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수’, 사회에 긍정적 파장을 일으키다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나는 주부다’ ‘나는 의사다’ ‘나는 교수다’ ‘나는 예비후보다’ ‘나는 국회의원이다’ ‘나는 공무원이다’ ‘나는 검사다’ ‘나는 장관이다’…

MBC ‘나는 가수다’ 시즌1을 마무리하는 19일 방송을 보면서 겹쳐지는 풍경의 표현들이다. 지난해 3월6일 첫 방송을 하면서부터 ‘나는 가수다’는 예능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방송․ 연예게, 대중문화계,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이슈가 되고 끝없는 화제성 논란을 폭발시켜왔다. 그리고 ‘나가수’는 수많은 패러디의 원전이 됐고 수많은 아류와 모방작들이 쏟아졌다.

‘나가수’는 단순히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의미를 넘어 대중문화계와 우리 사회전반에 걸쳐 본질적인 화두를 던지고 긍정적인 파장을 일으킨 프로그램이다. 화두와 파장의 진원지는 ‘나는 가수다’라는 당위와 규범성을 내포한 프로그램 제목이다. ‘나는 가수다’라는 제목은 이 프로그램 성격과 내용을 지배하는 유일무이한 기준이자 흔들릴 수 없는 원칙이다.

‘나는 가수다’라는 제목에는 노래를 부른다고 모두가 진정한 가수가 아니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동시에 가수라는 직업의 본질과 정체성에 대한 선언적 호명도 담겨 있다. ‘나는 가수다’ 제작진이 호명한 ‘가수’의 근거는 무엇일까. ‘아이돌 그룹들과 댄스 음악으로 편향된 방송 가요계에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는 무대! 진짜 가수들이 설수 있는 무대를 만든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가창력을 소유한 레전드급 가수들의 극한 서바이벌!’라는‘나는 가수다’ 제작진이 밝힌 기획의도에서 그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엄청난 가창력’을 가진 사람을 가수로 규정했다. 가창력이 가수이게 만드는 무기이자 의미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엄청난 가창력을 가진 가수들의 출연 여부는 ‘나가수’의 승패를 좌우하고 프로그램 기획의도 존폐를 결정짓는 유일한 요소로 등장했다. ‘나가수’가 방송되는 동안 ‘엄청난 가창력’을 가진 출연자에 대한 입장은 시청자와 제작진이 때로는 일치해 찬사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불일치해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수많은 대중이 가수의 본질을 가창력에 두는 제작진의 의도에 상당 부분 공감했다는 사실이다. 이 부분이 ‘나가수’의 가장 큰 성공의 원동력이자 대중문화계와 사회전반에 끼친 긍정적 파장의 진원지로 작용했다.

‘나는 가수다’에 보낸 수많은 시청자의 열띤 환호와 지지는 역설적으로 가수라고 하기에 실력이 부족한 가수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래 한소절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립싱크를 당연히 여기는 가수들이 기계의 힘과 연예기획사의 마케팅으로 당당하게(?) 인기 스타로 부상하고 정작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는 활동무대조차 갖지 못하는 잘못된 현실의 반발이 바로 ‘나는 가수다’에 대한 환호로 이어진 것이다.

오죽했으면 가수 이승철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로 진출한 연예인들에게 “몸짱되려고 체육관으로 향할게 아니라 정말 노래를 잘 부르는 가창력 있는 가수가 되기 위해 연습실로 무대로 향하는 사람이 되라”고 당부에 당부를 했을까.

‘나는 가수다’는 대중음악계와 방송계, 그리고 수많은 대중에게 가수의 본질이 무엇이며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일깨우며 실력과 가창력을 갖춘 가수들에 대한 평가를 통해 대중음악계를 한 단계 진화시켰다.



‘나는 가수다’의 긍정적인 파장은 방송, 음악계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는 연기자들에 대한 근본적인 부분 즉 연기력에 대한 시청자들의 엄격한 평가와 검증이 본격화됐다. 대중의 인기와 빼어난 외모로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고 팬들의 묻지마 지지를 받는 스타들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부족한 연기력이 노출될 때 가차 없는 비판이 쏟아지고 대신 비중이 작더라도 빼어난 연기력을 보여준 연기자들에게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나는 가수다’가 최고의 가창력을 가진 가수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진정성을 갖고 무대에 임하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다. 연기자도 이들처럼 최선을 다해야 시청자도 감동하며 연기자 스스로도 발전한다”라는 중견 연기자 김영애의 말은 ‘나가수’의 파장이 대중문화계에 긍정적으로 미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직업이나 직분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진정한 실력에 의미를 부여하고 인정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나가수’의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여파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막대한 세비만 축내며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자신과 1% 상류층만을 위한 정치에 여념 없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너도 국회의원이냐”라고 질타하며 “나는 국회의원이다”라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진정한 실력과 헌신으로 직업과 직분의 본질에 충실하며 ‘나는 장관이다’‘나는 방통위위원장이다’‘나는 방송사 사장이다’‘나는 교수다’‘나는 의사다’‘나는 검사다’를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사람을 기대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렇지 못하는 경우에는 ‘너도 방통위원장이냐’‘너도 방송사 사장이냐’‘너도 교수냐’‘너도 의사냐’‘너도 검사냐’라는 질타와 비판을 쏟아낸다.

‘나가수’는 이처럼 방송연예계, 그리고 대중문화계를 넘어 사회전반에 긍정적인 파장과 의미 있는 화두를 던졌다.


칼럼니스트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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