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미선이라는 연기자의 존재의미는?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전미선씨는 연기 정말 잘하는데 그에 비해 대중매체의 보도나 대중의 평가는 인색한 것 같아요. 전미선씨 연기는 혼이 담겨 있고 너무나 자연스러워 전율마저 느껴질 정도에요.”

최근 시선을 끌고 있는 인기 드라마 출연과 토크쇼 출연자 멘트로 대중의 관심권에 진입하고 있는 전미선을 보면서 떠 오른 것은 몇 년전 장서희가 대중매체와 대중에 의해 저평가된 전미선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낸 말이다. 장서희의 말에 동감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지난 16일 방송된 KBS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정웅인이 “전미선이 출연한 프로그램 시청률을 합치면 100%가 넘는다”며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 KBS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 ‘제빵왕 김탁구’ 등 세 작품의 시청률만 합해도 110%에 달한다고 해 전미선이 새삼스럽게(?) 화제가 됐다. 그리고 요즘 일고 있는 신드롬의 중심에 선 ‘해를 품은 달’ 매회 최고 분당 시청률 장면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전미선에 대한 시청자 관심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최근 한 방송에서 ‘여배우 연기력 논란’이라는 주제로 대중문화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전미선 처럼 주연이 아니더라도 정말 연기를 잘하는 연기자에 대해 시청자와 대중매체가 제대로 평가해주고 조명해주는 동시에 그 평가에 버금가는 인정과 인기, 출연료를 부여한다면 연기자들의 연기력 논란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을 한 이유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연기자의 캐릭터 소화력과 연기력이고 이에 대한 평가와 대우가 제대로 이뤄지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연기력 없는 배우는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연기력 뛰어난 연기자들은 더 많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우리 드라마 제작환경은 어떤가. 연기력과 상관없이 스타들이 주로 맡은 주연은 인기에서부터 수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을 독식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연 독식 현상이 심화 될 대로 심화돼 있는 상황이다. 대중매체의 관심 역시 대중의 눈길을 손쉽게 사로잡을 수 있는 주연들에게만 쏠려 있다. 때로는 주연을 받쳐주는 빛나는 연기로 때로는 짧은 순간이지만 주연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보여주는 빼어난 연기력으로 묵묵히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 조연들에 대한 평가나 조명, 대우는 인색하기만하다. 그 대표적인 연기자가 바로 전미선이다.




1989년 ‘토지’에서 어린 봉순역으로 연기 첫발을 디딘 후 23년간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전미선은 활약과 연기력, 그리고 캐릭터 창조력에 비해 분명 저평가된 연기자 중 한사람이다. 또한 장서희의 말처럼 대중매체의 평가와 관심역시 전미선의 활약과 연기력에는 크게 못 미쳤다.

2002년 시청률 60%를 기록한 ‘태조왕건’의 종영 파티장에 온 기자들은 대부분 주연 최수종과 김영철 자리에 몰렸다. ‘태조왕건’에서 여자 주연은 아니었지만 태조 제3비인 신명순성왕후역을 기막히게 소화한 전미선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기자는 보이지 않았다.

전미선은 배역의 비중과 상관없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연기력의 본질이 무엇이고 그 힘이 어떤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연기자다. 전미선은 요즘 시청률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해를 품은 달’과 ‘오작교 형제들’에서 성격이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해품달’에선 강렬한 성격과 사건의 극성을 극단으로 몰고 가는 도무녀 장녹영역을 그리고 ‘오작교’에선 식당사장으로 죽은 언니 딸을 키우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일상성이 짙게 배인 미숙역을 소화해내고 있다. 전미선이라는 한 연기자가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두 배역은 전혀 다른 연기자가 연기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전미선이라는 연기자의 캐릭터 창출력과 이를 소화하는 연기력이 단연 돋보인다. 시청자들은 전미선으로 인해서 한 작품에선 서릿발 같은 차가운 긴장감을 느끼고 한 작품에선 푸근한 생활냄새를 맡는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두만(송강호) 애인 설영역으로 나온 전미선은 조연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두만과 밀애를 나누는 장면에서의 두만을 발로 차며 일어나라고 하는 부분에서부터 옷을 벗은 상태의 등까지 근육과 표정의 세세한 움직임과 말 한마디에도 내밀한 감정이 녹아든 최고의 연기를 보여줘 연기력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새삼 일깨워줬다. 이처럼 전미선은 영화와 드라마의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눈에 띄지 않을 배역조차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연기력을 보여줬다.



또한 전미선은 지난해 방송된 ‘로열 패밀리’나 요즘 시청자와 만나는 ‘해를 품은달’에서처럼 주연을 돋보이게 하고 동료 연기자들을 받쳐주는 연기 조화를 기막히게 이루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연기도 빛나게 만드는 출중한 능력을 갖춘 연기자다. ‘해품달’에서 전미선은 신딸로 받아들인 월(한가인)이의 캐릭터나 감정선이 잘 살도록 강약을 조절하며 받쳐주는 연기력도 돋보이지만 권모술수를 부리는 대왕대비 윤씨(김영애)와 만나는 신에선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산해 그 어떤 배우보다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미선이라는 배우는 무엇보다도 사극, 시대극, 현대극을 가리지 않고 영화와 드라마, 연극 등 매체구분 없이 그리고 스릴러에서 코미디, 홈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장르에 상관없이 어떠한 배역을 맡겨도 시청자와 관객에게 진정성을 느끼게 연기를 하는 전천후 연기자다.

‘제빵왕 김탁구’에서 미순역을 맡아 일상성부터 강렬함까지 다양한 감정의 문양이 깃든 캐릭터 연기를 잘 소화한 것처럼 강렬한 원색의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배역에서부터 파스텔톤의 일상성이 드러나는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능수능란하게 소화 해내는 배우가 바로 전미선이다. 그만큼 전미선의 연기의 스펙트럼은 엄청나다.

이처럼 드라마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주연과 동료 연기자를 빛나게 만드는 전미선이 이제는 대중과 대중매체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와 인정을 받았으면 한다. 연기력이 뛰어난 연기자가 제대로 평가받는 것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SBS, MBC, KBS, 영화 '살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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