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동과 바다’, 뻔할 수 있는 먹방 달리 보이게 만든 강호동

[엔터미디어=정덕현] 올리브 TV <호동과 바다>는 예능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표방했다. 하지만 강호동이 출연한다는 사실은 과연 다큐멘터리가 가능할까 싶은 선입견을 갖게 만든다. 아마도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들에게 이 부분은 가장 큰 고민거리였을 게다. 지금껏 <1박2일>부터 다져온 예능의 틀이 강호동에게는 어디서든 불쑥불쑥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큰 소리로 외치는 그 모습은 <1박2일>에서 어떤 지역을 소개하는 멘트 톤을 연상케 하고 음식을 먹으며 짓는 다소 과장된 표정과 리액션 역시 그렇다. 아주 특별한 풍광 앞에서 호들갑을 떨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모습 또한 다큐멘터리의 차분함과는 사뭇 대조되는 예능적 느낌이 묻어날 테니 말이다.



<호동과 바다>는 그래서 자꾸만 이 프로그램이 다큐멘터리라는 걸 강조하고 강호동 스스로도 다큐에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는 걸 토로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때론 너무 흥분한 강호동의 모습에서 슬쩍 다른 장면을 끼워 넣어 ‘화면 조정 중’이라는 자막이 들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강호동은 다큐멘터리라고 자꾸만 강조하면서도 자꾸 예능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건 어쩌면 이 프로그램이 짚어낸 독특한 지점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다큐와 예능 사이를 슬쩍 슬쩍 넘나들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맛.

첫 방송에서 강호동이 주문진항으로 가 그 곳에서 대방어 잡이 어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 조업을 하는 장면은 다큐멘터리라는 그 색깔을 분명히 만들어낸다. 예능이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의 대방어떼와 이를 잡아 올리는 고강도의 노동이 펼쳐지니 말이다. 그 장면은 마치 디스커버리 채널 같은 곳에서 방영되곤 하는 원양어선을 타고 벌이는 물고기떼들과의 사투를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호동과 바다>는 독특하게도 원고지 모양으로 칸이 그려진 자막을 집어넣고, 중간 중간 들어가는 내레이션을 국악인들이 마치 판소리를 하는 듯한 톤으로 채워 넣었다. 목소리만으로도 파도를 치게도 만들어낸다는 판소리꾼들의 ‘국악 한 마당’은 독특한 자막과 어우러져 <호동과 바다>만의 톤 앤 매너를 만들어낸다. 그건 다분히 다큐멘터리적 연출미학이라 할만 하다.

그 위에 강호동은 자신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노동과 더불어 먹방을 선보인다. 대방어 요리 전문가가 1미터가 넘는 물고리를 해체하고 부위별로 만들어주는 요리를 한 입씩 먹을 때마다 강호동은 다큐를 강조하면서도 예능의 리액션을 어쩔 수 없이 드러낸다. 굳이 다큐를 강조하고 예능 리액션을 더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전하기 위함이다. 그래도 나오는 예능 리액션은 과장하기 위함이 아니라 맛이 너무 좋아 다큐를 뚫고 튀어나오는 것이란 이야기다.



<호동과 바다>는 다소 뻔할 수 있는 강호동의 먹방이라는 소재를 바다와 다큐라는 소재와 형식적 틀을 빌려와 새롭게 만든 이색적인 프로그램이다. 다큐멘터리지만 그 다큐적 틀을 깨고 나올 수밖에 없는 맛의 향연. 물론 먹방만큼 음식에 대한 정보와 지식에 대한 허기가 남는 부분이 있지만, 확실히 색다른 그 톤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다큐멘터리라 여겨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올리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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