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의 전반적 부진, 무엇이 문제일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방송사에서 드라마와 예능은 미묘한 신경전을 갖는다. 드라마가 잘 되면 예능 쪽에서는 상대적으로 초조해지기 마련이다. 지난해 KBS가 <동백꽃 필 무렵>으로 드라마가 주목을 받았을 때 예능국이 그랬다. 그만한 성과를 내기 위해 부랴부랴 <1박2일>을 재개하고 <씨름의 희열> 같은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세운데다 일요일밤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더 늦은 밤 시간대로 옮기는 편성전략을 세운 바 있다.

그 변화는 ‘수치적으로’ 성공적이었다. <1박2일> 시즌4는 너무 비슷한 복불복 게임 패턴만 반복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안정적인 10%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유지하고 있고 <씨름의 희열>은 그간 소외되고 있는 민속 스포츠인 씨름을 부활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큰 성취는 일요일밤 편성전략을 바꾼 게 주효했던 것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시간대를 옮겨서도 10%대를 유지했고 그 시간대에 들어온 <사장님 귀는 당나귀귀> 역시 9%대를 기록하며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잘 되면 다른 한 쪽은 그만한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SBS가 그 직격탄을 맞았다. 일요일 밤의 최강자였던 <미운 우리 새끼>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정면 승부를 하게 된데다 최근 들어 김건모 사태가 불거지면서 시청률이 반 토막 났다. 그래도 여전히 10% 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과거 같은 독주에는 제동이 걸렸다.



그렇지만 더 곤혹스러운 건 <1박2일> 시즌4가 들어오고 <사장님 귀는 당나귀귀>가 자리를 잡으면서 <런닝맨>과 <집사부일체>가 모두 시청자들의 시선에서 밀려난 것이다. 물론 두 프로그램 모두 시청률이 급락하거나 한 건 아니다. 늘 유지해왔던 6%대를 지키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KBS의 동시간대 예능 프로그램들이나 전통적인 강자인 MBC <복면가왕>에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새로 시도된 예능 프로그램들이 생각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는 2%대 시청률까지 떨어졌고, <진짜 농구, 핸섬 타이거즈> 역시 2%대 시청률로 추락했다. 그나마 SBS가 힘을 발휘하고 있는 건 백종원이 출연하는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맛남의 광장>이다. 사실상 지금 현재 SBS 예능은 엄밀히 말해 백종원에 의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되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아니면 다행 중 불행인지 SBS 드라마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가 20% 시청률을 넘겼고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 역시 최고 시청률 17%를 넘기며 호평 받고 있다. 결국 SBS 드라마는 선택과 집중에서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수목드라마를 빼고 월화와 금토에 집중한 두 드라마가 모두 큰 성과를 냈으니 말이다.



물론 드라마의 자리에 예능 프로그램이 들어가 성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아무래도 드라마 시청 시간대라는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BS 예능 프로그램들의 전반적인 부진은 아쉬운 면이 있다. SBS 예능도 그저 편성변경에 따라 채워 넣으려 급급할 게 아니라 드라마들처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SBS가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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