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스타', 긍정의 오디션이 된 까닭 [대담2]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갈등을 조장한다고 해서 프로그램이 더 나아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박성훈PD) SBS <일요일이 좋다>'K팝 스타'에는 억지 편집이 없다. 보기에 유쾌하지 않은 것은 시청자들도 불편해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K팝 스타'가 서바이벌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시선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의 숨어있는 배려 덕분이다. 진정성은 긍정의 반응으로 되돌아온다.
(대담: 박성훈PD,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덕현: 'K팝 스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박성훈: 저희는 참가자 개개인의 능력을 끄집어내는 데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혹독하게 '어디 한번 살아남아 봐라' 하는 자세는 견지하고 싶지 않습니다. 원래는 긴박감이 축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찍고 보니 잘하는 참가자의 무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더군요.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고비용 저효율의 극치에요. (웃음) 돈 없는 지상파에서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방송에 담든 담지 못하든, 지방이나 외국에 가서 치르는 오디션에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들어요. 그 정도의 촬영 분량이면 더 많은 방송 분량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정덕현: 지금 정도 실력의 참가자들이면 앞부분은 보여 줄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실력이 모든 것을 말해 주기 때문이죠. M.net <보이스 코리아> 또한 모든 양념을 다 뺐잖아요.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렇게 진화하는 것 같아요.

정석희: 음원이 공개되고 있지 않은데요. 생방송 음원도 공개가 안 되나요?

박성훈: 원래 음원은 제작할 생각이 없었어요.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최고 기획사들이 모두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절대 불가라고 선을 그어둔 건 아니었지만 굳이 해야 하나 싶어 소극적이었는데 워낙 요구가 많아서 검토는 하려고 합니다.

정덕현: 음원은 판매뿐만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을 알리는 차원에서도 필요해요. 그런데 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박성훈: 진정성이 아닐까요? 평생 오디션을 해 왔던 분들이 심사위원석에 앉아 같이 갈 친구들을 고르는 것이니까요.

정석희: 막을 내린 후 참가자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시청자들이 같이 지켜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JYP가 돋보이는 점은 조권이나 선예나, 예전 오디션에서 살아남은 인물들을 지금도 볼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 오디션은 유독 여성 참가자가 강세더군요. 그 이유가 뭘까요?

박성훈: 잘 모르겠는데요.(웃음) 그런데 저희 프로그램은 PD도 여자가 많아요.

정덕현: 트렌드가 아닐까요? 여자 보컬이 주목 받는 시기인 거죠. 해외에서도 보면 요즘은 여자 보컬들이 주목받거든요. 이번 그래미상 시상식에서도 아델이 휩쓸었잖아요.

정석희: 다들 아시는 일이지만 이제껏 우리나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특히 생방송에서 주목 받는 건 남자 참가자들이었어요. SNS에 적극적인 여성들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는데요. 저도 문자 투표를 딱 한번 했는데 강승윤에게 했거든요. 그런 의미로 볼 때 생방송에 대한 관심이 좀 떨어지지는 않을까요?

박성훈: 여성들이 인터넷 투표나 SNS에 더 적극적이기는 해요. 그런데 여자들은 여성 참가자들의 무대도 열심히 봐 주더군요. 대부분의 남자들은 남자 무대에는 관심 없어 해요. (웃음) 그러니 영 불리하기만 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정덕현: 기획사 컨트롤이 쉬울 것 같지 않은데요.

박성훈: 사실 굉장히 부담스러워요. 오랫동안 스타를 키워온 CEO들이다 보니 성공한 분들 특유의 남다른 부분도 있고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거든요. 저런 분들 모셔놓고 프로그램이 안 되면 민폐라는 생각도 했고, 지금까지의 관계가 좋았기에 껄끄러워지면 어쩌나 걱정도 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도 여러 채널을 통해 대화를 많이 하고 있어요. 방송을 위해 뭔가를 하는 것에 익숙한 분들이 아니지만 이해가 되면 받아 주니까요.



정덕현: 기획사 3사가 어떻게 다르던가요?

박성훈: 다 비슷한데 '어떤 것이 더 매력 있다고 느끼는가' 에는 철학의 차이가 있더라고요. 이를테면 YG에서는 무대 위 카리스마나 매력이 가창력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정석희: 가창력도 중요하지만 인성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 아닌가요? 그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시청자로부터 가차 없이 외면을 받게 되니까요.

박성훈: 인성은 어느 기획사나 모두 강조하는 부분이더군요.

정석희: 외국의 모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는 악역이 있기 마련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 찍히면 인생 자체가 끝이라는 생각이 있어서인지 대부분 착하게 가는 경향이 있죠. 'K팝 스타'는 특히나 그런 점에서 심심할 정도로 분란이 없습니다. 오히려 분란을 배제하나요?

