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신이 떴다’, 대세 콘텐츠 트로트를 요리하는 방식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코로나 시대에도 트로트 열풍은 여전히 뜨겁다. 진원지인 TV조선 <미스터트롯>이 우여곡절 끝에 ‘특별 앵콜 무대’를 가지며 막을 내렸다. 그간 우리네 경연 예능은 조작이 밝혀진 적도 있고, 방송 전 내걸었던 부상과 약속을 내팽겨 친 적은 있어도, 투표 문자가 너무 많이 몰려 생방송 중 결과를 발표하지 못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행 예능은 대부분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길거리와 야외를 주 무대로 하는 예능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을 때, 여행 예능이며, 한류 예능이자 트로트 콘텐츠인 SBS <트롯신이 떴다>는 평일 편성에도 불구하고 1회부터 무려 14% 후반대의 시청률로 시작해 3회엔 15.9%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트롯신이 떴다>는 남진, 김연자, 설운도, 진성, 주현미, 장윤정 등 기본 활동 경력이 수 십 년씩 되는 국내 최정상급 트로트 가수들이 케이트롯의 세계화를 위해 해외로 나가 버스킹을 펼치는 모습을 담는다. 목적과 액션이 매우 명확하다. 초심 찾기만 제외하면 우리나라 스타 뮤지션들이 전혀 자신들에 대한 정보가 없는 관객 앞에서 스스로도 생소한 버스킹을 펼치는 <비긴 어게인>의 트로트판이라고 할 수 있고, 한식 한류 콘텐츠인 tvN <현지에서 먹힐까?>의 트로트 버전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그래서 낯선 환경과 조촐한 무대도 산전수전 다 겪은 ‘트롯신’들의 소위 씹어 먹어버리는 무대를 즐기는 재미와 함께, 영원한 내수시장이라 생각했던 트로트를 처음 듣는 외국인들의 호의적인 반응과 리액션을 보면서 자부심 느낀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예능 작법상, 트로트만 빼면 사실 너무 레퍼런스가 명확한 예능이다. 버스킹이란 콘셉트도 그렇고, 현지에서 힙한 라이브카페를 찾아간 동선도 그렇고, 꽤나 멋진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밥도 같이 해먹고, 캐릭터도 잡아가는 등 하나의 가족처럼 생활하며 버스킹을 다닌 다는 점도 익숙하다. 특히 방탄소년단의 ‘DNA’를 패러디한 뮤직비디오 촬영을 한 2회와 진성과 설운도의 요리 솜씨와 ‘언박싱’이 은박지가 되는 어르신들의 수다나, 소통을 추구하지만 진행은 수직적이며 직선적인 운도TV의 적나라한 제작 현장 등을 담은 3회는 절반 이상이 숙소에서 함께하며 친해지는 이야기로 채워졌다.

소탈 그 자체인 장윤정과 조금은 엉뚱한 설운도, 늘 진지한 진성, 우아한 외모 그대로인 주현미, 에너지 넘치고 호기심 많은 김연자 등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트롯신들이 함께하면서 어우러지면서 친밀함이 돋는다. 특히 매니저를 자처하는 정용화는 한참 어린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하며 무대에서보다 숙소에서 존재감이 빛을 발한다. 이런 무대 밖 캐릭터가 드러나는 장면들에서 트로트가 대세 콘텐츠로 뜨게 된 배경인 기성세대의 문화와 젊은 세대의 호감이 만난다. 이미 확고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열린 자세로 젊은 세대와 호흡하려는 노력과 호기심은 보다 어린 세대에게 일종의 순수함과 새로움, 그리고 전통에 대한 자부심으로 다가온다.



이런 예능 차원의 재미와 함께 익히 알고 있는 트롯신들의 능력인 그 어떤 공연 환경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기 능력 뽐내는 가창력과 무대장악력을 보는 재미가 더해지고, “사람들이 우리 못 알아보면 어쩌지”, “사람들이 알까?”, “큰일 났네” 등의 걱정이 무색하게 뜨겁게 환호하는 현지 관객의 리액션을 보면서 한 번 더 즐길 수 있는 것이 <트롯신이 떴다>가 대박이 난 이유다.

하지만, 시즌을 거듭하면서 초심 찾기를 넘어선 발전을 보여주고 있는 <비긴어게인>과 비교해볼 때 한 가지 큰 아쉬움도 있다. 진지하게 합주하거나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함과 완성된 곡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음악에 몰두하는 연습 장면이 없다. 라이브 밴드를 대동하기는 하지만 가수들이 차례대로 단 한 곡씩만 부르는 무대의 구성이나 콜라보 등 이 프로그램만의 특별 무대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즉, 평소 행사에서 보여주는 것을 해외에서 보여주는 것 이상의 음악적 발견은 부족한 편이다.



엄밀히 말해, 이 프로그램이 말하는 버스킹이란, 실제 길거리 공연이라기보다 야외 특설 무대라고 하는 편이 맞다. 음악적 실험보다는 인지도 실험에 가까운 셈이다. 허나 트로트 세계화라는 키워드를 선점한 효과가 워낙 크고, 기성 가수들의 캐릭터플레이가 가미된 점, 예전 교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위로 공연의 향수 등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재미요소가 다양해 이 아쉬움을 덮는다.

문제는 역시나 코로나19다. 첫 번째로 떠난 베트남은 비행기도 회항시킬 정도로 대표적으로 강한 봉쇄 정책을 펼치고 있고, 해외에 가기도 어렵지만, 역 유입된 바이러스가 걱정이기도 한 실정이다. 따라서, 트로트가 오늘날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트롯신들의 다음 여행을 준비하기란 당분간 어려운 환경이다. 어떤 테마에도 트로트만 끼워 넣으면 되는 시대에, 흔히 말하면 물이 가득 들어온 이 시점에, 모처럼 한 박자 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시청자 입장에서 벌써부터 아쉬울 따름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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