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media 주요뉴스

김수현 작가, ‘천일’ 보이콧을 불사한 사연
기사입력 :[ 2012-02-15 13:03 ]


“매니저 하나 소속사 하나 없는 저에게 어떻게 이런 제의가 왔는지 궁금했어요. 알고 보니 처음 김수현 작가님과 대본을 만들 때부터 저를 염두에 두셨대요. 그런데 아시잖아요. 여기 방송국 높으신 분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다더라고요. 그런데 정을영 감독님과 김수현 작가님이 그럼 우리 이 작품 접겠다고 강력히 주장하셔서, 그래서 제가 수애 엄마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거였어요. 너무 안타까우셨대요. 개성 있고 매력 있는 여배우가 일을 못하고 있는 게요. 저 친구를 누군가가 한 손만 잡아주면 잘 될 텐데, 그래서 직접 총대를 메신 거죠.

- SBS <강심장>에서 김부선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SBS <천일의 약속>에서 주인공 이서연(수애)의 엄마 역으로 김부선 씨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역시 ‘김수현 작가!‘ 하며 무릎을 쳤다. 요즘으로서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아니 되는 일지만 이혼을 한 여자라고 하여 무조건 방송국 출입을 막던 어이없는 시절이 있었다. 본인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이혼이라면 또 모르겠다. 결격 사유가 배우자 쪽에 있음이 명백하건만 미풍약속을 해친다는 가당찮은 이유로 출연 금지를 당했으니 당사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했겠는가.

오래 전 그런 안타까운 처지의 윤여정 씨를 전격 기용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준 이래 김수현 작가는 숱한 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기회를 줘왔다. 윤여정 씨야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나 MBC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를 통해 잘 알려진 케이스이지만 그 외에도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던 여자 연기자 여럿이 김수현 작가의 손을 빌려 비로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는데, 2002년 작 KBS2 <내 사랑 누굴까>의 경우 특히나 많은 연기자가 구원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위기는 '위험'이자 곧 ‘기회’라더니 <강심장>에 출연한 김부선 씨에 따르면 그녀 역시 최악의 순간 거짓말처럼, 기적처럼 기회가 찾아왔다고 한다. 오죽하면 정을영 감독과 김수현 작가의 작품이라는 섭외 전화에 사기 치지 말라며 매몰차게 전화를 끊어버렸겠나. 예전에 윤여정 씨가 그랬듯이 아무도 써주지 않는, 아니 오는 기회까지 누군가가 막고 나서는 수레바퀴처럼 가혹한 운명의 연속.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도로 낙향을 결심했을 때는 어쩌면 죽음까지 염두에 두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처럼 더 이상 내려갈 길이 없는 바닥에 도달하자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일으켜 준 것이다. 그런데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자함은 김수현 작가 혼자만의 생각과 실천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기야 매번 함께 작업을 해온 정을영 감독과의 의견일치가 없었다면 쉽지 않은 일이었으리라.

모두가 돌아보지 않는, 가까이 했다가는 혹여 불똥이라도 튈까봐 두려워 피하는 존재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주는 것, 어른은 바로 이래야 하는 게 아닐까? 근사하게 나이를 먹는다는 게 바로 이런 게 아닐까? 그러나 김부선 씨 또한 어른이었다. 최근의 드라마 제작 과정에 어두워 준비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수많은 스텝들 앞에서 호된 질책을 받았지만 그 심한 꾸짖음이 오히려 눈물겹도록 감사하게 느껴졌다니 말이다.

언제나 좋다, 좋다 해놓고는 다음에는 아예 찾지 않았던 감독들과는 달리 무엇이 잘못인지 정신이 번쩍 들도록 하나하나 지적해주는 정을영 감독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더란다. 그리고 과거 영화 작업이 후시 녹음으로 진행되었던지라 대사 하나 변변히 외우지 않았던 안일한 자신의 지난날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이제 다시 연기자로 거듭난 김부선 씨,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더 많이 사랑하고 돌보겠다고 다짐한 그녀의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진행이 될지 사뭇 기대가 된다. 그리고 윗사람들이 그토록 꺼린다는 김부선 씨에게 기회를 준 <강심장>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사진=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