박성훈: 일부러 궁리를 해가며 편집을 하지는 않습니다. 급박한 일정의 미션도 있었으니 서로 갈등이 없을 리 없죠. 그러나 갈등을 조장해서 프로그램이 더 나아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사소하나마 갈등들이 나오긴 했어요. 그러나 찍기는 찍었는데 다 버렸습니다. 제 자신이 그런 장면들을 보고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던 터라 시청자들 역시 같은 느낌을 받으실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정석희: 하지만 동료를 대하는 이미쉘의 태도가 논란이 됐잖아요? 전 미쉘 양의 심정을 백번 이해하겠는데 시청자 중에는 불쾌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더군요.

박성훈: 워낙 친합니다. 다들 친한 사이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청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오해를 할 수도 있겠더군요. 미쉘은 인성이 정말, 정말 좋은 친구입니다. 애들이 꼬이는 스타일이에요. 엄마처럼 품어주는 부분이 있어요.

정덕현: 오디션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하는 만큼 세 기획사의 도움이 있었나요?

박성훈: 물론 도움이 컸고요. 방송 적으로는 방해되는 부분도 많았죠. (웃음) 그들은 5초만 들어 봐도 참가자들의 가능성을 파악하는, 선수 중에 선수들입니다. 그래서인지 관심이 가지 않으면 더 이상 말할 필요를 못 느껴서, 그 점이 어려웠어요. 5초만 봐도 아는데 방송이니까 인내심을 갖고 더 들어주는 거죠. 서로 피곤해지는 거예요. 처음에는 그래도 이것도 방송인데 싶어 당황했어요. 말 좀 길게 해주면 고맙잖아요. 그런데 결국 살아남은 사람들을 보니 그 분들이 맞더군요. 보는 눈이 남다른 거죠. 덕분에 실력 있는 참가자들을 뽑아 군더더기 없는 리얼 오디션의 현장으로 갈 수 있게 됐습니다.

정석희: 생방송 진출자들은 합숙을 하나요?

박성훈: 합숙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통제를 위한 통제는 안하고 싶어요. TV도 보고 휴대폰도 자유롭게 사용합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아마 악플이라든지 언론의 호도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제약을 뒀던 것 같아요. 저희는 비교적 자유롭게 하고 있습니다.



정석희: 3월 4일부터 생방송인데요. 아무래도 예전에 <인기가요>를 연출하셨던 게 도움이 되겠죠?

박성훈: 걱정과 투지가 반반입니다. 만드는 사람들은 다 도전에 대한 의지가 있거든요. 2회까지는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하고 그 이후에는 고양 체육관 농구장에서 합니다. 큰 전시장이라서 공간적으로 여유는 있지만 넓게는 쓰지 않으려고 해요. 공연장으로 지어진 곳이 아니라 오디오가 걱정이거든요.

정덕현: 기획사들의 이미지도 좋아졌고,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요.

박성훈: 시즌제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습니다. 아직은 이릅니다.

정덕현: 시청률이 좀 더 나오면 좋을 텐데. 시청률 부담은 없나요?

정석희: 지금은 여러모로 유리한 상황이잖아요? 앞서 하는 '런닝맨'이 잘 해주기도 하고요.

박성훈: 그래도 다른 시간대에 있는 것보다는 불리하죠. 시즌 2로 막강해질 KBS <해피 선데이>'1박 2일'이나 MBC<우리들의 일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와 같은 시간대니 말입니다.

정덕현: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중이 적응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말들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새로운 것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하던데,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야 할 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박성훈: 긍정의 반응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력자들이 계속 등장하면 결국 실력은 더 좋아지기 마련이거든요. 그렇다면 노래를 불러 누가 떨어지나 궁금해 하기보다는 노래 자체를 감상할 준비가 된 시청자들이 점점 많아지게 되는 거죠. 그 코드에 맞는 긍정, 공감 에너지를 보여 주는 것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감동을 느끼는 순간이 없으면 밋밋해 지거든요.

epilogue
“후배들이 다 만드는 건데 저 혼자 나서서 인터뷰며 사진이며 찍으려니 미안하네요.” 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를 옮겨 달라 부탁하자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리며 멋쩍어 하는 박성훈 PD. ‘K팝 스타’에서 느껴지는 유난히 따뜻한 시선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의 영향이지 싶다.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세세히 답하면서도 참가자들에 대한 질문에는 신중히 말을 아낀다. 프로그램 후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그들이기에 배려하고 존중해 준다는 느낌, 함부로 말하지 않고 휘두르려 하지 않는다. ‘K팝 스타’들 못지않게 스타일리시하다 생각했는데 마음가짐은 더 매력적이다!


대담 :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리 : 최정은 기자
사진: 손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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