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또 보고... ‘미스터트롯’에 빠져든 어르신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재방에 삼방을 하고 베스트로 편집하고 특집으로 재구성한다. 마치 명절에 부쳐놓은 전을 밥 반찬으로 또 안주로 데워먹고 찌개를 해먹는 것만 같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 이야기다. 물론 <미스터트롯>은 명절이 아닌 평일에도 재방에 삼방을 하는 프로그램이고 그 때마다 일정 이상의 시청률을 꾸준히 가져가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명절을 만나니 이만한 사골이 없다. 끓여서 내놓기만 하면 보고 또 보는 어르신들이 있어서다.

명절이 시작되는 23일 밤 <미스터트롯>은 본방을 했다. 최적의 시점에 들어간 것. 시청률이 무려 19.3%(닐슨 코리아)가 나왔다. 지상파까지 통틀어도 넘사벽 시청률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미스터트롯>의 힘은 설날 당일인 24일에도 또 그 후에도 설날 내내 이어졌다. 24일 <설날엔 미스터트롯>으로 지금껏 해왔던 방송분을 신동부, 직장인부, 타장르부 등등으로 나누어 재구성한 프로그램이 6.8%를 찍었다. 명절 당일 시청률로는 놀라운 수치다.



25일에는 23일 방영됐던 <내일은 미스터트롯>을 재방송했다. 역시 6% 시청률을 찍었다. 26일에는 <내일은 미스터트롯 베스트>라는 제목으로 또 재방송됐다. 이 프로그램 역시 6%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런 재방송 시청률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tvN에서 14.6%의 최고 시청률을 낸 <사랑의 불시착> 역시 명절 내내 재방송에 스페셜 방송을 했지만 2%에서 4% 대 시청률 정도였다. 이것도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미스터트롯>에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보인다.

<미스터트롯>이 이처럼 늘 먹히는 사골 방송이 된 건 중장년 고정 시청층이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종편 채널 중에서도 TV조선은 보수적인 채널로서 젊은 세대들은 거의 유입이 되지 않지만 나이든 세대들은 더 두터운 고정 시청층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세대는 한번 제대로 취향 저격을 하면 좀체 채널을 돌리지 않는다. 나아가 한 번 본 것이라고 해도 또 보는 반복 시청 또한 즐긴다.



<미스터트롯>은 이제 각 부로 나뉘어 저마다의 기량을 보여주던 단계를 넘어 출연자들이 추려졌고 팀 미션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 또한 보여줬다. 그리고 이제 1대1 대결이라는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경쟁에 들어선다. 볼거리와 트로트의 맛이라는 <미스터트롯>이 보여주는 두 가지 지점은 중장년 고정 시청자들을 계속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그래서 다소 눈살이 찌푸려지는 과도한 퍼포먼스가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마스터들의 올하트를 받은 아이돌부가 부른 김종찬의 ‘토요일은 밤이 좋아’는 무대 자체는 좋았지만 그걸 과연 트로트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되는 지점이 있다. 젊은 시청자들이라면 이런 부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중장년 고정 시청자들은 그걸 하나의 쇼로 보면서 수용하는 경향이 있어 별다른 문제로 지적되지 않는다. 이건 출연자들이 뜬금없이 복근을 내보이거나 웃통을 벗어도 그냥 넘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통 명절이면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주목을 끌었지만 이번 명절에 지상파들은 거의 파일럿 방송을 하지 않았다. 그건 최근 지상파들이 겪고 있는 재정적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명절 파일럿 프로그램이 성공한다고 해도 정규편성됐을 때 그만한 반응이 나오지 않는 걸 경험하게 되면서다. 명절에는 명절에 맞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 그런 점에서도 <미스터트롯>처럼 누구나 편하게 별 고민 없이 틀어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최적일 수밖에 없다.

<미스터트롯>의 성공은 그래서 향후 종편 채널들이 그 채널의 고정 시청층을 공략해야 한다는 강력한 동인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한번 눈도장을 찍게 되면 보고 또 봐도 충성도 높은 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명절의 진정한 승자는 그래서 <미스터트롯>이 아닐 수 없다. 재방에 삼방, 베스트에 재편집을 해도 먹히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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