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김봉법의 스타일 나우] 이제 곧 삼십대가 되는 세븐이 다시 컴백했다. 언제 다시 나오나 기다린 적은 없었는데, 지난주 공중파 음악프로에 등장한 그는 아이돌 그룹들의 어설픈 데뷔 무대에 질린 내 눈을 번쩍 뜨게 만들었다. 심지어 박진영과의 만남이라니. 사실 2년 전 '디지털 바운스'와 '베러 투게더'를 가지고 나왔을 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솔직히 노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무대에서의 모습도 어디선가 많이 봤던 장면들이었다고 해야할까. 빅뱅의 연장선이라고 생각이 든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패션 스타일도, 노래도, 춤도 멋있기는 했지만 새롭지가 않았다. 모두가 동경하는 YG 스타일도 그에게는 버거워보였다.

2년이 지난 지금 세븐의 모습은 얼굴에 살도 약간 붙었고 목소리에 진심도 느껴졌다. 지저분한 건 다 빼버리고 담백한 것만 담아냈다. 노래 마지막에 혼자 춤을 추는 모습은 섹시하기까지 하다. 데뷔곡 '와줘' 때 풋풋했던 세븐이 이렇게 만들어지기까지 십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 동안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겠지만 본인 자신도 지금의 세븐을 가장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얼마 전 세븐의 컴백 무대를 보고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이 들자마자 염치를 불문하고 그의 스타일리스트인 YG의 지은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구보다 그를 잘 알고 그의 이번 스타일에 대해 얘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어서 바쁜 그녀를 조금 귀찮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 들은 얘기 중 몇 가지를 말하자면 이번 앨범 콘셉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게 음악에 진심이 느껴지는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화려해도 안 되고 과장해도 안 되는 절제된 세련미. 그 얘기를 듣고 다시 한 번 무대 의상을 봤는데 지난번과는 사뭇 다르게 정리가 된 심플한 룩이었다. 밋밋한 블랙 재킷에 직접 스터드로 리폼을해서 포인트를 줬고 벨트랑 부츠로 남성적인 면을 부각 시켰다.

그 외에 다른 지저분한 건 전부 버렸다. 이 점이 디지털 바운스 때와 다른 비주얼이다. 빅뱅과 세븐을 동시에 스타일링하고 있어서 힘든 점은 없는지를 물어봤더니 우려했던 것과 달리 철저히 분리해서 작업을 한다고 했다. 스타일이 비슷하니 아이템이나 의상이 겹칠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 특별히 더 신경을 쓴다고.



때마침 오늘 오전에 그의 두 번째 곡인 '섬바디 엘스'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밝은 느낌의 댄스곡인데 뮤직비디오 속 세븐은 얼마 전 본 영화인 '인 타임' 속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비슷했다. 연기할 땐 트렌치 코트로 춤을 출 땐 바이커 재킷으로 심플하지만 가장 세련된 두 아이템으로 표현했다.

지은 실장도 말했던 것처럼 그는 아주 좋은 비율의 신체 조건을 지녔다. 마르고 긴 몸과 팔 다리. 모두가 부러워하는 점이지만 그동안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세븐이 좀 더 섹시한 아티스트가 됐으면 좋겠다. 짐승 같은 근육을 자랑하는 식상한 모습이 아닌 세븐 만의 섹시함. 연륜이 묻어나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매번 새로운 신선함. 그런 게 모두 가능한 게 바로 세븐이다.

물론 세븐 본인도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겠지만 팬들은 조금만 재미없고 지루해지면 흥미를 잃어버리는 게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세븐의 솔로 댄스 장면은 정말 다른 아티스트와 달라 보였다. 팔과 다리가 긴 장점을 이용해서 손동작을 많이 썼는데 그게 통한 것이다. 의상도 너무 잘 어울렸다.

이제 세븐은 이런 이미지를 계속 끌고 가는 일만 남았다.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지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시점에 도달했다. 그것보다 더 확실한 건 세븐이 변했다는 것이고 노래를 계속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노래를 하지 못해도, 인기가 떨어져도, 다른 직업을 가져도 세븐이 너무 좋다.


패션칼럼니스트 김봉법 zencool@hanmail.net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