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의 희열’ 초대 태극장사 임태혁, 하지만 모두가 승자다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씨름의 희열>이 임태혁이 초대 태극장사의 주인공이 되면서 마무리됐다. 지금껏 씨름의 부흥이라는 기치에 맞게 차곡차곡 매 회 그 매력을 쌓아왔던 <씨름의 희열>. 하지만 결승전 무대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밖에 없게 됐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매회 수천 명이 몰렸던 결승전은 무관중 경기를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만 두고 봤을 때 결승전은 역시 결승다운 명경기들이 펼쳐졌다. 만만찮은 경기로 계체량까지 재며 김태하 선수를 이기고 4강전에 오른 김기수, 막강한 헤라클레스 파워로 손희찬을 이기고 4강에 오른 윤필재, 사실상 결승전 같았던 이승호와 맞붙어 저력을 보여준 임태혁, 그리고 역시 젊은 패기로 맞선 노범수를 이기고 4강에 오른 최정만. 한 경기 한 경기가 손에 땀을 쥐고 봐야 하는 긴박감이 묻어났다.

이전 경기들에서는 의외의 패배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역시 임태혁은 확실히 다른 클래스를 보여줬다. 그는 막강한 우승 후보로 지목되었던 이승호, 최정만을 연달아 꺾고 씨름의 세대교체를 외치며 기세가 오른 김기수까지 모래판에 눕혀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임태혁은 우승 소감으로 “멸망전이라고 해서 대진표 안 좋다고 했는데 그 어려운 걸 또 해냈다”며 “씨름 많이 사랑해달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임태혁 선수가 초대 태극장사에 올랐지만 사실상 <씨름의 희열>에 출연했던 모든 선수들이 승자나 다름없었다. 선수들보다 관객이 없는 씨름경기장에서 외롭게 경기를 치렀던 선수들이 아니었던가. 아쉽게도 코로나19로 결승전이 무관중 경기로 현장에서는 다소 쓸쓸하게 마무리되긴 했지만 관중이 모인 가운데 직관 경기로 펼쳐졌던 8강전은 이들 선수들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게 됐다.

동작 하나와 얼굴 표정 하나까지 관객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던 경기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씨름선수들에게는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시키는 무대일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과 팬들의 함성을 들으며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승패를 떠나 이들이 계속 모래판에 설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지 않았을까.



만일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결승전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씨름경기보다 뜨거웠을 거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간 <씨름의 희열>에 쏟아졌던 관심들이 그 예측의 증거들이다. “씨름이 이렇게 재밌었어?”하고 말하는 반응들이 나오게 됐던 건 예능 프로그램의 접근방식을 썼다고는 하지만 오디션 형식을 차용해 선수들을 캐릭터화하고 그 주기술들을 소개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훨씬 더 가까이 씨름에 다가가게 해줬기 때문이었다.

<씨름의 희열>이 거둔 성취는 향후 스포츠를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하는가를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다소 대중들의 눈에서 벗어나 소외되고 있는 종목이라도 어떻게 접근해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스포츠의 맛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 <씨름의 희열>은 그걸 보여준 것만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평가될 수 있다. 무관중으로 진행된 최종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씨름의 희열> 마지막회 시청률은 4.2%(이하 닐슨코리아 기준)로 첫 회 시청률 2.0%와 비교하면 무려 두 배 이상 폭등했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을 팬으로 만들어버린 선수들 모두가 승자일 수 있는 경기를 보여준 프로그램의 가치는 코로나19의 여파에도 지워질 수 없을 것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창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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