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 김혜수로 인해 주지훈은 사냥개 벗어날까

[엔터미디어=정덕현] “목축견인 줄 알았더니 윤변 이제 보니 완전 사냥개 스타일이시네.”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에서 윤희재(주지훈)는 그 말에서 ‘사냥개’라는 표현이 못내 거슬린다. 자기 스스로 소신대로 살아가는 것이라 착각해왔지만 그는 결국 법무법인 송&김의 송필중(이경영) 대표가 시키는 대로 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간만에 만난 윤희재의 형 윤혁재(김영재) 판사는 그가 이런 회의를 드러내자, 송&김에 들어가는 순간 그런 삶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송필중이 적당히 이용하기 위해 이 회사에 끌어들인 정금자(김혜수)는 윤희재를 비롯한 그 로펌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른바 ‘정금자의 방식’으로 하는 일처리가 그러하다. 그것은 송&김이 하는 방식과 달리, 편법과 협박을 넘나드는 것이지만 의외로 그런 방식은 잘 통한다. 사실 그것이 송필중이 정금자를 송&김에 끌어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일을 하다보면 어느 정도 그런 방식도 필요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정금자의 방식은 윤희재를 조금씩 뒤흔든다. 물론 윤희재가 정금자에게 마음을 주고 있고, 그래서 그를 걱정해 생긴 일이지만 윤희재는 정금자의 방식 깊숙이 들어가면서 조금씩 자신의 ‘사냥개’ 처지를 실감하는 눈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송필중의 사냥개로 살아가는 자신의 처지를.

그리고 이것은 그만이 느끼는 게 아니다. 그노시스 제약 인수 합병 과정에서 그 실소유주인 사이비 종교 트리니티의 교주 백희준(오윤홍)의 약점을 잡아 결국 무너뜨린 정금자에게 함께 그 일을 해온 부현아(박세진)는 이번에도 그 방식이 먹혔다며 그에 대한 은근한 호감의 표현을 한다.



여기서 정금자의 방식은 사냥개가 아닌 ‘하이에나’의 방식이다. 그는 왜 하이에나의 똥이 하얀 색인 줄 아냐며 뼈까지 씹어 삼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회사가 원하는 그노시스 제약 인수 합병을 성사시키면서도 이를 통해 송&김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싸우는 송필중과 김민주(김호정) 사이에서 그 어느 쪽에도 손을 잡지 않는다. 심지어 그노시스 제약을 인수한 AP이언의 케빈정(김재철)이 은근히 진지한 만남을 요구해도 선을 긋는다. 그는 누군가 시키는 대로 하는데 길들여진 사냥개가 아니다. 어느 쪽이든 자신에게 확실한 이익이 되는 쪽을 스스로 선택하는 하이에나다.



그노시스 제약 인수 합병을 성사시키면서 동시에 백희준이 딸 백운미(문예원)에게 어린 시절부터 해왔던 감금, 폭행, 협박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그런 선택은 온전히 정금자가 내린 결정에 의한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송필중 역시 정금자와 비슷한 하이에나의 방식을 드러낸다는 사실이다.

김민주가 그노시스 제약을 미끼로 송필중과 오랜 관계를 유지해온 이슘그룹 하회장(이도경)을 자신 쪽으로 끌어들이려 하자, 송필중은 숨겼던 하이에나의 이빨을 드러낸다. 케빈정이 일각에선 송필중 대표가 하회장의 집사나 다름없다고 한다고 하자, 송필중은 순간 얼굴이 굳어진다. 그는 하회장이 자신이 “모신 어른”은 맞지만 “주인”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그는 이번 기회에 하회장에게도 그걸 알려주겠다며, 이슘그룹의 지분구조 허점을 공유하겠다고 케빈정에게 제안한다.



<하이에나>가 그리는 세계가 독특한 건 결국 치열한 현실 속에서 주종관계보다는 이익을 앞에 두고 계속 바뀌어가는 관계로 구성된 세계라는 점이다. 정금자는 이미 그것을 처절한 삶을 통해 알고 있고 그래서 정금자의 방식 즉 하이에나의 삶을 선택한다. 주인 밑에서 사냥개처럼 편안한 종속으로 살아온 윤희재가 정금자에게 점점 빠져들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건 그래서다.

이 드라마에서 특히 김혜수의 연기가 돋보이고 그 행보 하나하나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건 그 캐릭터가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일에 있어서도 또 사랑에 있어서도 이처럼 종속이 아닌 자기만의 능동적인 선택을 보여준 인물이 있었던가. 이제 심지어 이 정금자라는 캐릭터가 윤희재 역시 바꿔놓을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과 기대감까지 만들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김혜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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