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OST 시장, 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큰 성공을 거두며 마무리됐다. 최종회 시청률 21.7%(닐슨 코리아)를 기록, 2020년대 첫 대박 드라마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사랑의 불시착>은 많이 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듣기도 많이 했다. OST도 대성공이란 평을 들을 만한 결과를 낸 것.

종영 시점에 아이유의 <마음을 드려요>가 1위(이하 멜론 실시간 차트)를 지켰고 크러쉬의 <둘만의 세상으로 가>가 3위, 백예린의 <다시 난, 여기>가 5위에 오르는 등 톱10에 3곡을 올려놓았다.

크러쉬와 백예린의 곡도 발표 직후에는 실시간 차트 정상을 찍었고 이 밖에 윤미래, 김재환, 송가인 등의 수록곡이 화제를 모으며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OST에서 이런 집단 히트곡이 나오는 것은 <호텔 델루나>이후 반년 만이다. 지난해 여름 방송됐던 <호텔 델루나>는 태연의 <그대라는 시> 헤이즈 <내 마음 볼 수 있나요> 거미 <기억해줘요 내 모든 날과 그때를> 폴킴 <안녕> 등 차트 실시간 1위 곡을 줄지어 내놓았다. 이 곡들은 동시에 톱10내에도 머물러 OST 줄세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호텔 델루나> 삽입곡은 아니지만 지난해 연간 톱10에 5위곡인 <모든 날 모든 순간(Every day, Every Moment)>(폴킴,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도 OST 수록곡이다. 이를 보면 드라마 OST 시장은 성황 중인 듯 보인다. 하지만 이전에 비해 하락세에 접어들고 위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가온차트 연간 400위 진입 OST 곡 수로 보면 2017년을 기점으로 30곡대 초반으로 떨어져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이하 <가온차트 칼럼(김진우 수석연구위원)> ‘OST 시장 리뷰(2019.12.30)’, ‘OST 시장 역대 최저-트렌드&이슈(2019.5.27) 참조). 44곡(2011년, 이하 연도)-45곡(2012)-49곡(2013)-53곡(2014) 등 40곡을 넘던 차트 연간 400위 진입 OST 곡수는 2016년 67곡으로 정점을 찍은 후 33곡(2017)-31(2018) 등 30곡대 초반으로 뚝 떨어졌다.

<가온차트 칼럼>에 2019년 연간 400위 진입 OST 곡 집계는 따로 안 나왔지만 OST 연도별 발표곡 분석에 따르면 2019년은 총 32곡인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2017년부터 30곡대 초반으로 떨어진 후 계속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OST의 하락세는 드라마 자체의 침체와 맞물려 있는 듯하다. 연간 가온차트 400위에 OST 67곡이 진입했던 2016년은 드라마 미니시리즈 중 마지막으로 시청률 30%를 돌파했던(닐슨 코리아 기준 최고 38.8%) <태양의 후예>가 방송된 해이다.

이후 미니시리즈는 연간 최고 히트작들도 시청률 2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이와 함께 OST도 연간 400위 진입 곡이 30곡대로 추락한 상황이 함께 벌어지고 있는 것은 연관성이 없다고 보기 힘들다. 영상물 감상 주 플랫폼이 TV에서 모바일 기기로 바뀌게 된 것도 OST 관심 감소의 원인으로 여겨진다. OST 연간 400위 진입곡이 급감한 2017년은 한국에서 유튜브가 급성장을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이전 꼭 봐야 할 영상 콘텐츠였던 드라마를 TV 앞에 앉아 덜 보게 됐을 뿐 아니라 드라마 외에도 볼 영상물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유튜브의 성장은 드라마에 대한 관심만 떨어트린 것이 아니라 OST가 러브 테마로 상당 부분 지분을 갖고 있던 발라드 음악 공급처를 SNS가 대체하게 만들기도 했다. 유튜브는 페이스북 등 SNS의 동시 성장과 연계돼 커버 활성화, 페북픽 등으로 발라드곡 히트 체계를 주도하게 됐는데 이는 과거 OST가 맡아오던 역할이기도 했다.



드라마 자체의 변화도 OST 침체에 영향이 있다. 과거 사랑 비중이 가장 크던 한국 드라마들이 점점 스릴러 판타지 등 장르물과 결합되는 하이브리드화가 가속되면서 멜로가 줄어들었다. 이 추세에 맞물리면서 러브 라인에 깔리던 발라드는 호소력이 약화됐다.

최근 큰 관심을 모은 드라마들인 <동백꽃 필 무렵>이나 <스토브리그>, 등은 러브 라인이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없는데 이들의 OST가 별다른 빅 히트곡이 없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큰 성공을 거두는 OST는 그래도 꾸준히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애절한 드라마 영상을 떠올리며 듣고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노래에 스토리와 장면이 함께 따라와 감성을 극대화하기 좋은 OST가 줄어드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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