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박2일' 새 맴버 차태현의 리얼 예능 방식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1박2일’ 새 멤버 구성을 두고 말들이 많다. 새로 참가하는 멤버는 리얼 예능에서 검증이 되지 않았고 ‘1박2일’에서 넘어온 멤버들은 이승기와 은지원에 비해 예능감이 떨어진다는 진단이다.

물론 차태현은 오래전부터 예능 경험이 있고 예능촉과 감을 인정받았다. 차태현은 ‘무한도전’ 등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이 유행하기 전부터 예능에 출연했었다. 예능PD들 사이에서 떠도는 말 중에는 차태현이 배우로 안 나갔으면 유재석과 강호동 못지 않은 예능인으로 성장했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무한도전’ ‘슛돌이’ ‘패떴’ ‘런닝맨’의 게스트로 때로는 까불거리고, 때로는 유쾌하게 재미를 준 것이다. ‘고정’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1박2일’ 새 멤버 구성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메인MC의 부재다. 아무리 리얼 버라이어티라 해도 메인MC가 없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 리얼 예능에서 웬 메인MC타령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유재석이나 강호동 같은 리더(1인자)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이수근은 리얼 예능의 메인MC감이 아니다. 자신의 웃음만 책임지는 스타일이다. 끊임없이 단타를 날리는 ‘지엽적 웃음 유발 캐릭터’다. 신동엽은 체질상 리얼 예능이 맞지 않고, 김구라도 토크쇼인 ‘라디오스타’의 최적임자이지, 리얼 예능의 1인자나 2인자는 영 아니다.

강호동의 하차 후에는 ‘1박2일’의 메인MC는 이승기와 나영석PD가 나눠가졌다. 나영석 PD가 든든한 선장이자 버팀목으로 대중적으로 더욱 강한 친화감과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이때문이다. 나 PD는 막내 이승기가 형들을 휘어잡을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악역을 자처한 것이다.
 
‘1박2일’은 ‘무한도전’에 비해 메인MC가 악역을 맡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1박2일’은 수직적인 구조, ‘무한도전’은 수평적인 구조다. ‘1박2일’은 매우 보수적이다. 유사가족(그것도 시골의) 구조에서 메인MC였던 강호동은 큰 형이다. 강호동은 제작진과 ‘딜’을 하고 때로는 동생들을 책임져야 하며 욕도 먹을 각오도 해야 한다.
 
나영석 PD는 진짜(?) 독한 사람이다. 올 신년특집 ‘친구야 우리 함께 가자’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온 장우혁, 이동국도 레이스에서 패배하면 가차없이 겨울 동해바다에 입수시키는 사람이다. 나 PD는 멤버들에게 아무리 힘든 일을 시켜도 착한 농부 처럼 생긴 얼굴을 하고 있어 욕을 할 수가 없다. 뺀질뺀질하게 생긴 PD였다면 고생 좀 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앞으로 맏형 김승우와 최재형 PD는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차태현은 리얼 예능에도 빨리 적응해 팀의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차태현은 자신이 마구 웃기는 스타일이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려 뭘 할 줄 안다. 리얼 예능에서 자신만 웃기려고 하다가는 ‘민폐’ 캐릭터가 된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토크를 하고 유머를 구사한다는 건 요즘 리얼 예능에 어울린다는 뜻이다. 만능엔터테이너 차태현은 ‘지니어스’ 은지원 또는 MC몽이 했던 역할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차태현은 ‘슛돌이’의 게스트로 나와 어린 아이들도 액션을 하게 만들었다. 다른 게스트들은 아이들을 다룰 줄 몰라 속수무책이었지만 차태현만은 아이들과도 잘 놀면서 프로그램을 살렸다.

‘패떴’에서 김종국과 아침을 차리는 미션을 수행하며 중간에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청국장 만드는 법을 물어보기도 하고, 자신은 ‘싼쵸’, 김종국은 ‘깐쵸’라고 부르며 “~뿐이고”라는 재치 있는 말투를 활용하기도 했다. 차태현이 타고난 밝은 기운과 성품을 지닌 것도 리얼 예능에는 장점이다.(이것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에서 로맨틱 코미디물의 단골손님이었지만)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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