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의 치명적인 함정은?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tvN ‘화성인 바이러스’, SBS ‘짝’… 이들 프로그램은 두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일반인을 위한, 일반인에 의한, 일반인의 프로그램이라고 할 정도로 일반인이 주인공으로 전면에 나선 포맷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그 첫 번째다. 그리고 또 하나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 존재의미를 상실하게 만들고 시청자를 기만하는 출연자들의 자질과 마케팅 논란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일반인 출연자들이 제기하는 제작진의 내용 조작논란과 일부 시청자와 네티즌 등 수용자들의 출연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과 악플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연예인들에게서 볼 수 없는 일반 출연자들의 신선함과 의외성, 친근함, 매회 달라지는 다양한 소재와 내용, 그리고 매회 바뀌는 출연자로 인해 소재고갈이나 출연진의 매너리즘이 나타나지 않는 이점과 적은 제작비로도 제작할 수 있는 강점 때문에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들이 늘어나는 동시에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의 각종 문제점들이 노출되면서 프로그램의 진정성은 추락하고 출연자의 피해도 크게 늘고 있다. “노출녀로 나온 출연자는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어 출연의도가 불순하다” “KBS는 쇼핑몰 홍보대행업체인가”라는 시청자의 비판이 쏟아졌다. 바로 1월30일 방송된 ‘안녕하세요’에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섹시한 옷차림을 하는 여동생 때문에 고민”이라고 말하는 언니와 노출녀 동생이 출연한 직후 이들이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고 방송출연은 홍보 마케팅 차원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KBS 제작진은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출연자들이 작정한 게 아닌 이상 쇼핑몰 CEO들의 출연을 막을 수는 없다. 홍보의 여지가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조심할 뿐이다. 사연의 진정성이 문제가 된다면 제작진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지만 고민 사연은 진실임이 틀림없다”고 해명했다.

케이블방송 tvN ‘화성인 바이러스’ 2011년 10월 18일 방송 직후와 복사판 같다. ‘화성인 바이러스-신생아녀편’에 출연한 박모씨가 쇼핑몰을 운영 중이라는 사실과 함께 과거 인터넷 방송의 BJ 경력을 거론하는 시청자의 글이 인터넷에 게재되면서 ‘남자친구 없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사람이 어찌 쇼핑몰을 운영할 수 있느냐’는 비난이 쏟아지며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제작진은 “출연자와 방송 제작 전 5번 이상의 미팅을 가지며 충분히 검증했고 조작은 없다”고 주장했다.

두 가지 사례는 최근 들어 빈발하고 있는 일반인 출연자들의 홍보, 마케팅 논란으로 프로그램의 진정성과 시청자의 신뢰성을 상실하는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요즘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은 출연자 선정기준의 모호함, 기획의도에 부합하는 출연자에 대한 철저하지 못한 검증 문제, 프로그램과 상관없는 일부 출연자들의 사업홍보나 마케팅 차원의 출연 등으로 출연자에 대한 각종 문제점이 노출돼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진정성과 신뢰성이 크게 추락하고 있다. KBS ‘안녕하세요’ 제작진의 말처럼 노출녀 자매의 홍보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프로그램의 진정성 훼손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한 것은 큰 문제다.



‘화성인 바이러스’같은 프로그램에서 에로배우를 ‘노출녀’로, 피부관리실 원장을 ‘아우라 피부녀’ 등으로 출연시킨 것에 대해 시청자는 비판과 비난을 쏟아냈다. 그리고 화제의 출연자가 알고 보니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연예계 지망생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시청자들은 더 이상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믿지 않고 냉소적 시선을 보내게 된다. 자신의 사업이나 홍보를 위해서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말살시키는 일부 일반인 출연자의 문제있는 행태와 출연자에 대한 제작진의 검증의 불철저로 시청자는 기만당하고 있는 것이다.

