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클라쓰’, 박서준의 소신과 패기에 점점 빠져든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소신, 패기. 없는 것들이 자존심 지키자고 쓰는 단어. 이득이 없다면 고집이고 객기일 뿐이야.” 장가의 회장 장대희(유재명)는 자신의 아들 장근원(안보현)을 폭행한 죄로 감옥에 들어간 박새로이(박서준)를 면회와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이 말은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화두나 다름없다. 과연 소신과 패기로 이 부당한 세상에 맞설 수 있을까.

박새로이가 바로 그 소신과 패기를 화두로 던지는 캐릭터다. 부당한 일에 소신과 패기로 나서서 굽히지 않은 이유로 퇴학당하고 아버지마저 장근원의 뺑소니로 사망한다. 격분해 장근원을 죽이려 하지만 그 일로 전과자가 되었다. 아무런 희망도 없던 박새로이에게 어떤 길이 되어준 건 면회온 오수아(권나라)가 말한 ‘복수’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그는 어떻게 장대희외 장근원에게 복수할 것인가.



소신과 패기로 살아가야할 청춘들이 돈과 힘 앞에 고개 숙여야 버텨낼 수 있는 현실 속에서 박새로이 같은 인물에 대한 몰입감은 더더욱 커진다. 대단한 성공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난 돈을 벌겠다는 것도 아니며 그저 평범하고 소소해도 소박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집 밖을 나서면 세상은 돈과 권력으로 서열을 나누고 고개 숙이라 한다. 무릎 꿇으라 한다. 심지어 범법 행위를 해도 피해자가 무릎 꿇어야 하는 그런 참담한 현실.

그런데 박새로이의 복수 방법이라는 것이 그의 이름처럼 새롭다. 그는 그 흔한 복수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가까운 주먹을 쓰지 않는다. 대신 감방에서부터 장대희의 자서전을 외우다시피 읽어가며 자신도 성공하겠다 마음먹는다. 부정한 방법이 아니라 소신과 패기를 지켜가며 성공하는 일. 그래서 힘을 갖고 잘못된 일들을 바로잡는 것. 결국 소신과 패기를 지키는 것이 옳다는 자신의 신념을 확인하는 것이 그의 복수방법이다.



무려 7년 동안 배를 탄 돈으로 이태원에 낸 단밤 포차는 그러나 얼마 되지도 않아 영업정지를 먹는다. 고등학생인 조이서(김다미)가 장근수(김동희)와 함께 그 가게를 찾았고 직원인 최승권(류경수)은 주민증 검사를 하면서 미심쩍어 했지만 워낙 장사가 안 되는지라 그냥 받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걸 신고한 이는 박새로이에게 마음을 두고 있던 오수아(권나라)였다. 오수아는 박새로이를 좋아하고 있지만 그보다 성공에 대한 야망이 더 크다.

장근수의 형으로 나타난 장근원은 경찰서에서도 고개를 숙이는 인물. 놀리듯 봐줄 수도 있지 않냐는 장근원의 말에 경찰도 그럴 수 있다 말하자, 박새로이의 자신의 소신과 패기를 다시금 드러낸다. 경찰이 본래 자신의 꿈이었지만 전과자는 경찰이 될 수 없다며 범법 행위를 하려는 경찰을 오히려 훈계한 것. 그건 자신에게 벌을 주라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여기서 조이서라는 소시오패스 성향을 가진 다재다능한 천재 캐릭터는 박새로이를 새롭게 보게 된다. 조이서가 본 세상은 소신과 패기와는 거리가 먼 비굴하고 부당한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고, 그는 영악하게도 그런 세상을 제대로 이용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래서 세상은 피곤하고 의미 없다 여기는 그에게 박새로이는 완전히 새로운 인물로 다가온다.

“나 때문에 감방가고 나 때문에 퇴학당하고 나 때문에 너희 아빠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거지? 어? 아 근데 말야.. 네 생각이 맞아. 중졸에 전과자에 고아 나 때문에 인생 엿된 불쌍한 박새로이.” 하지만 이렇게 도발하며 쥐똥만한 가게로 먹고 살려면 더러워도 참아야 한다는 장근원에게 박새로이는 주먹이 아닌 선전포고를 한다. “9년. 지금껏 잘 참았어. 앞으로 6년은 더 참을 거야. 네 놈 공소시효. 내 계획은 15년짜리니까.”



박새로이의 선전포고는 옆에서 그 상황을 바라보는 조이서는 물론이고 이를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소신과 패기만으로는 도저히 버텨내기 힘든 현실이지만 적어도 이 드라마 속에서나마 박새로이라는 인물이 그걸 통쾌하게 해내는 모습이 못내 보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껏 세상은 원래 그렇다며 포기하듯 이용하며 살아왔던 조이서 같은 청춘 또한 박새로이의 그런 도전을 든든히 지원해줄 인물이 될 테니.

<이태원 클라쓰>는 웹툰 원작이지만 그 자체가 드라마틱한 극적 구조를 압축적으로 잘 갖고 있는 작품이다. 서서히 쌓아올렸다 폭발시키는 극적 구성이 굉장한 에너지를 가진 이 작품은 청춘들의 현실을 투영시킴으로써 몰입감을 더더욱 높이고 있다. 3회 만에 8.0%(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작품에서 같은 방송사의 빅히트작 <스카이 캐슬>과 같은 고공행진을 기대하게 만든다. 과연 <이태원 클라쓰>는 클래스가 다른 몰입감을 통해 그 아성을 넘어설 수 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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