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 더 나은 시즌3를 위한 몇 가지 조언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매일매일 자고 일어나면 업데이트된 숫자부터 찾아보는 시대다. 그런 요즘 참된 의료인의 길과 삶의 가치를 낭만이란 이름으로 설파한 <낭만닥터 김사부2>가 남긴 메시지와 숫자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비록 3부로 쪼개는 편법은 있었지만 최종회 시청률은 무려 27%를 넘겼고, 지상파에서는 보기 드문 시즌제 드라마의 성공 사례를 썼다. 시즌1과 마찬가지로 시즌2에서도 한석규를 비롯한 많은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하면서 연결된 세계관도 훌륭했고, 그 덕분에 삶의 가치를 되새기는 ‘낭만 보존의 법칙’은 건재했다.

<김사부2>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히 한석규가 열연한 김사부의 낭만이 우리네 현실에 울림을 줬기 때문이다. 그의 존재로 인해 이국종 교수의 사표로 마무리 된 응급외상센터, 장기기증, 대리수술, 존엄사 등등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가져와 조립한 에피소드들이 드라마 속 돌담병원에서는 전혀 다른 결론이 났다. 여기에 52시간 근무제 준수가 상당히 의심스러운 돌담병원의 헌신적인 의료진의 인간적 소신과 팀워크는 환상을 자극한다. 이는 의료계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얼마 정도는 안고 사는 사회적 화두에 대한 유토피아를 제시한 셈이다.



김사부의 낭만은 일종에 우리 시대에 전하는 메시지다. 3년 만에 돌아온 김사부(한석규)는 천재 의사지만 강원도 시골 병원에 은둔하면서 최고급 의술을 펼친다. 괴팍하고 때론 거칠기도 하지만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삼는 의사의 본분에 대해서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고, 친절하진 않지만 너른 품으로 후진 양성을 자신의 소임으로 여긴다. 서우진(안효섭 분)과 차은채(이성경 분) 등 기존 부족함이 있는 젊은 후배 의사들에게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신의 선택에 기꺼이 책임을 진다. 안위를 도모하기보다 어려운 일일수록 솔선수범하고, 기어코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관철하고, 주변 모두를 한 단계 더 나은 의료진, 사람으로 만든다.

‘사부’를 자처하면서 군림하지 않고 솔선수범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을 모두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늘 답을 제시해주는 김사부 같은 진정한 어른다운 행보는 존경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에 대한 질문을 포기하지 마. 그 질문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의 낭만도 끝이 나는 거다”라는 낭만에 대한 정의는 요즘과 같은 시대에 최백호의 노래 이상으로 울림을 전한다.



하지만 <김사부>는 웰메이드한 드라마라고 하기에 몇몇 걸리는 지점이 있다. 큰 줄기의 갈등 구조와 악인들의 서사가 너무나 단순한 권선징악이다. 종합병원의 극히 일부 사람들의 관계가 늘 병원과 재단 전체의 문제로 비화되는 탓에 응급실 주변 일이 되면서 병원장과 말단 의사들이 함께 수술도 하고 치고받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그래서 사회문제를 접목하려는 에피소드는 너무 튀고, <하얀거탑> 같은 메디컬 드라마 특유의 냉정한 정치와는 거리가 있다.



그런 어색한 자리를 무마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흔히 말하는 우리나라 드라마 특유의 전문직 연애 드라마라는 양태다. 메인 러브라인인 차은재와 서우진 커플 못지않게 서브 러브라인인 윤아름(소주현)과 박은탁(김민재)의 커플도 큰 사랑을 받으며 인기를 견인했다. 물론, 이는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의 매력이기도 한데 김사부는 자신의 길을 걷고, 멜로라인은 다른 캐릭터가 맡는 입체적 서사 덕에 김사부의 메시지와 로맨스가 조화를 이룬다.



다만, 아무리 로맨스를 적절히 활용해 극적 판타지를 가져간다 하더라도 돌담병원은 방음공사와 보안 공사가 시급하다. 저녁 8시대 드라마처럼 문 밖에서, 벽 뒤에서 복도 코너에서 ‘우연히 엿듣고’, ‘우연히 보게 되면서’ 스토리가 이어지는 경우가 너무 허다하다. 과장이 아니라, 대부분의 중요한 관계와 사건은 이런 장면으로부터 발화한다.

흔히 말하는 문제적 설정인, 전문직이 등장해 연애하는 드라마, 우연으로 점철된 드라마, 현실감각에 만화적 상상력을 더한 배경의 드라마임에도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가 많은 사랑을 받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역시나 에피소드별로 구성된 속 시원한 전개 속에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김사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헤쳐나가는 돌담병원 식구들의 백전백승의 전적이 위안과 로망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사람에 대한 존중이 점점 사라지고 혐오가 싹트는 시대에 김사부와 돌담식구들처럼 사람을 중하게 여기고, 함께하는 하루가 즐겁고 보람찬 세상,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하는 삶의 태도와 가치를 공감하고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당분간 돌담병원의 바쁜 금요일을 함께할 수 없어 아쉽긴 하지만 다행인 것은 한석규를 비롯해 여러 배우들의 인터뷰와 후반부로 갈수록 발전시켜놓은 캐릭터의 관계와 전개가 아무래도 시즌3 제작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고 있단 점이다.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에 낭만을 환기시키길, 한발 더 나아간 시리즈가 되길 기대해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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