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부2’·‘스토브리그’, 새로운 리더 시스템 개혁자의 등장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단연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은 백승수(남궁민) 단장이다. 드림즈라는 만년 꼴찌팀에 부임해와 그 부진의 이유를 찾아내고 하나씩 개혁해가는 인물. 야구라는 소재를 다뤘다는 점도 특이하지만 이 드라마가 야구를 몰라도 시청자들을 몰입시킨 건 ‘시스템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갖가지 방해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해나가는 백단장의 남다른 리더십 때문이었다.

그건 고스란히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은유하기에 충분했다. 한 때 “이게 나라냐” 하고 탄식했을 정도로 공정하지 못한 세상과 정의롭지 못한 세상의 문제는 지금도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현실의 축소판으로 그려진 드림즈에 들어온 백승수 단장은 그렇게 나아지지 않는 팀의 성적과 그래서 힘겨워지는 현실의 이유가 개개인의 문제보다는 시스템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스카우트 비리를 개혁했고 부족한 재원 속에서도 연봉 협상을 해결해내며 전지훈련을 효과적으로 치러낸다. 결국 백승수 단장이 마지막에 든 카드는 드림즈의 모기업을 바꾸는 것이었다. 아무런 의지가 없는 모기업의 갖가지 갑질을 버텨냈지만, 팀이 잘 되기 위해서는 그런 갑조차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백단장 리더십은 말하고 있는 것.



현재 방영 중인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를 보면 <스토브리그>의 야구라는 소재만 의학으로 바꾸면 그 이야기 구조나 리더십에서 유사성이 발견된다. 물론 두 드라마는 완전히 다른 드라마지만 그 하려는 이야기가 ‘시대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스토브리그>가 드림즈라는 만년 꼴찌팀을 이끄는 백승수 단장과 그 프런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면, <낭만닥터 김사부2>는 돌담병원이라는 시골 병원을 이끌어가는 김사부(한석규)와 그 병원 사람들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도 어른거리는 건 병원 시스템의 문제다. 돌담병원은 결국 거대병원의 부속병원이고 따라서 도윤완(최진호) 이사장은 이 곳을 VIP들을 위한 병원으로 바꾸려고 한다. <스토브리그>는 드림즈의 우승을 목표로 하지만, <낭만닥터 김사부2>는 병원의 이익이 아닌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돌볼 수 있는 돌담병원의 안전한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아직 그 실체가 들어나진 않았지만 김사부가 계획하고 있는 ‘모난돌 프로젝트’는 아마도 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복안이 아닐까 싶다.



시스템 개혁자로서의 리더십. <스토브리그>와 <낭만닥터 김사부2>가 선전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런 시대의 요구를 드라마틱한 리더십의 소유자들을 통해 그려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자본화된 세상이 돈만을 위해 만들어놓고 굴러가는 부당한 시스템에 대항한다. 물론 그 시스템 개혁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이들 리더십의 또 다른 특징은 그래서 능력 있는 팀원들을 발굴하고 성장시켜 함께 그 개혁에 뛰어든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개혁의 목표는 생각보다 너무나 단순하고 소박하기까지 한 것들이다. <스토브리그>에서 백승수가 원한 건 우승만이 아니라 지더라도 공정하게 치러지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 김사부가 원하는 건 그저 찾아오는 위급한 환자들을 외면하지 않고 살리는 일 그 이상이 아니었다.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요구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우리가 사는 현실이 그런 기본적인 것들조차 제대로 굴러가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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