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비저블맨’은 어떻게 투명인간을 이용해 호평과 흥행을 잡았나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벌써 많이들 잊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유니버설 몬스터들을 갖고 ‘다크 유니버스’라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만들려는 시도가 몇 년 전에 있었다. 캐스팅 된 쟁쟁한 배우들의 단체 사진도 있는데, 잘 안 되었다.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으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영화 반응이 좋지 않자 떨어냈고, 그 다음에 진짜 첫 작품이라고 낸 <미이라>도 반응이 나쁘자 시네마틱 유니버스 자체를 포기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나온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다. 마블과 DC의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나오기 한참 전, 아니, 마블과 DC가 자사의 슈퍼 히어로들을 엮기 한참 전에 이미 유니버설 사에서는 자사의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축했다. 1940년대부터 오리지널과 속편들을 내는 다신 자사의 기존 몬스터들을 엮어서 일련의 앙상블 영화들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들은 지금의 마블 영화들처럼 일관된 하나의 이야기로 흐르지는 않았다. 애봇과 코스텔로가 나오는 시리즈는 그냥 코미디였고. 그래도 우리가 IP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단어를 듣고 떠올릴 수 있는 거의 모든 그림들이 1940년대에 이미 만들어졌다. 단지 ‘다크 유니버스’를 만들려고 한 사람들은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했다. 이게 지금도 먹힐까? 이게 유니버설 클래식 몬스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드는 최선의 방법일까?

얼마 전 개봉된 리 워넬 감독의 <인비저블 맨>은 유니버설 클래식 몬스터 중 하나인 투명인간을 내세운 작품이지만, 퇴출된 다크 유니버스와 상관없이 블룸하우스에서 만든 독립된 작품이다. 상당히 잘 만든 영화로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고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입소문의 힘으로 장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작품은 소위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얼마나 소재와 캐릭터의 가능성을 죽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전에 나온 <미이라>와 비교 감상될 가치가 있다.



<인비저블 맨>이 다크 유니버스에서 만들어질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포스터만 봐도 첫 번째 답이 나온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투명인간이 아니라 투명인간에게 스토킹 당하는 주인공 세실리아이다. 세실리아는 투명인간에게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하고 결국 살인누명까지 쓰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노골적인 폭력의 희생자인 여성이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입증하려 하지만 계속 실패하고 결국 스스로 해결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내용이다.

이것은 투명인간 스토리의 창의적 활용이지만,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는 어렵다.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속한 IP 영화는 타이틀 롤인 ‘투명인간’을 이렇게 다룰 수 없기 때문에. 악당이어도 상관없고 끔찍한 일을 저질러도 괜찮지만 주인공이어야 하고 주인공으로 존중받아야 하며 장난감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상품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이 캐릭터가 나중에 다른 영화 속 캐릭터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을 여유를 주어야 한다. 한 마디로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만들다보면 아무리 다양한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해도 무난한 사회성으로 수렴된다.



워넬의 영화는 이 사회성의 규칙을 깨고 독자적인 개성을 추구한다. 투명인간이라는 고전적인 소재를 받아들였다는 것만 빼면 어떤 제약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제약 없는 상상력만큼 호러 영화에서 좋은 무기는 없다. 이 장르가 끊임없는 비슷비슷한 속편과 ‘아무개 대 아무개’ 식 영화의 대량생산 공간이라는 점도 이를 부인하지는 못한다. 좋은 호러 영화는 제약에 갇히지 않을수록 좋다. 그리고 처음부터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추구하며 이들을 비슷비슷한 블록버스터의 틀에 가두는 것만큼 독인 것은 없다.

얼마 전 블룸하우스는 유니버설 괴물을 주인공으로 한 두 번째 영화 기획을 발표했다. 그 영화는 <드라큘라>이고 감독은 <걸파이트>와 <이온 플럭스>의 카린 쿠사마가 맡을 예정이다. 이들이 어떤 영화를 머릿속에 품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먼저 나온 워넬의 영화와 어떤 식으로건 연결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고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인비저블 맨>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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