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가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일요일 저녁 프라임타임에 편성됐지만 시청률 1%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예능이 있다. 지난 1월 말 시작해 이제 3개월 차에 접어든 현재 최고 시청률은 겨우 2.1%.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중 최저 시청률이며, 화제성이나 마니아 형성이란 측면에서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가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은 MBC가 모처럼 준비한 야외 버라이어티 <끼리끼리>. 국내 최초 성향 존중 버라이어티라는 색다른 부제가 붙어 있긴 하지만, 박명수, 장성규, 이수혁, 은지원, 황광희, 인피니트 성규, 이용진, 하승진, 정혁, 인교진 등등 무려 10명의 출연자들이 팀을 나눠 게임을 하고 벌칙을 받는 전통적인 리얼 버라이어티다.

낯설기보단 오히려 익숙한 편이다. 멤버들도 오랫동안 이름값을 유지해온 예능 선수들, 현재 가장 뜨겁게 방송 활동을 펼쳐가는 출연자, 활동 복귀한 반가운 출연자, 예능에서 보기 힘든 신선한 캐스팅 등 다채롭게 섞여 있다. 즉, 출연자 수가 과하긴 하지만 콘셉트나 캐스팅이나 이토록 참담한 성적을 거둘 정도의 요인이라 보기 어렵다. 그러나 <끼리끼리>가 주말 예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보다 쉬워야 했다. 잘 되는 리얼 버라이어티는 멤버들의 개성을 부각하고 친해지는 과정을 매주 전하면서 이를 통해 시청자들과 교감한다. 리얼 버라이어티 전성시대의 산물로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장수 예능인 <런닝맨>이나 <1박2일> 모두 마찬가지 공식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끼리끼리>는 모호한 콘셉트와 함께 왁자지껄 웃음 코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스토리라인을 감추거나 없앴다. 한 회 촬영분으로 2주치 방송을 하지만 흐르는 이야기가 없다보니 다음 주에 어떤 일이 있을지 궁금하지 않고, 중간부터 보게 된 시청자들은 도통 무엇을 하는 예능인지 감을 잡기가 어렵다.

스토리를 배제한 웃음은 주말 예능의 덕목인 온 가족 콘텐츠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예를 들어 주말예능 강자인 KBS <슈돌>,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SBS <미우새> 등은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는 콘셉트와 이야기가 확실한 일종의 시트콤에 가깝다. 장르적으로 유사성이 보다 깊은 <런닝맨>과 <1박2일>도 여행이나 게임이란 큰 줄기의 설정이 있고, 재미의 핵심은 멤버들 사이의 호흡에 있다.



그런데 <끼리끼리>가 내세운 ‘성향별 끼리끼리’라는 콘셉트는 팀을 가르는 것 이외에 아무런 작동을 하지 않으며, 도대체 게임을 왜 그렇게 많이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설계의 빈자리를 너무 많은 인원과 사극, 극한부업, 여행 등등 매번 다른 설정 속에서 수많은 체험과 대결로 채우다보니 멤버들 간의 호흡을 관찰할 기회가 부족하다. 웃음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게임과 왁자지껄한 토크 사이에 중간중간 터지는 몇몇 출연자의 순발력 있는 멘트에 산발적으로 기댈 뿐이다.

늘 기대 밖의 신선한 캐스팅으로 성공해온 나영석 PD는 신선한 캐스팅의 배경에 대한 질문에 시청률이 잘 나올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표현이 직설적일 뿐 새로운 호기심을 마련하기 위해 치열히 고민한 결과란 뜻이다. 올 한해 대세를 일궈낸 <미스터트롯>의 성공요인도 새로운 스타에 대한 열광이었다. 반면 <끼리끼리>는 새로운 얼굴과 캐릭터보다는 기존에 형성된 예능 캐릭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조합으로 승부를 보고자 한다. 그런데 <신서유기>에서 날아다니는 은지원, 지난주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과 여전한 파트너십을 과시한 박명수, 유튜브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장성규와 하승진 등이 뭉쳤지만 리얼버라이어티의 캐릭터쇼로 풀어가기에 출연자가 너무 많고, 게임의 당위와 스토리라인이 연결되지 않으면서 캐릭터간의 시너지가 나올 부분이 적다보니 기존 방송 이상의 개성이나 새로운 관계망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레트로 예능을 줄기차게 선보인 tvN처럼 예능 제작진이나 마니아 중 ‘예능이 곧 웃음’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경향이 한쪽에 늘 있다.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를 모처럼 부활시킨 MBC의 <끼리끼리>도 비슷한 선상에 있는 예능이다. 하지만 10년 전과 지금의 예능은 유행이 돌고 도는 패션 아이템 수준이 아니라 아예 구동되는 버전이 다른 소프트웨어에 가깝다. 게다가 주 시청자층의 연령대가 가장 빨리 높아진 주말 예능이라면 누구나 쉽게 몰입할 수 있는 흥미로운 캐릭터, 단순한 구조, 쉬운 이야기가 더더욱 필수다.

<끼리끼리>가 현재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단순히 산만하다거나, 게임이 재미없다거나 메인MC의 부재와 같은 기술적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보다 높은 시선에서 근원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끼리끼리>의 처참한 시청률은 불나방처럼 끊임없이 시도되는 복고 예능의 한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결과이며, 중장년층의 리모콘 파워가 굳건한 주말에는 스토리텔링 없이 웃음을 지상 최대의 과제로 삼는 올드스쿨 예능은 더더욱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끼리끼리>는 리얼 버라이어티 전성시대의 감수성으로 차별화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 뻔하다고 생각되는 예능들은 매년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확장된 소양으로 자리 잡은 문법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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