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미선, '악플'을 보고 무엇을 깨달았을까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박미선은 최근 5년여간 토크 버라이어티 예능물에서 꾸준히 활약을 펼쳐왔다. 한번 죽으면 전사자로 처리되는 예능계에서 박미선은 잘 버텨왔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 박미선은 최근 KBS ‘이야기쇼 두드림’에서 “운도 따랐다. 납짝 업드려 후배들을 따라간다. 젖은 낙엽처럼 가늘고 길게 살자가 모토다”라며 심각하지 않게 말하고는 “송해 선생님처럼 되는 게 꿈이다”고 밝혔다.
 
박미선의 강점은 옆집에 사는 아줌마처럼 친근하고 포근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필자는 나이에 비해 날씬한 몸매와 괜찮은 외모도 약간의 판타지, ‘현실적인 판타지’(푸짐한 이미지가 아니라 약간 깍쟁이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를 만들어내며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사업 실패를 거듭했던 남편의 아내로, 연기자와 개그맨이 되고 싶은 두 아이의 엄마로, 또 며느리로 삶속에서 우러나오는 ‘생활수다’는 파괴력은 없지만 현실감을 획득한다. 그의 토크는 무난하게 스며들어 집단MC체제에도 잘 어울린다.

MC와 게스트와 잘 어울려 혼자 튀지 않고 후배들 사이에서도 솔직하면서도 수위도 조절할 줄 안다. 박경림의 케이스에서 봤듯이 남편 이야기와 야한 이야기는 잘못 하면 역공을 맞기 쉬운데 박미선은 좀 야한 이야기나 사적인 이야기를 해도 남편을 희화화하는 등 워낙 능숙한 방식으로 처리해 비호감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은근히 나이(46세)와 경력(25년째)을 내세우며 멤버들 사이에서 군림하려는 듯한 자세도 찾아볼 수 없다.
 
박미선은 김구라와 함께 개인기가 없기로 유명하다. 춤, 노래, 성대모사가 안된다. 이 말은 토크가 강하다는 뜻이다. 김구라의 토크 능력이야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지만 MBC에서 신인시절이래 박미선의 토크도 만만치 않았다.

박미선이 오래 방송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도 아픔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IMF로 1990년대말부터 방송사가 출연료가 비싼 연예인MC 대신 자사 아나운서로 충원하면서 박미선도 자연스레 방송에서 멀어졌다. 그 이후로는 불러주지 않았다. 무려 6~7년이 지난 2007년 ‘해피투게더’에서 한 달만 해보자며 게스트 제의가 왔다. 박미선은 자존심이 상했지만 말도 안되는 분장으로 ‘박명수를 웃겼다’. 이후 다른 방송에서도 전화가 왔다고 한다. 이 망가진 분장은 한동안 인터넷을 떠돌았다. 박미선은 “나 자신만을 생각했다면 이걸 못했을 것이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박미선도 이제 예능MC로서 터닝 포인트를 맞고 있다는 생각이다. 터닝포인트는 잘 넘기면 무사히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지만 잘못 넘기면 엉뚱한 방향으로 간다. 박미선이 ‘이야기쇼 두드림’에서 한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내가 할 이야기가 생겼다.
 
박미선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나 알아야 할 것 같아서”라며 자신에 관한 기사와 댓글, 악플까지 모두 읽어본다고 말했다. “방송을 많이 하니 악플도 많더라. 된장녀다. 눈이 몰려서 싫다. 진행 욕심이 있어 싫다. 너무 나선다”는 것인데 악플의 정체를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느낌도 든다.
 
박미선은 여전히 무난하게 잘하지만 오래하다보니 정체됐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에는 아줌마의 대변자라는 것만으로도 참신했지만 ‘세바퀴’와 ‘해피투게더3’에서의 박미선은 변화해야 될 필요가 있다.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많은데, 현장에서의 순발력만으로 방송을 하면 차별화가 안돼 그 방송이 그 방송 같은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박미선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재밌다와 지겹다가 공존한다.
 
만약 박미선이 별다른 변화 없이 계속 간다면 날로 먹는다는 이미지가 생길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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