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학 당시 교수님께 물었어요. ‘선생님, 전 왜 이렇게 힘든가요?’ 선생님이 답대신 철학자가 쓴 시집 한 권을 주시면서 공부해오라고 하셨어요. 그 러시아 시의 내용인즉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말이었어요. 전 깜짝 놀랐어요. 지금까지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우리의 인생은 늘 행복하고 힘들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이 언제부턴가 있었죠. 힘들면 우리 인생이 아닌가요? 그런데 생각해봤어요. 힘들 때와 힘들지 않을 때가 얼마만큼씩 있지? 생각해보면 즐거울 때보다 힘들 때가 좀 더 많은 게 인생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 힘든 시간들을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나의 인생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 되요.”

- tvN <스타 특강SHOW>에서 박신양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무릇 청년 실업 백만 시대다. 주부가 장바구니로 체감하는 물가 오름세가 놀랍다 못해 섬뜩할 지경이니 부모님에게 이런저런 아쉬운 소리 해가며 돈을 타 써야 하는 청년들의 고단함은 오죽할까. 해가 바뀌었지만 여기저기서 청년들의 한숨 소리는 깊어만 간다. 내 꿈은 무엇인가? 내 꿈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내 인생은 왜 이리도 힘겨운 것인가? 혼돈의 이 시대를 사는 청춘이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들이지 싶다.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기계발서’들을 뒤적여 봐도 인생은 어차피 누구에게나 숙제라느니, 인생은 무슨 사건이 벌어졌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벌어진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느니, 일단 듣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뜬 구름을 잡는 양 막연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절박한 청년들에게 tvN <스타 특강SHOW>와 KBS2 <이야기쇼 두드림>은 아쉬우나마 문제 해결을 위한 퍼즐 한 조각을 제공하고 있다. 누구라도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팁 하나쯤은 있는 법. 고난을 극복해낸 스타를 초대해 인생이라는 엉킨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는 실마리를 얻어 보는 것이다. 스타의 생생한 경험담을 듣는다고 봉착한 난제들이 시원스레 해결될 리는 없지만 그나마 갈증해소는 좀 되지 싶다.

그중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지난 주 <스타 특강SHOW> 10회 강사 박신양이 던진 질문은 특히나 가슴에 와 닿는 교훈이었다. 새해 들어 너나 할 것 없이 만사형통하세요, 올 한 해 내도록 행운이 깃들길 바라요, 등등 듣기 좋은 덕담을 숱하게 주고받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라. 세상사 모든 일이 두루두루 바라는 대로 잘 풀려갈 리가 없지 않은가. 그저 한낱 바람일 뿐.








우리가 고대하는 행복한 시간이 내 것이듯 힘겨운 시간들 또한 내 삶의 일부인 것이다. 그 시간들을 죄다 부정한다면 인생의 반 이상을 고스란히 흘려버리는 결과가 아니겠나. 힘든 나날을 사랑까지는 못할지언정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절반의 성공은 이룬 셈이리라. 긍정이 주는 에너지는 세상 그 무엇보다 막강하니까.

하기야 요 몇 년 새 출판계를 휩쓸고 잇는 화두 역시 ‘긍정의 마법’이 아닌가. 그러나 글자로 읽는 긍정이 아닌 경험담으로 전해 듣는 긍정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었으니 ‘공부의 신’ 강성태가 <이야기쇼 두드림>에서 들려준 어머님의 일화가 바로 그랬다.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들고 갔을 때 그의 어머니는 실망을 하기보다는 훗날 ‘그렇게 공부 잘한다는 강성태도 이리 형편없는 성적을 받은 적이 있구나’하며 위로받는, 용기를 얻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며 오히려 격려해주셨다고 한다.

그 소리에 어찌나 낯이 뜨겁던지. 만약 내 아이였다면? 아마 나는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한 듯이 소란을 피우고도 남았을 게다. 강성태가 ‘공부의 신’이라는 소리를 듣기까지는 끊임없는 자신의 노력도 있겠지만 어머니가 물려주신 긍정의 힘이 든든히 뒤를 받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믿었던 이의 등을 봐야 한다거나, 내가 아닌 남으로 인해 터무니없이 인생의 진로가 바뀐다거나, 어떠한 예측하지 못했던 고난이 닥친다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위기를 잘 넘기고 나면 좀 더 나은 미래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만 있으면 말이다. 내 인생에서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이루고 싶어 하는가? 나는 왜 이리 유난히 힘든가? 어쩌면 TV 안에서 해답의 열쇠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사진=tvN,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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