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원, 왜 연기력 논란이 없을까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요즘 새 드라마나 영화가 시청자와 관객을 만나는 순간 통과의례처럼 터져 나오는 것이 남녀 주연들의 연기력 논란이다. 한정된 관객과 만나는 영화와 달리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의 경우 더욱 그렇다. 수많은 시청자가 연기자들의 평가관이 돼 시시각각 다양한 연기평을 쏟아내고 있다 보니 드라마 연기자들의 연기력 논란은 이제 피해갈수 없는 일상의 풍경이 됐다.

특히 여자 주연에 대한 연기력 평가나 검증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심지어 드라마 연기자 캐스팅이 발표되면 특정 연기자의 그동안 연기력을 문제 삼거나 특정한 이미지와 스캔들, 나이 등을 들어 드라마가 방송도 되기 전 연기력 논란이 터져 나오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진다.

‘부탁해요 캡틴’의 구혜선, ‘빛과 그림자’의 손담비, ‘해를 품은 달’의 한가인, ‘난폭한 로맨스’의 제시카, ‘드림하이2’의 지연 등 요즘 방송되는 드라마의 여자 주연들에 대한 연기력 논란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적도의 남자’ ‘킹2hearts’ ‘패션왕’ ‘신의’ ‘신사의 품격’ 등 앞으로 방송을 앞둔 드라마 캐스팅이 속속 발표되면서 새 드라마 주연 특히 여자 주연에 대한 연기력 문제 제기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폭발하고 있는 여자 스타 연기자에 대한 연기력 논란의 이유는 다양하다. 여자 여기자의 연기력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을 비롯해 허술한 드라마와 캐릭터의 문제가 연기자에게 책임 전가 되는 것, 여자 연기자에 대한 편견과 일부 대중매체의 비전문적인 연기력 평가, 남녀 주연들의 연기의 부조화, 드라마에서의 여자 주연의 극중 비중의 증가, 여성이 다수를 차지한 드라마의 주시청층 등 여러 가지 이유와 환경이 어우러져 여자 연기자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시청자의 혹독한 연기력 논란에 비켜 서 있는 한 여자 연기자가 있다. 캐스팅 발표부터 드라마가 끝나는 순간까지 연기력 논란이 일지 않는 배우가 바로 하지원이다.

오는 3월14일부터 방송될 MBC 새 수목미니시리즈 ‘킹2hearts’ 여자 주연으로 하지원이 캐스팅됐다. 하지원은 이 드라마에서 남자 주연 이승기와 호흡을 맞출 예정인데 캐스팅에서부터 연기력에 이르기까지 그녀와 관련된 논란은 찾아볼 수 없다. 이 때문에 ‘역시 하지원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원은 수많은 여자 연기자에게 가해지고 있는 연기력 문제 제기와 논란을 어떻게 피할 수 있었을까. 연기력 논란을 허용치 않는 오늘의 하지원을 있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1997년 ‘신세대 보고, 수학여행’ 단역을 맡으며 연기자 첫발을 디딘 이후 15년간 쉼 없이 달려온 연기자로서의 궤적을 보면 하지원이 어떤 연기자인지 그리고 그녀를 있게 한 힘이 무엇인지를 금세 알 수 있게 해주는 단초다. 하지원이 연기자로 살아온 15년은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지난한 도전 그 자체였다. 새 캐릭터에 대한 열정의 도전은 하지원을 연기자로서 가장 큰 무기인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을 강하게 담금질시켰다.

‘학교2’에서 반항적인 세진역을 맡아 시청자에게 다가가며 연기자 ‘하지원’ 이라는 이름 석자를 새긴 뒤 스릴러 영화 ‘진실게임’을 선택해 다면적인 모습과 이중적인 성격 등 신인 연기자로서는 표출하기 힘든 다혜역을 녹록치 않은 연기력으로 소화하며 영화계에 진출했다.

이후 신인 하지원은 많은 여자 배우들이 멜로 드라마나 트렌디 드라마의 청순한 혹은 착한 캐릭터를 통해 스타화의 길을 걷던 것과 달리 공포물 ‘가위’의 은주, ‘폰’의 지원 그리고 섹시 코미디 ‘색즉시공’의 은효역까지 의미 있는 연기자적 행보를 보였다.

이영애 김하늘 최지우 송혜교 등 대부분의 여자 스타들이 대중이 환호하는 청순한 캐릭터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것과 달리 하지원은 반항적이고 음울하며 어두운 캐릭터와 이미지로 대중과 만났다. 이러한 캐릭터와 이미지는 연기자 하지원에게 대중의 폭발적인 환호는 없었지만 대신 연기력의 스펙트럼과 캐릭터 소화력의 확장을 가져다줬다.

그리고 2003년 방송된 드라마 ‘다모’는 하지원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부동의 최고의 스타 반열에 올려놨다. ‘다모’의 채옥역을 통해 역동적인 액션연기에서 사랑과 운명의 내면연기까지 양극단의 연기를 통해 가련하지만 강하고 아름답지만 억척스러운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출했다.

이후 한국 드라마 문법을 새롭게 쓴 ‘발리에서 생긴 일’ 곤궁하지만 사랑의 본질을 아는 수정이에, 그리고 사극의 지평을 확장한 ‘황진이’의 고혹적이지만 운명에 순응하지 않는 황진이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TV밖 시청자들에게 캐릭터의 진정성을 전달했다.



‘형사 Duelist’에선 ‘다모’ 채옥과 달리 중성성이 강화된 남순을 통해 칼 움직임, 걸음걸이 등 외형적 연기로 사랑, 안타까움 등 갖가지 감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연기를 보여 주며 의미 있는 연기자적 진화를 거듭했다.

남자 배우 중 최고의 연기력을 갖춘 김명민과의 연기 조화를 이룬 ‘내 사랑 내 곁에’, 1200만 관객을 동원한 ‘해운대’ 그리고 국민적 신드롬을 일으킨 ‘시크릿 가든’, 흥행에 실패했지만 연기자 하지원의 액션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7광구’에 이르기까지 하지원의 새로운 캐릭터의 도전은 쉼 없이 이어졌다.

하지원의 원동력은 이처럼 스타라는 달콤한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는 열정으로 새로운 작품과 캐릭터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 의미 있는 도전을 통해 연기력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고 캐릭터의 진정성을 배가시켜 나간 것이다.

하지원은 영화나 드라마를 선택할 때 돈과 인기를 쉽게 거머쥘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닌 하지원이 그동안 작품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복서, 장례지도사, 해양장비 매니저 등 하지원의 연기자로서 면모를 확장하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쉽지 않는 캐릭터를 골라 덤벼든 것이다.

CF모델을 겨냥하거나 대중이 환호하는 이미지와 캐릭터에 안주해 연기자로서 한 치의 진화 없이 곰탕 우려먹듯 자신의 이미지를 반복 소비하는 일부 톱스타들과 큰 차이를 보이는 힘이 오늘의 하지원을 있게 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하지원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어떤 배역에서도 자신을 맞출 수 있고 모든 행동을 믿을만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됐다. 그리고 ‘킹2hearts’에서 하지원이 보여줄 북한특수부대 여교관 김항아역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SBS, MBC, 영화 ‘7광구’, ‘형사 Duelist']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