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글의 법칙' 정순영 국장에게 듣는 시즌2 계획[대담2]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정글의 법칙>은 고된 시즌1을 끝내고 휴식을 취하며 시즌2를 준비 중이다. 시즌1이 보여주었던 생생한 다큐적인 야생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예능의 접목은 과연 시즌2에서는 어떤 진화를 가져올까.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정글에서 하루 꼬박 실종되는 바람에 뜻하지 않은 관심을 받았던 정순영 국장과 만나 시즌 2에 대한 계획을 들어봤다.
(대담: 정순영 PD,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덕현: <시즌 2>를 계획 중이시잖아요. 그런데 지금 너무 힘들어서 멤버 구성하는데 좀 애로가 있으실 것 같아요.

정순영: 광희 군의 경우는 갔다 오면 몸이 근질근질한지 다시 가고 싶어 하더라고요.(웃음) 일단은 모두들 같이 갈 것이고요, 스페셜 게스트를 한 명 내지 두 명쯤 넣을 생각이에요. 약간의 변화는 필요하니까요. 그러나 과연 이들을 계속 고정으로 가야 할 것인가, 장소만 바꿔 가면 만날 이렇게 집짓기만 해서 될까, 등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정석희: 그런데 사람들은 정글이라니까 으레 아프리카로 알고 있더라고요.(웃음) 처음은 아프리카였지만 두 번째로 간 파푸아가 인도네시아라는 걸 모르는 분들도 꽤 많아요. 그리고 저는 인도네시아 안에 그런 원시 부족이 살고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정순영: 인도네시아 안에는 아직 미 발견된 200여 부족이 있대요. 사실 처음에는 아프리카만 찍고 끝내려고 했어요. 그렇게 해도 8회 분량 정도는 나올 거라 예상 했었죠. 그런데 김병만 씨가 생각보다 낯가림이 좀 있어서 그곳 힘바 부족과 많이 어울리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두 번째 행선지, 인도네시아에 가게 됐죠.

정덕현: 김병만 씨는 아무래도 말로 하는 개그맨은 아니니까요.

정순영: 그러나 고정을 계속 하다보면 차차 익숙해져서 낯가림도 나아지고 한편으로는 그의 또 다른 재능이 발휘 되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해봅니다. 우리나라 예능에 이런 인물은 처음이잖습니까?

정석희: 김병만 씨의 열혈지지자시군요. 하기야 실종 되셨을 때 그렇게 마음 아파하고 눈물까지 쏟았으니까.(웃음)

정순영: 왜냐하면 본인이 함께 가자고 강력 주장을 했었거든요. 이전에 프로그램을 같이 한 이력이 있다 보니 제작진과 병만 씨 사이에 중간 역할을 제가 해줄 수 있었어요. 이런 저런 것들을 생각하니 아마도 눈물이 났을 거예요. 제가 애가 셋이거든요. 그래서 더 그랬겠죠. 병만 씨가 책임감이 엄청 강하거든요. <키스 앤 크라이> 이후에 돈이 없어서 피겨 스케이트 훈련 못 받는 아이들 후원도 하고 있어요. 그러니 이 책임을 어떻게 지나, 뭐 그런 생각도 들었을 겁니다.(웃음)

정덕현: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김병만 씨만의 색깔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정석희: 그래도 예능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그 정도 했으면 굉장히 잘 한 거예요.

정순영: 사실 김병만씨가 계속해서 '정글'을 하고 싶다고 하는 이유는 그게 가장 자신의 장점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뭐든 뚝딱뚝딱 만들어내고 말로 하기보다는 몸으로 직접 보여주는 병만 씨에게 '정글'은 힘들기도 하지만 놀이터인 셈이죠. 시즌2 장소도 추운 곳이나 사막을 섭외하면 어떻겠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병만 씨가 정글을 고집하더군요.

정덕현: 우리 애들의 경우,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가 두 가지 있어요. 하나는 동물이 나온다는 것이고 다른 또 하나는 애벌레나 뱀 같은 야생 동물을 먹는다는 거예요.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것들을 드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정석희: 그곳에 그렇게 먹을 것이 없었나요? 우리 생각에는 바나나 같은 열대 과일은 지천일 것 같은데.

정순영: 그래서 김병만 씨가 막 신경질 내고 그랬어요. 열대면 바나나도 많을 텐데 막상 와보니 그런 것도 없다고요.



정석희: 그럼 원주민들은 만날 애벌레나 먹고 사는 건가요? 맛이 없다면서요?

정순영: 그들에게는 애벌레가 맛있는 겁니다.(웃음) 그리고 돼지를 길러 축제 때 잡아먹고요. 거기에 비하면 아프리카의 힘바족은 완전 부자 마을이지요.

