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수2’, 팀웍과 스토리로 비호감 극복해라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나는 가수다’가 시즌1을 종료하고 휴지기에 들어간다. 그동안 ‘나가수’의 침체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지금까지 일어난 논란과 시청자의 이탈원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출연 가수의 문제다. ‘나가수’는 출연가수들의 캐스팅만 해결하면 만사 오케이다. 매니저의 노래대결을 펼치는 등 개그맨의 활용도를 높이는 건 부차적인 문제다.
이소라 김범수 박정현 윤도현 등 초기 멤버들이 출연하던 시절에는 대중의 반응은 얼마나 좋았었나? 이때는 ‘노이즈 메이커’였던 옥주현 한 명 정도는 끼어 있어도 괜찮았다. 하지만 적우 테이 이현우가 들어오면서 ‘나가수’의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그러면서 ‘나가수’도 점점 비호감이 되어갔다.
적당한 노이즈는 괜찮지만 논란이 아닌 불만이 팽배해져가는 건 문제였다. 새롭게 투입되는 가수의 운용 폭에 있어 ‘나가수’는 아이돌부터 뮤지컬 가수까지 다양하게 출연시키는 ‘불후의 명곡2’보다도 더 옹색한 것 같다. 윤민수가 명예졸업을 해도 대중들은 별로 축하해주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윤민수는 ‘나 어떡해’ ‘집시여인’ 등을 불러가며 운용을 잘해 오래 버틸 수 있었다.
휴지기가 한 달이건, 두 달이건 시즌2로 다시 돌아왔을 때 출연가수들이 조용필, 이승철, 신승훈, 나얼, 이문세, 이선희 등으로 채워지면 다양한 세대에 어필할 수 있어 시즌1 초반의 열기를 재점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김영희PD가 다시 돌아온다 해도 출연가수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는 건 쉽지 않다.
지금은 ‘나가수’ 초반보다 가수들을 캐스팅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 이승철과 신승훈은 ‘나가수’가 한창 잘나갈 때도 출연하지 않았던 가수들이다. 가수의 캐스팅이 완벽하게 되지 않는다면 팀웍을 갖출 수 있는 조합이라도 필요하다. 이질적 존재가 들어가면 본인도 힘들어지고 시청자도 보는 게 불편하다.
초반에는 가수의 노래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소라와 박정현이 소름 돋는 감동을 전하면 김범수가 한바탕 과감한 쇼를 벌이고, 또 윤도현이 치고나와 관객을 이끌어나간다. 가수들의 ‘합’이 척척 들어맞고 밸런스가 좋은 환상의 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자가 따로따로 살아남기 전략을 펼치는데 그치고 있다. 가창력과 호감도를 갖추고 있는 김경호와 박완규 정도 외에는 별로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불후2’가 노래 테크닉과 퍼포먼스(가창력도 포함되지만)를 보여준다면, ‘나가수’에서는 가수의 카리스마와 아우라가 드러나게 된다. 두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감이 다른 것이다.
하지만 ‘나가수’에는 긴장감과 몰입도가 생기지 않고 가수들의 아우라와 카리스마도 희미해져 가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제 질러대는 가수를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집중하고 빠져들게 만드는 가수를 보고 싶은 것이다.
이소라나 자우림의 김윤아처럼 자신만의 표현방식을 끊임없이 찾아나가는 가수가 가장 좋다. 조용하게 부르던 이소라가 ‘주먹이 운다’로 파격 변신하고, 김윤아가 신해철의 ‘재즈카페’를 불렀던 실험정신을 높이 평가한다. 김윤아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도 사람들이 자신에게 빠져들 수 있게 하는 데 성공했다. 몇등을 하느냐 보다 새로운 시도로 시청자를 몰입하게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이는 자신의 음악세계에 대한 강한 자신감에서 나온다. 이것이 바로 가수의 아우라와 카리스마를 형성시켜주는 요인이다.
‘나가수’는 가수들의 노래부르는 전략만 노출돼 식상해진 게 아니라 보여지는 화면도 비슷한 영상이 반복되는 듯해 더욱 지루해졌다. 연출과 편집을 통한 보정작업이 필요하다. 출연하는 가수들마다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큰 틀에서 보면 다들 비슷하다. 가령, 오랜만에 컴백한 신효범은 분명 다른 이야기가 있을 법한데 별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제작진이 출연하는 가수에 대한 탐구를 더해 각각의 스토리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가수마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특정가수에 대해 밖에서 하고 있는 이야기를 쉬쉬할 게 아니라, 프로그램 안에서 녹여내어야 각각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이 점은 ‘나가수’가 ‘무한도전’을 참고할 만하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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