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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금밤’ 평타 시청률에도 숨길 수 없는 나영석 사단의 자부심
기사입력 :[ 2020-01-20 15:59 ]


나영석 사단이기에 가능한 실험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10인 6코너 옴니버스 예능’이란 부제를 내세운 나영석 사단의 새 예능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실험적인 성격을 띠고 편성된 예능이다. 여기서 편성된 예능이란 말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30년도 전에 정립된 방송가의 룰이 최근 편성 전쟁이란 이름과 꼼수라는 출구전략으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 재편되는 와중에 가장 정공법으로 변화를 마주한 시도기 때문이다.

MBC <일밤>을 연상시키는 레트로한 제목 그대로 <금금밤>은 버라이어티하다. 다만 쇼버라이어티가 아니라 소재와 출연자의 버라이어티다. 체험 노동, 집밥 요리, 과학과 미술, 여행, 스포츠 중계 콘텐츠와 같은 각기 다른 6개 소재의 콘텐츠들이 15분 내외로 짧게 편성된 숏폼(short-form)형태로 이어붙이고, 은지원, 송민호, 이서진, 김상욱 등 익숙한 인물, 이승기와 같은 반가운 인물, 홍진경, 장도연, 박지윤, 한준희 등 새로운 인물을 다양하게 등장시킨다.



나영석 사단이 모바일 컨텐츠 같은 분량과 방식의 숏폼 예능을 TV에서 시도한 결정적인 이유는 유튜브다. 시청률은 점점 떨어지고, 젊은 세대는 점점 TV를 떠나는 오늘날 ‘미래예능’이란 문제의식을 갖고 유튜브라는 더 큰 새로운 세상으로 나갔다. 정규 편성 프로그램임에도 유튜브에 본편을 올리고, 방송은 압축된 버전으로 내보내며 패러다임을 전환한 <아이슬란드로 간 세끼>를 시작으로 강호동의 <라끼남>까지 연이어 성공시켰다. 그리고 이 과정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소통한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는 현재 14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대형 채널로 거듭났다.

물론 2017년 15분 편성의 8부작 파일럿으로 열풍을 일으킨 KBS2 <김생민의 영수증>도 있었으니 숏폼 자체가 최초라거나 시도 자체가 놀라운 변혁은 아니다. 다만, 유튜브를 인식해서 숏폼 형태의 방송을 편성한 최초의 사례다. 최소 60분 이상 편성되어야 하는 행정적 이유나 점점 길어지는 예능 작법의 추세를 따르는 대신 점점 짧은 콘텐츠를 즐기는 현대인의 영상 콘텐츠 소비습관을 반영해 모바일 콘텐츠 스타일을 TV 예능에 이식시켰다. 방송 중 다음으로 볼 미리보기를 썸네일로 등장시키는 것도 유튜브를 연상시킨다.



이처럼 유튜브 시대에 TV콘텐츠 제작자들이 갖는 문제의식, 목적에 따른 설계는 매우 시의적절하고 꽤나 적극적이고 유연하다. 그런데 눈에 띄는 점은 <워크맨>이나 <와썹맨>처럼 TV제작자들이 작정하고 만든 유튜브 콘텐츠와 달리 정작 펼쳐놓은 콘텐츠들은 시간만 짧아졌을 뿐 굉장히 친숙한 예능이란 데 있다. <체험 삶의 현장>과 <알쓸신잡>, <짠내투어>를 위시한 여행 예능과 <수미네 반찬>등의 집밥 레시피 콘텐츠, <인간극장>, <다큐3일>, <편애중계> 등등 보고 있으면 익숙한 그림이 여러 장면 떠오른다. 편성과 기획은 굉장히 실험적인데 정작 내용은 지극히 기존 방송에 가깝다는 게 굉장히 흥미롭다.

그 이유가 유튜브 스타일을 적용하지 못해서는 아닌 듯하다. <아간세>나 <라끼남>은 유튜브 감수성을 그대로 살려 만든 콘텐츠로 사랑을 받았다. <금금밤>의 진짜 실험은 기존의 다양한 방송 콘텐츠를 유튜브와 같은 모바일 콘텐츠의 틀에 담아보는 데 있는 듯하다. 이승기가 출연하는 <체험 삶의 공장>은 오마주가 느껴지는 제목이고, <내 친구네 레시피>는 홍진경이 친한 동료의 집에 찾아가 어머니에게 레시피를 배우는 전형적인 인맥을 활용한 방송이다. 나영석PD와 이서진의 예의 그 티키타카가 빛을 발하고 로컬 중심의 여행 루트가 돋보이는 ‘이서진의 뉴욕뉴욕’, 김상욱 교수와 양정무 교수가 각각 출연하는 ‘신기한 과학나라’와 ‘신기한 미술나라’는 설민석 등이 해온 지적 욕구 채워주는 전문가 예능의 유튜브 버전이다. 제주 동남초 학생들의 유도 대회를 스케치한 ‘당신을 응원합니당’는 재미도 재미지만 의미와 감동을 담은 휴먼 콘텐츠다.



문제는 익숙한 콘텐츠가 익숙지 않은 틀에 담긴 이질감이다. 또한 오늘날 예능 문법에 필수적인 성장, 캐릭터 같은 스토리라인의 요소가 없다. TV를 즐겨보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확실한 구심점이 될 만한 펀치라인이 없다. 물론, 기존 법칙을 탈피하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했겠지만 만약 각 꼭지들을 60분 이상으로 늘렸으면 더욱 재밌을 것 같다는 데서 아쉬움이 있다. 또한 특정 알고리즘 없이 준비한 많은 가짓수의 다양함은 외연확장보다 충성도 약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모든 콘텐츠에 관심을 다 갖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실험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유튜브 시대에 기존 예능 문법을 탈피한 비전을 제시했고, 그래야만 한다는 여론을 조성했다. 또 이른바 방송 시간만 짧아졌을 뿐 맥락의 점프컷이나 수위 차이로 재미를 만드는 유튜브 스타일 대신 TV예능 콘텐츠로 승부를 보는 자부심을 반영했다. 무엇보다 관찰예능의 대세가 굳어짐에 따라 다양성이 사라지고, 기존 편성 규칙과 대중성을 고려했을 때 기회를 갖기 힘든 아쉬운 기획들을 선보일 수 있는 대안적 성격도 띤다.



나영석 PD도 한 인터뷰에서 “60분짜리로 만들면 좀 부담스러운 소재들이 많다. 각자의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좀 더 시청자에게 다양한 것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런 실험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장의 시청률이 높다곤 할 수 없지만 워낙에 보여준 것이 많은 나영석 사단이기에 가능한 실험은, 그들을 포함한 많은 예능 제작자와 편성 관계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영감을 줄 것이 분명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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