정덕현: 가끔가다 애들과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의 <인간과 자연의 대결(Man vs. Wild)>을 보는데요. 재미있는 게 물이 없으면 똥을 짜서 마시거나 날씨가 너무 더우면 자기 오줌을 머리에 부어서 더위를 식히더라고요. 그리고 나무껍질을 까서 그 안에 있는 개미 알들을 먹고요. 그만큼 생존에 대한 지식들이 그 안에 들어있죠. 이런 점들이 이 프로그램에도 있으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정순영: 우리는 아직 그 정도 단계는 안 되고요. 그렇지만 일단 우리 젊은 PD로 하여금 <인간과 자연의 대결>의 주인공 ‘베어 그릴스’에게 편지를 쓰게 하려고요.(웃음) 잘 안되더라도 가서 악수라도 한번 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동변상련이라고 서로의 고충을 잘 알 테니 그런 점에서 서로의 마음과 정보를 교류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정석희: 촬영 스텝들, 고생이 심하죠? ‘비하인드 스토리’에서 잠깐 보여주긴 했지만 장난이 아니던데요.

정순영: 카메라 밖에서 정말 불평 한마디 없이 고생 많이 했죠. 아프리카 같은 경우는 온도가 40도까지 올라가지만 저녁 8시만 되면 그래도 찬바람이 불어주거든요. 그러면 생기가 좀 돌고 입맛도 돌아요. 그런데 파푸아는 저녁이 돼도 1도 정도 밖에 안 떨어지고 밥 먹을 때가 되면 파리들도 득실대구요. 아휴, 말도 못해요.

정덕현: 다큐와 예능이 엮이니까 서로 시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새로운 것이 많이 눈에 들어옵니다. 예능의 트렌드가 만들어 질 때 누가 그 맨 앞의 길을 열었느냐가 민감한 사안이거든요. 저는 다큐와 예능의 경계가 점점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었고, 실제로 외국에서는 그런 방식의 리얼리티 쇼가 많이 생겨나더라고요.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 너무 자극적이라는 반응 때문에 호응이 덜했죠. <정글의 법칙>이 물꼬를 텄으니 점차 이런 프로그램이 늘어날 겁니다.

정순영: 사실 제가 예전에 교양에 오락을 접목시킨 <호기심 천국>을 했거든요. 당시 마술을 파헤치는 바람에 마술사들에게 원망도 많이 들었어요. 결국 오해를 풀고 나중에는 마술사들과 친해지기까지 했지만. 왜냐하면 마술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한 거예요. 그때 최현우 씨라든가 이은결 씨가 인기 좋았었죠. 그때와 같은 감이 이번 <정글의 법칙>에서도 느껴지긴 하지만 일말의 불안감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정석희: <시즌2>는 언제 다시 시작되나요?

정순영: 일단 3월 15일에서 20일 사이에 촬영을 하게 될 것 같고요. 방영은 4월 말이나 5월 초쯤 할 계획입니다. 방송 시간대는 고민 중이에요.

정석희: 일반인도 데리고 가시면 안 되나요? 타 여행 리얼리티쇼의 예를 봐도 일반인이 참여하면 또 다른 재미가 있던데요. 저희 남편을 추천하고 싶어서요.(웃음) 가족의 소중함을 통절히 느끼고 오면 좋겠습니다.

정순영: 체력만 강하시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웃음) 사실 시청자 투어를 공모해서 뽑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긴 해요.

정덕현: <시즌2>에서 보강하거나 새롭게 추가하고 싶으신 것은 없으세요?

정순영: 멤버들 캐릭터가 약간씩은 잡혀있지만 김병만 씨가 좀 더 잘 놀 수 있게 세팅을 해줘야 할 것 같아요. 또한 사전 답사를 통해 정보를 좀 더 줘야할지, 아니면 어떤 미션을 주어서 그 미션을 달성하면 먹을 것을 줘야 하는지 등 여러 안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아무래도 신선함과 변화를 좋아하시니까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죠.

정석희: 지금은 호방한 느낌이 있으신데요, 구출되셨을 당시는 지적이라고 해야 되나? 뭔가 지금과는 다른 느낌이셨어요.(웃음) 카메라를 의식하셨나요? 동요하지 않는 차분한 느낌이 좋았습니다.(웃음)

정순영: 당연히 카메라가 의식이 되죠. 일단 민폐 끼친 게 민망해서 미칠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여기서 내가 울면 안 된다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어요. 누가 봐도 주책이잖아요.

정덕현: 그때 우셨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웃음) 그래도 후배가 울어 준 건 잘한 것 같아요.

epilogue: 검게 그을린 얼굴과 특유의 거친 화법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과자를 건네는 손길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듯, 정겨움이 물씬 묻어났다. 대담 내내 마치 동화 <정글북>에 등장하는 소년의 기운이 느껴졌던 건 우리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혹독한 자연과 마주했던, 생명을 담보로 했던 경험 때문이리라. 그의 호탕한 웃음과 여유로움은 그가 생사의 갈림길에 섰을 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조용히 그의 희망을 잡아주던 촛불과 닮아 있었다.


대담 :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리 : 정주연 기자
사진 : 전성환 기자,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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