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4', 유재석이 밀어줄 때 더 열심히 하세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이번 주 KBS2 <해피투게더 3>은 ‘KBS 희극인실 특집’으로 초대 손님에 오재미, 남희석, 김수용, 김숙, 그리고 MC 유재석, 박미선, 박명수, 신봉선에다가 <개그 콘서트> 인기의 주역들인 보조 MC ‘G4’까지, 신구 개그맨들이 총망라한 자리였다. 내로라하는 개그맨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으니 희극인실을 두고 얽히고설킨 에피소드들은 물론 성대모사면 성대모사, 콩트면 콩트, 춤이면 춤, 시종일관 활기차리란 건 예측했던 결과였지만 그중 뜻밖이었던 건 후배를 위한 선배들의 속 깊은 배려였다.

남희석이 들려준, 한참 잘 나가던 시절 광고 출연료를 받으면 넌지시 형편 어려운 후배의 지갑에 수표를 넣어주곤 했다는 대선배 오재미의 일화도 놀라웠고 김숙이 들려준, 행사에 무보수로 동원된 후배들이 안쓰러워 자신의 출연료를 봉투째 고스란히 넘겨줬다는 김국진의 일화도 가슴 찡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나 선배들이 까마득히 나이 어린 후배들을 병풍으로 돌려놓지 않았다는 점이 무엇보다 보기 흐뭇했다. 오재미가 KBS 공채 개그맨 5기, 남희석, 김수용, 유재석이 7기라 하니 'G4'로서는 감히 입도 달싹 못할 만큼 어려운 대선배들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그날 함께 한 대다수가 ‘봉숭아 학당’을 거친지라 초창기 멤버 오재미는 그야말로 하늘같은 선배인 셈. 그럼에도 ‘G4'는 주눅이 들기는커녕 오히려 선배들을 개그소재로 써가며 쥐락펴락, 물을 만난 물고기 마냥 웃고 즐길 수 있었다. 오재미가 'G4' 단장 김준호에게 따귀를 때릴 기회까지 주었으니 두 말하면 잔소리가 아니겠나. <해피투게더 3>이 새롭게 신설된 MBC <주병진 토크콘서트>의 대항마로 ‘G4’를 전격 투입한지 어언 두 달, 선배들이 맘먹고 멍석을 깔아주자 비로소 그들의 진가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나는 무슨 ‘파’라느니 누구 ‘라인’이라느니, 편을 짓고 선을 긋는 모양새를 껄끄럽게 여기는 쪽이다. 실력이 있다면 모르겠으나 가까운 사이랍시고 깜냥이 안 되는 인물들을 줄줄이 끌어들여 쪽박신세가 된 프로그램을 좀 많이 봤어야 말이지. 그리고 무리 지어 나와서는 여기서 한 얘기 저기서 또 하며 서로 좋다고 박장대소를 하는 꼴불견 또한 얼마나 싫증나도록 봐왔나. 떼로 몰려다니는 데에만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그놈의 연줄로 쉽사리 고정 출연이 가능하다는 점. 측근의 입김 덕에 별 노력 없이 번번이 목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이들을 볼 적마다 어찌나 속이 터지던지.









그러나 이번 'G4'의 <해피투게더 3> 진출은 선후배라는 연줄에 기인하긴 하나 앞서 언급한 ‘파’나 ‘라인’과는 차별된, 후배 양성의 개념으로 보는 게 옳으리라. 아마도 메인 MC 유재석이 재능은 있으나 버라이어티에 취약한 후배들을 집중 훈련시켜볼 작정으로 도모한 일이지 싶다는 얘기. 이번 ‘KBS 희극인실 특집’에서도 초대 손님들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으면서 간간히 후배들도 챙겨주는 모습이 여간 사려 깊어 보이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유재석의 후배 사랑이 KBS 직속 후배 쪽으로만 치우쳤다고도 볼 수 없다. SBS <연예대상> 대상 수상 소감에서 SBS 개그프로그램과 신인 개그맨들을 언급한 바 있는 그가 아닌가. "우리 <개그 투나잇> 후배들, 많이 와서 응원해주고, 박수쳐주고. 오늘은 자리가 협소해서 저쪽 뒷자리에 앉아 있는데 정말 내년 연예대상에는 앞으로 다 와서 같이 환호하는 그런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후배들이 어서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오르길 기대한다는 세심했던 배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MBC <무한도전> 멤버들이야 말할 것도 없겠고, 요즘 예능 늦둥이로 한참 잘나가는 윤종신이며 MBC <놀러와>의 김나영, SBS <런닝맨>의 김종국, 개리, 이광수 등, 그가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리 잡게 도와준 이들은 부지기수다. 재능이 있는 인물에게 기회를 안겨 주는가하면 그 재능이 더 빛이 날 수 있도록 끌고 밀어준다는 점, 국민 MC 유재석의 가장 돋보이는 장점이 아닐는지.

문득 개그맨들의 무덤과도 같았던 KBS2 <상상더하기>가 생각난다. 이병진이며 정형돈, 이수근, 유세윤 등, 재능 있는 숱한 <개그 콘서트> 출신 개그맨들이 묵언수행 중이냐는 비아냥거림을 받다가 물러나곤 하지 않았나. 2012년, 올해에는 <상상더하기>의 안 좋은 예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부디 개념 찬 후배 사랑이 연예계 전체에 넘쳐나길 바란다. 그리고 모처럼의 기회를 얻은 ‘G4',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도약한 선배들처럼 앞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그림 정덕주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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