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근석, 자극적 현지 매체에 대처하는 방법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장근석은 그동안 혐한류 매체들의 선정적이고 악의적인 기사에 시달려왔다. 없는 이야기도 만들어내는 이들 매체에게 비교적 자유롭게 팬들과 소통하는 장근석은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장근석이 한류스타로서 인기를 끌수록 이런 부정적 보도는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냉정하게 그리고 엄밀히 생각해보면 장근석의 나르시시즘적 행동과 발언들을 제대로 이해해주는 사람은 장근석팬뿐이다. 이에 대해 한국인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냉소적이거나 ‘허세작렬’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제법 있다. 하물며 일본의 평균 대중들의 생각은 그리 우호적이길 기대할 수 없다.

장근석이 일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이라고 묻는 질문에 ‘스시(초밥)’라고 대답했더니 ‘아오이 소라’라고 답했다는 악의적인 보도가 나왔다. ‘스시’가 ‘아오이 소라’로 둔갑한 것이다.
 
장근석은 일본 언론으로부터 “일본 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받고 즉석에서 “너무 싫어! 거짓말이야. 너무 좋아!(다이 기라이! 우소, 다이스키!)”라고 답한 적이 있다. 이 말이야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어로 떠올랐으니 곡해될 소지는 없지만 없는 말도 만들어내는 현지 언론이 있는 말로 장난치는 것이야 식은 죽먹기다.
 
장근석의 나르시시즘은 일본 언론에서 자기애에 빠진 스타, 자뻑스타, 좌충우동형 스타 등 별의 별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장근석은 얼마 전 도쿄돔에서 가진 단독 콘서트에서 “이 몸만 쳐다봐라!(오레사마)”라고 말했다. 팬들 앞에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언론에 보도되면 다른 의미와 맥락으로도 해석된다.

장근석의 팬들은 “이번에는 또 무슨 예측불허의 행동과 발언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줄까” 하고 기대한다. 하지만 일본 남자들은 다르다. 장기 불황과 지진 공포 등으로 더욱 위축돼 가며 여자들에게 갈수록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그라비아 모델과 AV(어덜트 비디오)와 각종 풍속산업이 성행하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장근석이 톡톡 튀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런 발언을 할 때마다 일본 여성팬들에게 인기는 더 올라간다. 일본 여자들 앞에서는 왜소해지고 초라해지는 일본 남자(초식남)들은 그런 장근석이 탐탁할 리 없다. 이런 가려운 곳을 황색 매체가 긁어주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일본에서 장근석에 대해 물어보는 일본 매체의 한 남자 기자로부터 유도성 질문을 경험한 적이 있다.
 
장근석의 도쿄돔 콘서트는 98%가 여성 관객이다. 그래서 나는 도쿄돔 밖의 몇몇 남자들에게 장근석에 대한 인상을 물어본 적이 있다. “재미 있다”, “개구장이 같다”, “별 생각 없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재수 없다”고 말하는 남자도 있었다.
 
배용준은 그나마 일본의 혐한류 공세에 선방한 케이스다. 겸손하고 자상하고 믿음직스럽고 입이 무거워 꼬투리를 잡힐 소지가 적다. 반면 장근석은 가볍고 말이 많고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가능의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내가 <‘말 많아진’ 장근석, 사고칠 가능성에 대비해야>(엔터미디어 2011.11.17)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이유도 그런 차원에서다.
 
‘근짱앓이’와 ‘(김)수현앓이’는 비교할만한 대상이 아니지만 한 가지 차이는 존재한다. 한국 여성이 김수현에 미혹돼 헤어나질 못해도 남성들의 질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나는 그럴수록 더 좋다) 반면 일본여성이 ‘근짱앓이’에 깊이 빠지면 일본남성들은 그리 좋아하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새로운 스타를 갈망한다. 뻔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를 하는 스타는 매력이 없다. 그 점에서 장근석이 격식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새로운 스타임을 알려주는 신호이자 신(新)한류 메이킹에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장근석은 자유분방하되 때로는 겸손한 모습을 보이고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유연성이 (해외 언론과의) 소통과정에서 오해를 줄일 수 있는 길이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트리제이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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