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박2일’ 시즌2, 은지원 같은 캐릭터 절실하다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1년에 500억원의 수익을 올려주는 효자예능 ‘1박2일’이 이달말로 끝난다. 이건 KBS로서는 실로 중차대한 문제다. 시즌2로 ‘1박2일’을 살려내지 못하면 KBS 예능은 침체될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물론 KBS에는 오랜 전통의 ‘개그콘서트’와 ‘해피투게더3’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방송국간 가장 치열한 예능전쟁을 벌이는 주말 저녁대의 안녕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MBC에 ‘무한도전’이 없어진다고 하면 큰 일 나듯이 KBS에 ‘1박2일’이 사라진다는 사실 또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판도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의 대중 정서로는 나영석 PD와 이승기 없는 ‘1박2일’ 시즌2는 어려울 것이다는 예측이 많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출자가 바뀌는 건 흔한 일이었다. 극적 상황이 있었지만 ‘나는 가수다’를 만든 김영희 PD도 다른 PD로 교체됐다. 예능PD에게 이렇게 강력한 팬덤 기제가 작용하는 케이스는 ‘무한도전’의 김태호PD와 1박2일’의 나영석 PD 정도다. 두 PD가 항상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은 아니다. 적어도 나 PD와 김 PD는 기능적인 재미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뚜렷한 색채와 감각을 프로그램에 담아내기 때문에 ‘아티스트형 예능 PD’ 느낌이 난다. 이들이 연출한 결과물들을 차근차근 마음에 쌓아온 사람들은 이들에게 감정이입이 될 수밖에 없다.
 
나영석 PD와 함께 많은 신뢰를 받고 있는 이승기는 강호동의 갑작스런 하차 이후 큰 틀에서의 진행과 재미를 도맡아 하며 공백을 최소화했다. 아직 어린 아니지만, 20대 전반을 오롯이 ‘1박2일’에서 보내고(이승기가 ‘1박2일’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모습을 보니 지금보다 훨씬 앳된 얼굴이었다) 프로그램에 선한 기운을 선사했다. 이제는 방송 분량을 책임지는 어엿한 ‘관록예능인’이 됐다. 이승기는 최근 ‘한국인의 겨울밥상’편에서 코다리강정을 만들기 위해 강원도 인제를 갔다오면서 “이렇게 방송분량 걱정하기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최근 하지원과 함께 MBC 드라마 ‘더킹’ 대본 리딩에 참가한 이승기는 일본 진출을 본격화하며 부토칸 공연도 앞두고 있다.

이수근과 엄태웅, 김종민이 시즌2에 합류한다는 사실이 최종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과 새로 들어오는 멤버로 시즌2를 꾸려나간다고 했을 때 선뜻 신뢰를 보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서 후임 최재형 PD에게는 큰 부담을 지운 셈이다.

이수근은 ‘1박2일’을 통해 리얼 예능의 내공을 쌓아온 것만은 사실이지만 빈 틈을 메우는데 좋은 재목이지 앞에서 끌고가는 형은 아니다. 강호동이 빠진 이후 엄태웅이 입이 열리고, 김종민의 예능감이 살아났다고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필자는 엄태웅의 소속사 사장에게 녹화 전 엄태웅과 게임 연습을 좀 하고 보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승기와 이수근, 은지원의 게임 실력이 특출나 대적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엄태웅이 시즌2에 참가하면 시즌1보다 더 큰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김종민도 최근 회복됐다는 예능감을 과신해서는 안된다. 이수근 엄태웅 김종민과 새로운 멤버. 메인MC가 없다. 전체적인 진행은 누가 할 것인가?
 
여기서 은지원이 시즌2에 왜 합류하지 않고 있는지가 사뭇 궁금해진다. 은지원은 ‘1박2일’에서 머리가 좋아 ‘지니어스’로 불린다. 상황판단을 잘해 상대팀의 꼼수에 절대 말려들지 않는다. 또 망가질 때는 확실하게 망가져준다.
 
전남 영암 월출산편 등을 보면 상대 심리를 꿰뚫어보는 은지원의 예지력은 앞잡이 이수근보다 한 수 위다. 같은 편인 이승기에게 강호동 전화를 받으면 미행 상황이 노출된다고 말하던 은지원은 확실히 심리게임에 능하다. 무섭당을 이끌며 꾀를 내 바보당의 강호동과 이수근에게 교란작전을 펼치던 모습은 은지원이 빠지면 보기 힘든 심리전이다.
 
은지원이 ‘1박2일’ 시즌2에 합류하든가, 은지원 같은 캐릭터가 한 명만 있어도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다. 그런데 요즘 은지원은 이미 ‘놀러와’에 가서 앉아 있다. 과거의 은지원이 아니다. 아직 뛰어난 예능감을 발휘하지는 않았지만 훨씬 안정감이 있고, 일단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1박2일’은 시즌1이건 시즌2건 ‘나가수’처럼 팀(웍)이 좋아야 호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나가수’에서 초기의 환상적인 팀과 어울리지 않는 멤버가 생기면 시청자들이 이질감을 느끼듯 ‘1박2일’ 시즌2 멤버 구성도 그래서 중요하다. 멤버들이 갈수록 친해지는 리얼 예능도 ‘케미’(스트리)가 돋지 않으면 쉽지 않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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