“여자 6호분한테 선택에 있어 저 선택하지 말라고 하신 거 이게 리얼 입니까? 리얼 이라고 하면서 그러지 마세요. 착하게 사람들 역이용해서 방송 시청률 높이는 거 급급하지 마시고 인간의 도리로서 보이지 않는 약속을 하셨으면 그 약속 지키는 게 도리라고 생각 합니다.”‘짝’에 출연한 한 사람이 방송직후 인터넷에 올린 항변이다.

‘화성인 바이러스’에 나와 하루 세끼를 모두 스마트폰의 SNS를 통해 빈대붙어 해결하고 선물을 받는다고 한 일명 ‘SNS 빈대녀’는 방송 후 많은 비난과 논란이 증폭되자 ‘제작진이 시키는 대로 방송에 임했을 뿐 진짜 모습이 아니다’라는 해명을 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 같은 사례는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의 치명적인 또 하나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다. 방송 메커니즘을 잘 아는 연예인과 달리 일반인들은 제작 메커니즘이나 연출과 편집의 성격을 잘 모른다. 그리고 연출과 편집의 결과나 파장 역시 가늠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일부 출연자들이 인격과 명예훼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함과 동시에 프로그램의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제작진은 방송 메커니즘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과도한 연출과 지시로 조작의혹을 자초하고 있다. 심지어는 논란과 화제를 극대화시켜 시청률을 올리려는 의도로 일반인의 출연자를 상대로 자극성이나 선정성을 덧씌우는 상황까지 초래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일반 출연자들이 의도하지 않는 비난과 비판을 받으며 큰 상처를 입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 출연자들은 적지 않게 연출과 편집이라는 고도의 인위성이 가미돼 현실을 재구성한 방송 내용으로 때로는 상처받고 시청자들로부터 터무니 없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연출과 편집의 재구성은 때로는 일반인 출연자들의 인격은 거세하고 선정성과 자극성으로 무장된 인체만을 보여주는 방송내용을 만들어 일반인 출연자는 의도하지 않는 큰 피해를 입는다.



1월 4일 방송된 SBS ‘짝-모태솔로편’에 출연한 여자 2호(25, 어린이집 교사)에 대해 방송직후 한 여자 2호의 직장동료라고 주장하는 한 네티즌이 커뮤니티 게시판에 “여자 2호 는 몇 년 사귄 남친이 있다는 것 저희 회사 분들 다 알고 있었다. 모태솔로 인 척하는 모습 이 역겹다”라는 글을 올린 뒤 이것이 인터넷 매체 등에 보도되면서 여자 2호에 대한 욕설과 비난, 악플이 홍수를 이뤘다. 이에 대해 여자2호 김모씨는 미니홈피에 “이런 식으로 도마 위에 올라 기사에 실리니 마음이 더 아프네요. 제가 남자분과 몇 년씩이나 교제를 해왔다면 분명히 주위에 지켜본 증인들이나 같이 찍은 사진이 떠돌거나 그 남자분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을 텐데 말이죠”라며 반박했다.

2007년 5월 3일 3개월만에 40kg을 빼 SBS‘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출연한 여고생 이 모양은 방송 직후 ‘지방흡입 수술을 했다’ ‘살 빼는 약을 먹었다’는 등 악플에 시달렸고 패널로 출연한 인기 스타와 찍은 사진으로 인해 해당 스타의 팬클럽 회원들로부터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그리고 5월 5일 이 모양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의 가장 큰 함정이자 폐해는 바로 일반 출연자에 대한 사실무근의 정보의 등장과 대량유통으로 인해 일반인 출연자들이 치명적인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보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과 시청자는 아무런 근거 없이 장난삼아 악의적인 출연자에 대한 사실무근의 내용을 가공해 유통하거나 허위의 내용을 사실인 냥 유포시켜 일반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의 이 같은 폐해와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제작진과 출연자 그리고 수용자 모두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에 대해 개선의 노력을 철저히 해야 한다.


칼럼니스트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KBS, SBS,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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