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훌륭’, 파양이 안타까운 다둥이 견주 하지만 왕따가

[엔터미디어=정덕현] 무려 7마리의 개들이 거실을 가득 메웠다. 견주는 본래 하늘이라는 반려견 하나를 키웠었지만 혼자 외로울까봐 파양된 태양이를 들였다고 했다. 그리고 그 후 파양된 강아지들을 보다 못해 하나둘 입양했던 게 무려 7마리가 됐던 것. 하지만 그저 행복해보일 것만 같던 다견 가족의 실상은 너무나 달랐다. 하늘이의 주도로 이뤄진 망고에 대한 집단 공격이 시도 때도 없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

KBS <개는 훌륭하다>가 보여준 하늘이네 다견 가족의 문제는 바로 7마리나 되는 반려견들이 평화롭게 지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사람에게는 그토록 얌전하고 애교도 많은 반려견들이었지만 개들끼리는 매일이 전쟁터인 지옥 같은 상황이었다. 견주는 하늘이가 지금은 망고를 공격하고 있지만 이전에는 탄이 그리고 땅콩이도 공격했다고 했다. 하늘이가 망고를 공격할 때 탄이 역시 나서서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왕따의 풍경 그대로였다. 공격에 가담하지 않으면 본인이 공격당할 것 같은 위협 속에 집단 왕따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집단 공격이 생겨나게 됐을까. 보통 그 상황만 보면 하늘이가 일종의 빌런처럼 그 왕따를 주도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강형욱의 생각은 달랐다. 견주와 하늘이가 둘이 지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하나 둘 새로운 반려견들이 들어오면서 관심이 분산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라는 것. 그래서 어찌 보면 하늘이의 그런 행동은 자신으로서는 최선을 다하려 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또 문제는 견주에게 있었다. 파양이 안타까워 하나둘 데려다 기르고 다른 곳에 입양시키는 것도 못했던 그 상황이 문제를 만들었다. 하늘이는 견주의 보디가드를 자처하듯 끈끈하게 살아왔는데 그 자리가 위협을 받게 된 것이고, 그래서 지키기 위한 전쟁이 벌어졌던 것이다. 견주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그런 마음과는 상관없이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보다 현명한 대처가 필요했다.

강형욱은 다견 가정에 대한 문제를 꺼내놓았다. “보호자님처럼 강아지들 마음 아파서 한 마리 한 마리 입양하시는 분들 많거든요. 이분들이 공통적으로 다 이게(입양보냈다 상처받을 일) 고민이에요. 너무 안타까워. 강아지들을 그러지 말고 몇 마리는 다른 곳에 보내시라고 했는데 자기 아니면 잘 못 키울 거라고 생각하더라고요. 다른데 가면 또 버려질 거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못 보내 또. 보내지? 보내면 또 엄청 잔소리하고. 새벽에 막 사진 보내달라고 그러고. 그러니까 할 수 없이 다시 돌아와. 돌아오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그 안에 있던 애들이. 너 미쳤냐 또 왔냐. 그렇게 되요. 그래서 갔다가 돌아오면 망고 역할 하는 개가 되어버려요.”



결국 이 집에서 7마리를 모두 키우기 위해서는 누구 하나에게 애정을 주는 일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저 보호소 역할을 해줘야 하고 오래도록 함께 지냈던 하늘이와의 거리를 둬야 한다고 강형욱은 조언했다. 그 말에 견주는 눈물을 흘렸다. 자신 때문에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흔히 인터넷 등을 통해 사진으로 보는 다견 가족들은 대부분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강형욱이 말한 것처럼 4마리 이상이 되면 항상 보호자가 상주해야 키울 수 있다는 게 현실이다. 그게 아니라면 보호자가 집을 비운 사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것. 이 날 게스트로 출연한 다견 가족인 지상렬은 의미 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강아지는 장난감이 아닙니다. 끝까지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할 때 키우시는 게 맞습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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