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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작가 “유이가 없었다면..” [인터뷰]
기사입력 :[ 2012-02-16 17:18 ]


- ‘오작교’ 작가 “밥짓기의 위대함 보여주고 싶었다”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KBS 주말극 ‘오작교 형제들’은 전체 58부중 단 2회만 남겨두고 있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황씨 집안 4형제와 그 가족들이 서울근교 농장에서 살아가며 사랑과 일상의 서사를 담고 있는 이 드라마는 시청률 35%에 육박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7개월간 순탄하게만 온 것은 아니었다. 초반 황씨 형제의 엄마이자 농장을 관리해온 박복자(김자옥)가 남편 친구인 백인호(이영하)의 딸 자은(유이)이 이 농장의 소유주임을 증명하는 각서를 훔쳐내자 가족드라마의 탈을 쓴 막장드라마라는 말까지 나왔다. 가족사기단이나, 콩가루집안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이정선 작가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반응에 나도 매우 당황했다. 전체 50여부작중 초반의 포석이고 설정이었다”면서 “딸이 없이 남자들만 있는 공간에 사는 박복자와 엄마 없는 딸로 자란 백자은이라는, 자라온 환경이 전혀 다른 두 여성이 처음에는 적대 관계였지만 서로 이해하고 대화해 이를 극복하며 가족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박복자라는 여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일어난 나의 실수라고 생각한다. 복자를 30년간 땅을 일군 농군, 시골 가면 만나게 되는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조금 더 부각시켜 땅에 대한 집착을 하는 모습을 그렸다면 단순 도둑이 아니라 그런 모습까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다”고 전했다.

‘오작교 형제들’은 유이의 아버지 백인호가 황태희(주원)의 친아버지를 살해한 뺑소니범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져 유이와 태희가 사랑을 가꿔나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사실에 대한 단서들은 이미 포착돼 드라마를 계속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긴장감이 풀려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시청률은 떨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뺑소니범이 공개되면서 내용이 착착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장르물이나 수사물이 아니어서 사건으로 드라마를 전개시키려고 하지 않았다”면서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버리면 시청 흥미를 잃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과정에서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준 후 마지막에 범인을 잡는 것으로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오작교 형제들’이 인기를 끈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연속극의 특성과 가족시간대라는 점, KBS 주말극이라는 이점이 더해졌다 해도 드라마 속 캐릭터나 스토리에서 분명 시청자를 끌어들이게 하는 요인이 있었을 듯 싶었다.

이 작가는 “복자와 자은은 상실감이 많은 여자다. 복자는 너무 많은 모성을 지녀 이걸 퍼주는 과정에서 상실감이 생기는 여자고 자은은 모성이 결핍돼 상실감을 맛보는 여자다. 두 사람이 이걸 공유하면서 어루만져주고 결핍을 채워주는 과정에서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유이가 복자에게 식기세척기를 사주는 모습은 딸이 없는 엄마가 봤다면 공감했을 것이다. 시청자분들도 이 두 여성의 상황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두 여성이 서로의 상실감을 채워주는 과정에서 엄마 가사노동의 소중함, 밥짓기의 위대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엄마의 가사노동은 끊임없이 소비되지만 가족들은 이 밥을 먹고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고,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걸 잘 모른다. 자신이 밥을 지어보면서 알게 되는 것이다”고 했다.
 
이 작가는 연기경험이 별로 없는 유이와 주원을 특히 칭찬했다. 젊은 배우들 연기의 집중도가 높았다는 것. 이 작가는 “유이 없는 백자은은 상상할 수 없다. 초반 대학교와 지구대에서 깽판치는 장면 등 입체감 있게 연기를 펼쳐 작가라는 점을 잊어버리고 시청자 입장에서 시청했다”면서 “또 주원은 후반 비중이 높아지면서 빛을 발했다. ‘제빵왕 김탁구’에서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 이런 선한 연기도 어울린다는 점을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둘째 아들 황태범(류수영)-차수영(최정윤) 커플의 집중력은 자은-태희의 사랑이 무르익기 전인 드라마 초반을 견인하는 요인이 됐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어 시청자의 눈길을 끌게했다. 이 작가는 “젠틀한 남자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류수영은 코믹함 속에서 진중함을 보여주고 현실감 있는 남자로 연기 영역을 확장했다. 일상적 연기가 되는 코믹, 리얼리즘 연기를 처음으로 보여준 것 같다. 류수영이 드라마의 팍팍한 분위기를 많이 덮어주었다. 또 최정윤은 딱딱할 수 있는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그려냈다”고 호평했다.
 
첫째아들 태식(정웅인)-미숙(전미선) 커플은 40대 이상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로맨틱한 모습보다는 일상적인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 그렇게 해서 현존하는 다문화가정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작가는 “태식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국수(박희건)가 태식의 아들로 되어가고, 태식은 국수의 아버지가 되어가는 모습을 두 남자가 잘 연기했다”고 말했다.
 
막내 황태필(연우진)과 남여울(송선미)이 커플이 되면서 이모가 손아래 동서가 되고 동생이 이모부가 되는 등 족보가 심하게 꼬이게 됐다. 시청자 정서도 별로 좋지 않았다. 이들의 결혼을 극구 반대하던 여울의 언니 남여경(박준금)이 건강진단 결과에 이상이 있다는 통보를 받고는 이들의 교제를 허락했다. 여경은 “생의 마지막에 남는 건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밖에 없다”면서 생각을 바꿔놓았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직 태필-여울 커플의 결말이 드러난 건 아니다.
 
‘오작교 형제들’은 어른들이 중심을 잡아줘 젊은이들이 마음껏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꼬장꼬장 할머니 심갑년 역의 김용림은 후반 이야기 중심으로 들어오면서 50년 연기 구력이 빛났다. 이 작가는 “며느리 손자와 강변을 걷고 매운탕을 먹으러 가는 신에서 눈빛 하나로 모든 걸 말해주었다. 너무 연기를 잘 하시니까 나도 떨면서 썼다”고 말했다. 약간은 진상아빠인 황창식 역의 백일섭은 아들이 속을 썩이거나 할 때면 포장마차에서 이를 풀어내는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이 작가는 “연속극은 배우들이 보여주는 앙상블이 중요한데, 최고였다”고 말했다.
 
이정선 작가는 ‘외과의사 봉달희’ ‘굳세어라 금순아’ 등의 히트작을 쓴 중견 작가다. 남편은 ‘해신’ ‘바람의 나라’ 등 사극 연출 경험이 많은 PD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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