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부2’, 한석규 같은 사부와 성장하는 안효섭과 이성경

[엔터미디어=정덕현] 보통 금요일을 우리는 ‘불금’이라 부르지만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 돌담병원의 금요일은 ‘살아있는 금요일의 밤’이라 불릴 정도로 아비규환이 되는 요일이다. 유독 사고들이 많아 갖가지 환자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 눈치 챘다시피 ‘살아있는 금요일의 밤’이라는 부제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따온 것이다. 그만큼 죽었다 복창해야 하는 정신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고라니가 갑자기 나타나 생긴 버스 사고 때문에 외국인 공연단 사람들이 큰 부상을 입고 들어오고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약을 먹인 후 스스로 뛰어내려 동반자살을 하려던 가족이 응급실로 실려 들어온다. 또 일반 감기약을 과다복용해 의식이 없는 아이까지 응급실에 실려 오면서 의사와 간호사들은 정신없는 상황이 된다.

그런데 이 상황을 케어해야 하는 서우진(안효섭)은 동반자살 가족 때문에 과거 자신에게도 벌어졌던 가족동반 자살시도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굳어버린다. 김사부(한석규)는 자살시도를 한 아빠를 살피하고 했지만 서우진은 왜 죽으려 한 사람을 굳이 살려야 하냐고 거부한다. 트라우마 때문에 서우진은 그 ‘살아있는 금요일의 밤’에 응급실을 떠나버린다.



결국 김사부가 이 많은 환자들을 동시에 봐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자살을 시도한 아빠와 버스 사고로 심각한 고관절 골절을 입은 외국인 남자를 동시에 수술해야 하는 입장. 김사부는 박은탁(김민재)을 시켜 서우진을 부르고, 수술방 트라우마가 있는 차은재(이성경)에게 약통을 건네며 그 약을 먹고 수술방으로 오라고 명령한다.

급하게 두 환자의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마취과 의사도 부족하고 수술과 서포트를 해줘야 할 서우진과 차은재도 아직 도착하지 않자 김사부는 고민에 빠진다. 마침 김사부에게 경쟁의식을 느낀 박민국(김주헌)이 돌담병원 원장직을 수락하기로 마음먹고 마취과 의사를 지원해주고, 서우진과 차은재가 나타나 수술이 시작된다.



다행스럽게도 서우진과 차은재는 그 수술을 통해 트라우마 극복에 한 걸음을 내딛는다. 서우진은 동반자살을 시도했던 아빠를 성공적으로 수술하고, 차은재는 수술방 트라우마를 넘어서 끝까지 서포트를 해낸다. 아직 밝혀진 건 아니지만 김사부가 차은재에게 건넨 약은 ‘플라시보(위약)’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믿음을 주기위해 플라시보를 써서 트라우마를 이겨내게 하지 않았을까.

<낭만닥터 김사부>는 사실 그 제목에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가 거의 담겨있다. 낭만과 닥터와 사부가 그 키워드다. 사실 우리네 사회에서 배울만한 어른은 점점 판타지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다. 물론 숨은 어른들이 많겠지만 안타깝게도 신문지면을 채우는 건 어른보다는 흔해빠진 꼰대들이다. 그래서 <낭만닥터 김사부>는 꼰대가 아닌 진정한 사부가 될 수 있는 어른을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의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있다.



그 사부의 모습은 물론 ‘낭만적’인 것이지만, 그래서 각박한 현실에 더 묵직한 메시지를 남긴다. 의학드라마이면서도 <낭만닥터 김사부>가 다르게 보이는 지점은 바로 ‘우리 시대의 사부 혹은 어른’을 이야기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진정한 사부가 있어야 현실에 상처 입은 청춘들도 트라우마를 넘어 성장할 테니.

‘살아있는 금요일의 밤’은 그래서 다른 의미로도 들린다. 모두가 불금을 즐길 때도 저렇게 사투를 벌이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래서 그 금요일이 ‘살아있을 수’ 있다는 것. 진정한 사부들이 있고 그 사부들과 함께 성장하는 청춘들이 있어 그게 가능하다는 그런 의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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