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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의 발칙한 상상력, 정지소가 혐오사회에 살을 날린다는 건
기사입력 :[ 2020-02-19 10:32 ]


‘방법’, 우리 앞의 ‘저주의 숲’

[엔터미디어=정덕현] 무속 신앙을 소재로 하는 오컬트 장르에서 자주 보이던 ‘살 날리기’가 이 드라마에서는 마치 총을 쏘면 응사하는 것 같은 액션 스릴러처럼 그려진다. 한쪽에서 살을 날리면 다른 쪽에서는 그것을 막아 ‘역살’을 날린다. 각각 떨어진 공간에서 날리는 살은 무형이지만 확실한 ‘저주’로 지목된 이들을 공격한다.

tvN 월화드마라 <방법>은 그 상상력이 발칙하다. 중국 무협장르에서 보던 장풍을 날리고 사람이 날아오르는 액션도 아니고, 그렇다고 할리우드식의 지구를 넘어서 우주를 넘나드는 슈퍼히어로도 아니다. 대신 지극히 토속적인 무속 신앙의 하나로서 ‘방법(일종의 저주다)’을 쓴다. 그런데 첫 회에 임진희(엄지원)의 요구로 방법사인 백소진(정지소)가 살을 날려 죽게 한 김주환(최병모)이 온몸이 구겨진 채 죽은 장면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살은 무형이지만 드러난 결과가 살벌하다는 걸 <방법>은 그렇게 전제로 깔아놓고 시작한다.



그런데 백소진이 복수하려는 진종현(성동일)이라는 악귀가 쓰인 인물의 면면이 만만찮다. 무속인이었던 백소진의 어머니가 해준 굿으로 괴물 같은 악귀가 쓰인 진종현은 자신이 본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그저 그랬던 SNS 사업에 ‘저주의 숲’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 포레스트를 굴지의 IT회사로 성장시킨다. 그런데 왜 하필 IT기업이고 ‘저주의 숲’일까.

여기에는 이 드라마가 하필이면 ‘방법’이라는 저주를 스릴러의 소재로 삼았는가에 대한 이유가 들어있다. ‘저주의 숲’은 SNS에 누군가의 사진에 저주의 글을 올리면 이에 동조하는 댓글과 ‘좋아요’가 덧붙여지는 방식으로 고안된 시스템이다. 그건 마치 ‘방법’의 IT 버전이랄까. 우리가 사는 디지털 세상의 어두운 면을 끄집어낸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연예인들이 어느 날 갑자기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항상 지목됐던 ‘악플’ 역시 이 드라마 식으로 이야기하면 SNS를 통해 벌어지는 집단적인 ‘방법’에 가깝다. 한 사람에게 던져진 악플들은 집단적으로 쌓임으로써 심지어는 그 타깃이 된 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 드라마가 정의하고 있는 방법은 ‘사람을 저주해서 손발이 오그라지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네 디지털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이지 않는 폭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상호 작가는 무속 신앙에 등장하는 누군가를 저주하는 ‘방법’과 현재 우리 앞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혐오사회의 두 지점을 연결해 그 유사성을 은유하고 있다. 백소진이 ‘방법’을 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세 가지, 즉 한자 이름과 인물사진 그리고 그 사람의 물건 또한 인터넷에서 악플 달린 페이지에 자주 등장하는 것들이 아닌가.



다소 피상적일 수 있는 이런 메시지를 실제 눈앞에서 벌어지는 액션 스릴러로 풀어내고 있다는 건 <방법>의 놀라운 접근방식이다. 진종현 회장이 혐오를 부추겨 돈을 벌은 악귀 쓰인 빌런이라면 그와 맞서는 백소진 역시 살을 날리는 방식으로 대항한다는 건 흥미로운 대목이다. 과연 살을 막기 위해 살을 쓰는 방식은 온당한 결과를 만들어낼까. <방법>이라는 드라마가 혐오사회에 던지는 살은 과연 먹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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